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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도청도설] 한국야구 중국축구

  • 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  |   입력 : 2023-03-26 19:26:11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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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축구 리그의 평균 연봉은 K리그의 10배가 넘었다. 선수들에겐 굳이 해외까지 나가 경쟁력을 키울 동기가 없었다. 중국 축구 대표팀은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예선에서 3무 6패로 최악의 성적을 냈는데도 경기장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면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선수 사진이 공개돼 공분을 샀다. 물적 투자와 관심이 아무리 뒷받침되어도 결국 스포츠 경기 결과를 좌우하는 건 선수 개개인의 역량과 근성임을 새삼 일깨우는 단면이다.

2006년 3월 5일 일본 도쿄돔에서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1라운드 숙명의 한일전이 펼쳐졌다. 국내와 해외파를 통틀어 양국은 최정예 멤버를 꾸렸다. “30년간 한국이 일본을 이기지 못하게 하겠다”는 이치로의 도발로 한국팀은 잔뜩 독이 올랐다. 1대 2로 일본에 끌려가던 8회 이승엽이 친 타구가 담장을 넘었다. 역전 투런 홈런이었다. 관중석에선 일본 왕세자 부부가 직관 중이었다. 지금의 나루히토 일왕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한국이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땄다. 한국 야구는 적어도 국가대항전에서 만큼은 일본과 어깨를 겨뤘다.

지난주 막을 내린 제5회 WBC의 후폭풍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다. 한국에 패배를 안긴 호주는 프로리그 역사가 짧고 인기도 없다. 영연방이어서 야구 비슷한 크리켓을 훨씬 쳐준다. 선수들도 세미프로가 대부분이다. 이런 호주를 상대로 한 경기에서 강백호가 세리머니를 하느라 베이스에서 발을 뗐다가 태그아웃 당하는 장면은 한국 야구의 현주소를 압축한다. 몸값 100억 원 이상의 선수가 즐비한데도 투타 모두 인상적인 플레이 하나 나오지 않았다. 일본전 콜드게임급 대패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일본 언론조차 “숙적 한국 야구가 왜 약해졌나”를 분석한다.

이번 WBC 최고 스타인 오타니 쇼헤이는 “한국도 멋진 야구를 하는 선수들이 있다. 한국과 대만 역시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했다. 오타니의 이 말은 진심일 것이다. 한국엔 박찬호 이승엽 이대호가 있었고 대만은 왕정치를 배출했다. 프로야구를 사랑하며 시즌 개막일을 기다리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최소한 올해 WBC 경기를 접한 관중들은 한국 야구가 ‘멋진 야구’와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다. 야구도시 부산에서조차 롯데 야구 안 본지 오래 됐다는 장년층이 적지 않다. 한국 야구가 중국 축구를 닮아간다는 소리가 자조만은 아니다. 실력도 근성도 없는 스포츠는 놀이일 뿐이다. 프로는 더더구나 아닐 것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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