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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알고 보니 일본 어패류

  • 정상도 기자 jsdo@kookje.co.kr
  •  |   입력 : 2023-03-23 19:38:31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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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산행은 그 자체로 즐거운 일이거니와 식도락을 빼놓을 수 없다. 피로감을 풀어줄 제철 음식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얼마전 부산 기장군 곰내재에서 두화마을까지 10여 ㎞ 트레킹 코스를 밟은 뒤 기장시장서 맛본 멍게가 그렇다. 대게나 곰장어에도 눈길이 갔지만 향긋한 멍게가 우선이었다. 일행 4명 모두 엄지손가락을 세울 정도였다. 산엔 진달래 산수유, 바다엔 멍게인 셈이다.

멍게가 전국적인 유명세를 탄 건 1970년대 경남 통영 일대에서 양식이 이뤄지면서다. 통영은 우리나라 멍게 생산량의 70% 이상을 감당한다. 우렁쉥이와 함께 경상도 사투리인 멍게가 당당히 표준어가 된 배경이다. 통영을 비롯해 거제 등 남해안에서 지금 멍게 출하가 한창이다.

강제징용 배상 해법인 ‘제3자 변제’ 문제로 한일 정상회담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멍게가 입길에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도쿄를 방문 중이던 지난 17일 벌어진 일이 22일 뒤늦게 불거졌다. 일한의원연맹 누카가 후쿠시로 회장이 윤 대통령의 일본 정계 지도자 접견 자리에서 일본산 멍게 수입 재개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 “멍게란 단어는 나온 적이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일본 언론은 후쿠시마현 북쪽 미야기현에서 잡히는 멍게의 70%가 한국으로 수출됐으나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수출길이 끊긴 상태라며 이런 내용을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으나, 멍게 양식 어민 입장에서 걱정거리가 하나 더 늘어났다. 수년 전부터 멍게 물렁병으로 어려움을 겪는 업계가 일본산 멍게와 경쟁이란 이중고를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일본 어패류 수입액이 1억7415만 달러(2260억 원)에 이른다는 관세청 무역통계가 걱정을 더 키운다. 이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전인 2010년 2억1221만 달러의 82.1% 수준이다. 우리 정부가 2011년 9월 후쿠시마 미야기 아오모리 이와테 도치기 군마 이바라기 치바 등 8개 현 모든 어종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는 특별조치 이후 격감했던 수입 물량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활어·냉장 및 냉동 어류·갑각류·연체동물 등 일본 어폐류가 그만큼 시중에 많다. ‘어제 내가 먹은 게 알고 보니 일본산이었어’ 하고 뒤통수를 맞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예고한 상태다. 세계에서 첫 손 꼽히는 수산물 소비국, 대한민국의 식탁이 도전받고 있다.

정상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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