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마키아벨리를 넘어

과격한 지도자상 ‘군주론’, 어려운 때 절박했던 윤리

넘쳐나는 작은 독재자들, 개혁 위한 사회적 연대를

전진성 부산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 전진성 부산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  |   입력 : 2023-04-05 20:00:06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요즘 나라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들은 권력의 속성에 대해 실감하고 있다. 권력을 잡았을 때 성인군자 행세를 하며 제대로 행사하지 않으면 결국 권력은 제 능력을 알아주는 주인을 찾아가게 마련이다. 권력은 효과적으로 쓰이라고 있는 것이지 유품처럼 고이 보관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흔히 권모술수의 대가로 알려진 르네상스 이탈리아의 사상가 마키아벨리가 새삼 솔깃하게 다가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500여 년 전에 쓰였건만 오늘날에 보기에도 대담한 주장으로 가득 차 있다. “인간들이란 대개 배은망덕하고, 변덕스럽고, 가식적인 위선자들이며, 위험은 빠져나가려 하고, 이익에는 열정적이다.” “군주는 그의 신민들을 통합되고 충성스럽게 유지하기 위해 잔인하다는 불명예를 개의치 말아야 한다.” “인간은 두려운 자보다 사랑을 베푸는 자를 해칠 때 덜 주저한다.” 위험한 발언은 계속된다. 한 나라의 군주는 사자의 무서움과 여우의 꾀를 모두 갖추어야 하며, 좋은 자질을 다 갖추지 않더라도 적어도 갖춘 척 연출은 할 줄 알아야 한다. 어차피 이기심과 욕망에 가득 찬 사람들이 다수를 이루는 세상에서 형식적 도덕률에 얽매여 국가 중대사를 그르쳐서는 안 된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당대의 특출한 권력정치가인 체자레 보르자를 모델로 삼았다고 알려져 있다. 교황의 서자이면서 추기경 자리까지 마다하고 용병대장이 되어 총칼로 나라를 세우고 권력 확대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수단도 개의치 않았던 인물이다. 본래 외교관 출신인 마키아벨리는 법의 지배를 국정의 근간이라 여겼지만 현실의 권력투쟁에서는 법만으로는 이기기 힘들다는 점을 십분 이해했다. “운명의 신(포르투나)은 여성이기 때문에 만약 그녀를 손아귀에 넣고 싶다면 거칠게 다뤄줄 필요가 있다.” 운명을 거머쥐는 역량, 즉 비르투(virtu)야말로 국가 지도자가 반드시 갖춰야 할 미덕이다.

지독한 냉혈한처럼 말하는 마키아벨리는 실은 고전 저작들로부터 정치적 사고를 배운 인문주의자였다.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었고 훨씬 분량이 많은 ‘로마사 논고’는 기원전에 쓰인 리비우스의 ‘로마사’를 참조하여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와 스파르타, 그리고 로마공화정의 제도와 법률을 상세히 비교 검토했는데, 아리스토텔레스나 키케로의 범례를 따라 군주제 귀족제 민주제라는 세 정체를 조합한 혼합정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정치체제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학자적인 주장과는 대조적인 ‘군주론’의 과격한 주장들은 평상시가 아니라 어려운 시절에 요구되는 매우 특수한 행위윤리였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더는 실패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용기와 지혜에 대한 갈구였던 것이다. 더 이상 법이 우리를 지켜주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여 실정법의 형식논리에 구애됨이 없이 심지어 우격다짐으로라도 어떻게든 무너진 도덕과 사회정의를 다시 세울 수 있는 강력한 지도자를 기대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마키아벨리의 방책을 우리 시대에 곧바로 적용하기에는 쉽지 않다. 지도자의 실력에만 의존하기에는 사회전반적인 타락, 혹은 무기력증이 너무나 농후하기 때문이다. 실은 마키아벨리도 대중의 타락을 문제 삼은 바 있다. 그는 국가적 공공사안을 도외시하는 당대의 이기적 풍조에 절망감을 토로했다. 이러한 문제점은 우리 시대에는 더욱 피부로 실감된다. 주변을 돌아보면 작은 독재자들이 도처에 가득하다. 사람들은 늘 이해득실을 따지는 데 혈안이 되어 하찮은 권한이라도 제 손아귀에만 들어오면 손오공 여의봉처럼 마구 휘두르기 십상이다. 공공기관들은 물론이고, 기업과 언론, 교육기관을 포함하여 크고 작은 각종 권력들이 공동체의 안위에는 아랑곳없이 제 몫 챙기는 실력 행사에만 경주하고 있으니 개혁이란 한낱 말장난에 불과하다.

이러한 요지경 속에서 개혁에 대한 기대가 특정 정당에 과중하게 쏠리고 있다. 자칫하면 정당 수뇌부의 판단 착오나 무능력, 혹은 일부 분파의 악의에 의해 순식간에 개혁의 의지가 소멸될 위험이 있다. 이와는 달리 사회적 에너지가 한쪽에 집중되지 않고 정계 노동계 교육계 문화계 등 각 부문에 편재하면서 마치 유럽 고딕성당의 버트리스, 즉 부벽처럼 서로를 지지해준다면, 설사 한 부문이 일시적으로 약화되더라도 개혁을 위한 연대가 쉽사리 와해되지는 않을 것이다. 실로 아쉬운 점은 이러한 연대가 현재로서는 요원하다는 것이다. 선거판에서도 여러 번 드러났듯이 오로지 이익을 위해서만 똘똘 뭉치는 국민 다수에게 무얼 더 바라겠는가.

포르투나 여신이 우리에게서 멀어져 갈수록 우리 공동체의 운명을 단번에 역전시킬 특출한 정치 지도자의 비르투가 더욱더 절실해진다. 달리 어쩌랴. 미적거리다 보니 어느새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원 국힘서 민주당 다수로…낙동강協 단체장 회동 촉각
  2. 2지방소멸기금 강원·충남 66억씩 최다…부산·경남 34억씩
  3. 3매출 목표 30% 그친 홈플러스, 분리매각 기로
  4. 4시속 110㎞ 스릴, 6m 아기상어 캐릭터, 달맞이 음악실…부산 새 핫플
  5. 5인구감소지역 신규지정 금정구, 정주여건 개선 올인
  6. 6북극항로 연 아크로호 귀항…이젠 상업화 길 연다
  7. 7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8. 8市 개발 ‘부산 단디체’ 무료 배포…130개국서 활용 가능
  9. 9부산북구 자체 감사 가시밭길…의회 “감사를 감사할 것” 벼러
  10. 10“부산 라이프스타일 만족도 최상…아이 키우기에도 매력적”
  1. 1경찰개혁·김지용 중수청장 청문도 공방 예고…부산 해수부 첫 국감
  2. 2[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35.2%…민주 35.5%·국힘 41.3%
  3. 3與·한동훈 점입가경 공방 인신공격까지(종합)
  4. 4정부, 김지용 저격 임은정 감찰 지시(종합)
  5. 5국힘 “한미 균열…정동영 통일부 장관·이종석 국가정보원장 경질을”(종합)
  6. 6北 동해상 탄도미사일 발사…900㎞ 이상 비행
  7. 7여야 쿠팡 공정위 현장조사 불복에 “미국 기업 방패 뒤 숨어 무책임”
  8. 8국힘, 행안장관의 임은정 감찰 지시 '자중지란' 맹폭
  9. 9정동영 “한미동맹 이상 없다…北에 저자세 아니라 정자세”
  10. 10경남도 대변인 “박완수 지사 13시간 조사, 정치공세 대상 되면 안 돼”
  1. 1매출 목표 30% 그친 홈플러스, 분리매각 기로
  2. 2시속 110㎞ 스릴, 6m 아기상어 캐릭터, 달맞이 음악실…부산 새 핫플
  3. 3북극항로 연 아크로호 귀항…이젠 상업화 길 연다
  4. 4집 값 띄우기?… 부산 아파트 매매 계약 해지율 5년 반 동안 6.16%
  5. 5발전설비 점검하고, 길 위 장애물 치우고…부산 기관 로봇들 맹활약
  6. 6“부산 중심으로 체계적 해양AI 개발…협의체 꾸리자”
  7. 7[한 손 뉴스] 국산 비만치료 신약 ‘에페’, 위고비·마운자로에 도전장
  8. 8최전방 GOP용 ‘AI 경계병’ 개발한다
  9. 92030세대 겨냥 ‘저도수 토마토 막걸리’ 뜬다
  10. 10고금리 벼랑 부산 취약층에 ‘재기 사다리’…910건 금융지원
  1. 1전원 국힘서 민주당 다수로…낙동강協 단체장 회동 촉각
  2. 2지방소멸기금 강원·충남 66억씩 최다…부산·경남 34억씩
  3. 3인구감소지역 신규지정 금정구, 정주여건 개선 올인
  4. 4市 개발 ‘부산 단디체’ 무료 배포…130개국서 활용 가능
  5. 5부산북구 자체 감사 가시밭길…의회 “감사를 감사할 것” 벼러
  6. 6“부산 라이프스타일 만족도 최상…아이 키우기에도 매력적”
  7. 7“우주항공복합도시 특별법 제정, 기업 유치 등 사천 경제 활성화”
  8. 8거제 양대 조선소, 지역 인재 더 뽑는다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2일
  10. 10잡는 게 다가 아니다…절차상 위법 땐 공들인 수사 헛일
  1. 1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2. 2과감한 샷 2R 버디 11개 폭발…유현조 ‘부산의 퀸’(종합)
  3. 31부 승격 향한 마지막 질주…부산아이파크, 막판 승점 쌓기 총력전
  4. 4유도 차세대 간판 이현지, 세계선수권 정상 메치다
  5. 5유현조, 여자골프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 정상…시즌 2승
  6. 6허훈·킹 47점 합작에도…KCC, KT에 접전 끝 패배
  7. 7한화 김경문 감독·손혁 단장 동반 퇴진…후임 인선 착수
  8. 8가을야구 못간 롯데 자이언츠, 정규시즌 3위 승부처돼 난감
  9. 9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10. 10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열린 사회와 그 적들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대통령의 SNS
배우 한선화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아크로호 귀항, 북극항로 상업화 본격 추진할 때다
국감 법사위 희화화, 국민은 실소 넘어 자괴감 든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개척자 정신
빚을 물려받는 사회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무(武)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