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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경제 항산항심] 한미정상회담, 미국과 미국인을 위한 잔치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

  •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
  •  |   입력 : 2023-05-01 20:00:18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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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일, 5박 7일의 한미정상회담 잔치는 끝났다. 4월 27일 블룸버그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바이든은 반도체 보조금(반도체 과학법)을 방어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의 핵우산에 대해 더 많은 발언권을 얻었지만, 막대한 위험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문제는 한국 대통령이 감수할 위험이다.

한국 정부가 이번 회담의 최대 성과로 본 북핵 확장억제조치를 담은 ‘워싱턴 선언’부터가 문제였다. 선언이 발표된 4월 26일 한국 대통령실과 여당은 “사실상 미국과 최초의 핵 공유 선언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하루 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담당 국장은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사실상의 핵 공유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정면 부정했다.

미국의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올 1월 11일 윤 대통령은 외교부·국방부 업무 보고 자리에서 한국의 독자적 핵 개발을 언급해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미국은 이번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국의 독자적 핵 개발 의지를 막은 것으로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서울의 외도가 동맹의 위험 요인인데, 이번 선언은 미국이 이를 선제적으로 제어한 영리한 노력”이라고 밝혔다.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핵 확장억제를 통해 미국은 목표를 달성하고, 한국은 제어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진짜 문제는 반도체를 포함한 경제다. 바이든 행정부는 작년 8월 제정한 반도체 과학법으로 1990년대에 미국이 누렸던 세계 반도체 생산량 37%를 회복하고 싶어 한다. 그동안 한국 대만 동아시아로 보낸 반도체 제조업을 미국이 다시 유치해 미국의 공급망과 미국인의 일자리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반도체 과학법은 미 동맹국 기업들이 중국에 최신 반도체 장비와 기술 수출을 금지하는 것도 목표다.

문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처한 절박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총생산량의 40%, SK하이닉스는 48%를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고 중국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중국에 최신 반도체 장비와 기술이 들어오지 않으면 중국에 막대한 투자(삼성전자 330억 달러, 약 44조 원)를 한 우리나라 기업들이 반도체 생산을 못하고 포기해야 한다. 이처럼 반도체는 한미정상회담에서 풀어야 할 주요 과제였다. 이번 회담에서는 반도체 이외에 전기자동차, 한미 원전동맹의 회복 등 미국과 풀어야 할 여러 경제 현안들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 국빈 방문에 경제사절단만 122개사가 대거 참여하면서 윤 정부의 세일즈 외교에 관심이 쏠렸다. 이번 세일즈 외교는 성과가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미 정상은 한국에게 긴급한 경제적 우려들을 거의 다루지 않았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미국 측 시나리오는 무엇이었을까? 4월 24일 제이크 설리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한미의 경제 및 인적 유대가 이번 회담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한국은 지난 2년간 1000억 달러(약 133조 5000억 원) 이상을 미국에 투자했고, 이는 미국 전역에 걸쳐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설리반은 이번 회담의 목표가 한국 제조업들의 미국 진출이고, 미국인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로 이번 회담은 설리반의 기획대로 진행되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나라 국민에 대한 배려는 없었고, 미국은 1000억 달러라는 전리품을 챙겼다. 나아가 한국이 앞으로 더 많이 미국을 위해 투자한다는 것을 ‘한미 정상 선언문’으로 문서화했다.

블룸버그는 이것을 윤 대통령이 감수할 막대한 위험이라고 했지만, 현실은 우리나라 국민이 맞이할 막대한 위기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해외 유출은 새로운 문제를 낳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제조업들이 떠난 자리에 남을 노동자들과 가족의 삶이 송두리째 무너진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이들 제조업과 노동자 가족들에 의존해 온 지역 경제, 지역 공동체도 함께 위기에 처한다. 이것은 국가와 국민의 불행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으로 우리나라 국가와 국민이 맞이할 위기는 더욱 전면적이고 더욱 전국화될 것으로 보인다. 책임지는 정치와 정부가 없는 가운데 이제부터 애먼 시민만 고단하게 해법을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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