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누가 죄인인가

‘신의 뜻’ 따른 연쇄살인범, 희생자 된 밤거리의 여자

성매매 원색적 비난 여전…사회적 책임·대안 논의를

김인선 부산대 교수·여성연구소

  • 김인선 부산대 교수·여성연구소
  •  |   입력 : 2023-04-12 19:26:52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영화 ‘성스러운 거미’(2023)는 이란 최대의 종교도시 마슈하드에서 1년 사이 16명의 희생자를 낸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다. 2000년 8월부터 2001년 7월까지 범인은 여성을 스카프로 목 졸라 살해한 후 시체를 차도르에 칭칭 감아 길거리나 운하에 버렸다. 언론은 이 사건을 ‘거미살인’이라 불렀다. 연쇄살인범의 표적이 된 희생자는 모두 밤거리의 여성이었다. 범인으로 체포된 사이드 하네이(39)는 놀랍게도 세 자녀를 둔 중산층 가장이었다. 낮에는 건축 계약자로 일하고 가족들이 저녁 기도를 하러 외출할 때를 기다렸다가 희생된 여성을 집으로 데려와 성폭행 후 살인을 저질렀다.

‘순교자의 땅’이란 뜻을 가진 마슈하드는 매년 2000만 순례자가 찾는 시아파 최대 성지다. 동시에 인접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막대한 양의 마약이 유럽으로 운반되는 길목이기도 하다. 성지 순례를 온 수많은 이방인을 상대로 사원 주변에 가난한 여성들이 몰려든다. 성매매와 마약 유통 또한 신성을 파는 마슈하드 산업의 일부이기 때문에 공권력은 이를 방관한다. ‘거미살인’은 이란 사회의 비가시화된 문제를 공론화했다. 감독은 ‘연쇄살인범을 만들어 낸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힘주어 말하며 성스러운 도시 마슈하드의 민낯을 들춘다.

경찰에 체포된 하네이는 자백 후 기자들에게 미소 지으며 ‘신의 뜻’에 따라 도시의 부패와 도덕적 타락에 맞서 싸웠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를 동원해 자신의 살인을 정당화한다. 교수형 집행 직전 인터뷰 영상 속에서도 “전혀 회개할 일이 없다. 체포되지 않았더라면 150명을 죽였을 것”이라며 “매춘여성을 죽이는 것은 바퀴벌레를 밟는 것과 같다”고 호기롭게 말한다. 감독 알리 아바시는 “영상 속 사이드는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말할 때 행복해 보였고, 평화로워 보였다. 그는 정말 믿고 있었다. 일종의 정직함이 느껴졌다”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그의 신념이 영화를 찍게 된 계기라고 밝힌다. 실제로 연쇄살인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사형이 언도되자 보수 신문 ‘이슬람 저널’은 ‘누구를 심판해야 하나?’라는 기사에서 “질병을 근절하려는 자인가, 아니면 타락의 원흉인가?”라고 되물었다.

‘사이드 하네이 사건’은 단지 이슬람 근본주의 집단이 낳은 일탈일 뿐일까. 유사한 상황이 이미 1888년 영국에서 발생한 바 있다. 150년 전 세계 문명의 심장부인 런던의 중심부에서 총 8명의 성판매여성이 희생된 희대의 연쇄살인이 그것이다. 끝내 범인의 실체를 밝히지 못한 이 미제 사건은 일명 ‘잭 더 리퍼’ 살인으로 불린다. 주목할 대목은 당시에도 연쇄살인이 정의로운 행위로 칭송되었고 희생자들은 부도덕한 행위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치른 자들로 이해되었다는 점이다. 이런 인식은 150년 전 인식만은 아니다. ‘잭 더 리퍼’는 오늘날 세계적인 스타 살인마가 되어 갖가지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다. 정작 필요한 희생자에 대한 애도, 희생자를 만든 사회에 대한 고찰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떠할까. 작년 5월 분윳값을 벌기 위해 성매매에 나섰다가 생후 8개월 된 영아를 홀로 방치해 숨지게 한 여성이 체포되었다. 임신 과정에서 낙태를 권한 가족들과 심각한 갈등을 빚은 여성은 2021년 10월 아들을 출산한 뒤 줄곧 홀로 돌봐왔다. 기초생계급여와 한부모 아동양육비로 매달 약 137만 원을 국가로부터 지원받았지만 월세 27만 원, 기저귀, 분윳값을 포함한 양육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건강보험료는 물론 공과금까지 납부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자 이 여성은 성매매에 뛰어들었다. 홀로 어린아이를 돌봐야 하는 처지에서 단시간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선택한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중한 결과의 발생에는 사회적 취약계층을 적절하게 보호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책임도 있다”며 “피고인이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나름 최선을 다해 애정을 가지고 피해자를 보호·양육해 왔다”며 이례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 판결은 성판매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그러나 “그 많은 직업 두고 왜 밤에 나가는 직업을 선택했느냐”, “성매매가 최선이었나. 이해할 수 없네”와 같은 댓글들은 여성을 극단으로 내몬 사회의 책임을 묻기보다 개인에게 비난의 화살을 꽂고 있다. 8개월 아이를 부양하려고 성매매에 나선 엄마는 공장에 취직하고 옷가게 등에서도 일했지만 늘 얼마 지나지 않아 쫓겨났다고 한다. 장애인으로 등록돼 있진 않았지만 지능이 떨어져 업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때문이었다. 아이는 1.87kg의 미숙아로 태어났지만 이후 또래 영아들과 동일한 발육도를 보일 정도로 최선을 다해 아들을 보호하고 양육했다. 2023년은 성매매처벌법이 제정된 지 20년째 되는 해다. 극단에 내몰린 이들의 선택에 대해 비난보다 대안을 논의해야 할 때다. 누가 이 여성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속보] 핼러윈 인파 혼잡에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2. 2오픈AI 샘 올트만 깜짝 방한…삼성 사장단에 AI 특강
  3. 3롯데렌탈 매각 거래종결, 1조3000억원가량 대금 확보
  4. 41248회 로또 복권 1등 15명…당첨금 각 19억 3365만 원씩
  5. 5기초연금 받으면 부자?…수급 상위 1% 근로소득 월 220만원
  6. 6북항 ‘부캉이’ 닷새째 자취 감춰…수온 하락 영향도
  7. 7[속보] 국힘 장동혁, 李대통령에…“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나”
  8. 8트럼프 “이란과 대화 중…전쟁에 쓴 돈 베네수서 만회”
  9. 9민주콩고 에볼라 사망 5천명 넘어…확진자 절반 사망
  10. 10‘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1. 1[속보] 국힘 장동혁, 李대통령에…“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나”
  2. 2한미일 외교장관 “北 완전한 비핵화 위한 의지 재확인”
  3. 3장동혁 “李대통령 ‘황제골프’ 수준 넘어 ‘민폐골프’”
  4. 4진성준 뒤늦게 美비자 발급, 野"한미동맹 균열 드러낸 외교 망신"
  5. 5李대통령 "다문화 지원 필요하나 역차별까지 정당화 안 돼"
  6. 6“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7. 7“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8. 8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9. 9[속보]한동훈, "李 정권 막는 명분 같이라면 '훈훈연대' 힘을 모을 것"
  10. 10[속보] 장동혁 “투표지 육안으로도 많은 문제…특검, 진실 밝혀야”
  1. 1오픈AI 샘 올트만 깜짝 방한…삼성 사장단에 AI 특강
  2. 2롯데렌탈 매각 거래종결, 1조3000억원가량 대금 확보
  3. 31248회 로또 복권 1등 15명…당첨금 각 19억 3365만 원씩
  4. 4기초연금 받으면 부자?…수급 상위 1% 근로소득 월 220만원
  5. 5삼성 사장단 50여명, 샘 올트먼과 AI 미래전략 논의
  6. 6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0.5원 ↑
  7. 7‘바이낸스’ 8조원대 해킹에 거래소들 보안 점검
  8. 8한화오션까지 동참… '조선사 빅3' 공동납품 체계 완성
  9. 9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10. 10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1. 1[속보] 핼러윈 인파 혼잡에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2. 2북항 ‘부캉이’ 닷새째 자취 감춰…수온 하락 영향도
  3. 3민주콩고 에볼라 사망 5천명 넘어…확진자 절반 사망
  4. 4부산·울산·경남 대체로 맑음…낮 최고 19∼21도
  5. 5[날씨칼럼] 가을 하늘, 안전을 돕는 페이스메이커
  6. 6기표소서 투표지 촬영해 단톡방 공개한 50대…벌금 50만원
  7. 7홍대서 ‘마약 사탕’ 신고…경찰 확인 결과 오인신고
  8. 8프로야구 입장권 부정구매 후 웃돈 붙여 되판 10대 검거
  9. 9[속보] 日여성 살해 30대 남성…성범죄 목적 가능성도 수사
  10. 10무면허 음주 뺑소니에 제지하던 사람 다치게 한 40대 항소심도 실형
  1. 1‘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2. 2“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3. 3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4. 4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5. 5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6. 6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7. 7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8. 8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9. 9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10. 10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클릭으로 여는 독도
지긋지긋한 론스타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회 출석 거부하며 장외 사실호도 일삼는 지광
AI 해킹 범죄 고도화…수사 공백 해소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