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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경제 항산항심] 디지털 금융혁신의 저주와 금융안정

김영재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 김영재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
  •  |   입력 : 2023-04-03 20:17:47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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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설립되었으며, 자산규모 276조 원인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이 파산되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36시간에 불과했다. 40년의 역사로 미국의 핵심역량을 일구어낸 SVB은행이 단 이틀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더욱이 2016년 이후 4차 산업혁명이 강조되면서 디지털 기반 금융혁신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시점에서 이번 사태는 글로벌 금융시장과 디지털 금융혁신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미 IT 기반 금융혁신이 외부 충격에 구조적인 취약성을 지니고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금융혁신의 효율성과 편의성만 강조하고, 부작용과 폐해를 외면하면서 디지털 금융혁신은 모든 금융기관에서 가속화되고 있다.

2008년 미국에서 발발한 금융위기는 경제 및 금융환경을 변화시킬 만큼 큰 충격이었다. 경제적 국경이 사라지는 글로벌화가 심화되기도 했으며,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즉 금융안정이 강조되면서 상당수 중앙은행이 핵심 목적에 물가안정과 함께 금융안정을 추가했다. 한국은행도 2011년 한국은행법 제1조(목적) 2항에 금융안정을 추가하여 ‘통화신용정책시 [물가안정과 함께] 금융안정에 유의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금융안정이 확보될 수 있는가? 한국은행이 제시한 금융안정은 금융기관 금융시장 그리고 금융 인프라로 구성된 금융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될 때 금융안정이 확보된다고 정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금융기관이 별다른 장애물 없이 자금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금융중개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며, 금융시장에서 시장 참가자들이 자신의 신용으로 경제적 이익을 위한 금융거래가 가능할 때 금융안정이 확보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럼 금융안정이 확보되지 못한, 금융 불안정의 폐해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미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과거의 역사적 사건에서 경험했듯이 자금흐름을 왜곡시키는 신용경색이 나타나 우량기업이 도산하면서 금융기관의 파산으로 이어져 결국 예금자의 피해 등으로 심각한 사회적 혼란과 경제위기를 동시에 초래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디지털 금융시스템 확산으로 금융안정이 훼손되면 사회경제적 폐해가 순식간에 나타나 정책당국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 된다. 이렇게 볼 때 이번 미국의 SVB 파산은 디지털 금융혁신이 초래한 저주가 아닐까.

우리나라는 1980년대 후반 주식거래량의 폭증으로 전산 매매체결방식을 도입하면서 주식시장의 전산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이와 함께 시장 안정화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도 마련돼 시장의 효율성과 안정성이 동시에 추구됐다. 구체적으로 하루 중 주식가격이 변동될 수 있는 최대허용치인 가격제한폭 제도가 주가의 안정 및 투자자 보호에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판단되며, 2015년에는 주가의 하락 폭이 전일 대비 일정 비율 이상으로 큰 경우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시키는 이른바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s) 제도를 도입하여 시장 안정화에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리고 주가지수 선물시장을 개설하면서 선물시장의 안정과 IT 기반 프로그램매매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사이드카(sidecar) 제도를 도입했다. 이처럼 IT 기반 주식시장은 외부 충격으로 주식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 또는 하락하는 경우 시장안정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해 다양한 안전장치를 도입해 자금흐름의 왜곡을 방지하고, 투자자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안전망을 구축했다.

대표적인 금융중개기관인 은행의 안전망, 즉 시스템 위기는 어떠한가? 금융의 디지털화가 모든 기관에서 경쟁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이번 SVB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은행의 시스템적 위기를 예방 또는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는가? 은행은 경제의 중추 기능을 담당하므로 파산되면 동일한 규모의 제조기업 파산보다 영향이 훨씬 크게 나타난다.

따라서 디지털 금융혁신의 저주로 희생되는 제2의 SVB를 예방하고 경제의 지속가능성장을 위해 디지털화 이전의 금융환경에서 구축된 현재의 금융감독 및 관리체계를 대폭 보완해 디지털금융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금융안정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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