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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지부진 연금 개혁 반면교사 된 마크롱의 뚝심

프랑스선 정치생명 걸고 대안 마련, 우리 정부·정치권 국민 여론에 미적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3-03-21 19:51:24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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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국민연금 개혁안을 확정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연금 수령 시점을 2년 늦추는 연금 개혁안을 하원 표결없이 입법하는 초강수를 뒀다. 헌법으로 보장된 정부의 권한을 행사한 것이지만, 이에 반발한 야당이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하원은 20일 총리 불신임안을 부결하고 동시에 연금 개혁안을 통과시켰다. 마크롱 대통령이 자칫 레임덕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정치생명을 걸고 미래를 위해 던진 승부수가 통한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연금 수급을 시작하는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늦추고, 연금을 100% 수령하기 위한 노동 기간을 42년에서 43년으로 1년 늘리는 개혁안을 마련했다. 법안이 상원을 통과했으나 하원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자 마크롱 대통령은 개혁안을 하원 표결없이 입법했다. 정부가 긴급상황이라고 판단했을 때 의회 표결을 생략하고 정부가 입법할 수 있게 한 헌법 49조3항에 근거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 개혁을 강행하는 이유는 프랑스의 연금 구조가 현 상태로는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프랑스의 연금 재정은 올해 적자로 전환, 2027년이면 연간 120억 유로(약 16조 원)로 적자폭이 늘어날 전망이다. 안정적 재정기반 구축을 위해선 더 내고 늦게 받는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한데 여론 반발이 심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이 뚝심있게 밀어붙였다. 연금 개혁안이 통과되자 파리 중심가에는 “마크롱 사퇴”를 외치는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주요 노조들도 시위에 나섰다.

마크롱 대통령이 반대 여론을 뚫고 연금 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은 우리 정치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금 개혁은 우리나라가 더 시급한 실정이다. 보험료를 적게 내는 데다 저출산 고령화로 국민연금 고갈 시점은 갈수록 앞당겨지고 있다. 연금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금을 교육, 노동과 함께 3대 개혁 과제로 추진하고 있으나 지지부진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고 외치면서 책임은 서로 미루는 상황이다. 국회 연금 개혁특별위원회는 다음 달까지 개혁안을 내기로 한 입장을 철회하고 보험료율 조정 등 ‘모수 개혁’을 정부로 떠넘겼다. 모수 개혁은 기금 출납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등 수치를 조정하는 것으로 연금 개혁의 기본이자 핵심이다. 정부는 개혁안을 10월 말까지 내놓을 예정인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의 반발을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역대 정권에서도 앞다퉈 연금 개혁을 시도했으나 ‘선거표심’에 번번이 좌절됐다.

연금 개혁은 정치적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미래 세대를 위해서는 연금 개혁을 더 과감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당장 나서지 않으면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자신의 정치적 이득보다는 나라에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한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 뚝심이 우리 정치권에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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