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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꿈 꺾인 부산 암 치료

  • 정상도 기자 jsdo@kookje.co.kr
  •  |   입력 : 2023-04-30 20:13:02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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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인 83.5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9%다. 남자가 5명 중 2명인 39.0%로 3명 중 1명인 여자 33.9%보다 더 높다. 암 환자 생존율이 71.5%로 10명 중 7명은 5년 이상 생존한다지만 암은 암이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국가암등록통계사업을 통해 수집한 2020년 국가암등록통계 및 2014~2018년 지역별 암발생 통계다. 지난해 12월 28일 발표했다. 암등록통계는 의료기관 진료기록을 바탕으로 암환자 자료를 분석해 매년 2년 전 암 발생·생존·유병률을 산출한다.

5년 주기로 발표하는 지역별 암발생 통계는 특히 주목된다. 2016년(2009~2013년)에 이어 두 번째다. 2014~2018년 모든 암의 인구 10만 명당 지역별 암 발생률은 502.6명이었다. 그런데 부산은 525.9명으로 평균을 훨씬 웃돌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활력을 잃어가는 도시에 더해 ‘암 도시’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쓴 셈이다.

시민이 행복하고 비전 있는 도시를 주창한다면 시민 건강부터 챙기는 건 시정의 기본 중 기본이다. 지난 통계를 들춰내는 이유는 또 있다.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리는 중입자 가속기가 국내에서 처음 암 치료에 적용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60대 전립선암 환자가 대상이었다. 이 환자는 치료를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모를 정도라고 했다. 암세포만 골라 파괴하는 신기술이다. 방사선 치료보다 효과적이고, 무엇보다 부작용이 적다는 점에 관심이 쏠린다. 부산이 처음 시도했던 일이나 서울에 선수를 뺏긴 것이다.

꼭 20년 전 일본 효고현립입자선의료센터를 방문, 중입자 가속기를 소개한 기억이 새삼스럽다. 효고현은 1987년 암 극복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일본에서 가장 높았던 암 발생률에 대처하려는 노력의 하나로 건립한 것이 이 센터였다. 1992년 시작해 2001년 4월 문을 열기까지 3000억 원이 투입됐다. 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한 프로젝트였다. 그 당시 “명확한 목표 설정,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 분담, 일사불란한 실행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적었다.

‘일본 암 극복 의지의 상징’이라는 이 센터를 벤치마킹해 부산에 도입하려는 중입자 가속기는 2027년에야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시작됐으나 가속기 기종 변경, 사업주관 기관 변경 등 곡절을 겪으며 지지부진한 탓이다. 부산 암 환자를 치료하고, 국내는 물론 동북아 의료허브를 구축하자는 ‘부산판 꿈의 암 치료 프로젝트’의 현실이다.

정상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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