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청동초 3학년 故황예서 양을 추모하며

  •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
  •  |   입력 : 2023-05-03 19:26:51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0살 예서야! 안녕.

모르는 사람이 이름 불러서 놀랐지? 아줌마는 예서와 예서 언니 또래의 두 아들(11세, 15세)을 키우고 있는 부산 엄마야. 요즘에는 아줌마라고 안 한다니, 그냥 ‘이모’라고 할까 싶은데, 괜찮겠니? 이모는 신문기자야. 예서가 얼마 전 영도구 청동초 등굣길에서 사고를 당해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소식에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단다. 예서가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는지를 함께 기억하고, 못난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이렇게 편지를 띄워.

이모네 신문사는 사고가 난 지난달 28일부터 오늘(3일)까지 줄곧 이 일을 취재하고 있어.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안전장치 없이 1.7t짜리 무거운(원통형) 짐을 옮기는 작업을 하다가, 그 짐이 비탈길을 굴러 재잘대며 걷던 예서를 뒤에서 덮친 사고가 왜 났는지,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져 묻고 파헤쳐서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어. 

예서야, 그날 아침도 다른 날과 비슷했겠지. 8시40분까지 등교에, 걸어서 10~15분 걸리니 늦어도 7시30분쯤 일어나지 않았을까. 중학생 언니랑 함께 쓰던 2층 침대에서 뒤척이다가, “일어나야지” 하며 토닥거리던 엄마 손길에 벌떡 깨서 엄마 품에 포옥 안겼겠지. 예서 방에 있는 유치원 졸업식 사진을 보니, 반찬 투정 안 하고 밥도 야무지게 잘 먹었을 것 같더라. 이모집 아침메뉴를  생각해보면, 간계밥이나 시리얼, 토스트, 누룽지 중에 하나를 먹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를 외치면서 현관문을 나선 그날 이후, “학교 다녀왔습니다”며 힘차게 그 문을 열지 못했구나. 

예서야, 네가 다녔던 등굣길은 부산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었기에 이모네 신문사는 40여 일 전 ‘안전하게 만들어 달라’고 여러 번 기사를 썼어. 20년 넘게 예서를 포함해 수많은 청동초 아이가 매일 후문에 있는 높이 2m 넘는 옹벽 위를 안전펜스 없이 다녔잖아. 국회의원, 부산시교육청, 부산시, 영도구, 영도경찰서 등 너희들 안전을 책임져야 할 어른들이 손을 놓고 있었지. 지금 와서 보니 예서가 집을 나와 옹벽에 도착하기 전 지나다니던 그 비탈길도 참 위험했겠구나. 

그래서, 정말 안타까워. 그때 학교 주변을 빠짐없이 취재해서 불법 주정차를 일삼는 어른과, 위험한 일을 하는 어른과, 안전하지 않은 펜스를 설치한 어른과, CCTV를 달아서 불법 주정차를 막아 달라는 요구를 무시한 어른 등. 이렇게 많은 사람이 제 할 일을 안 하고,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며, 빨리 대책을 만들라고 크게 목소릴 냈다면 네가 떠나는 걸 막을 수  있었을까.

얼마 전 아빠가 글을 쓰셨더라. 너무 보고 싶은 예서를 세상 사람이 함께 기억해 주기를 바라신다고. 5월에 예서 생일이 있어서 미리 선물을 사 회사에 보관했는데 전해 주지 못했다고, 일주일 용돈이 정말 적은데도 차곡차곡 모아서 “엄마아빠 생일선물 사 줄거야”라며 애교 넘치는 딸이라고 칭찬하셨단다. 만 8살 꼬맹이가 수건을 3단으로 그렇게 예쁘게 갠다면서? 우린 알잖아, 네 식구가 사는 집 빨래 양이 엄청난 거. 이모집 오빠들은 살살 달래다가 고함을 질러야 겨우 몇 장 개고 도망치는데. ‘예서 최고’라는 아빠 말씀에 이모도 한 표!

예서야, 이모네 신문사는 앞으로도 청동초 등굣길을 취재해서 다시는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힘쓸거야. 그러려면 ‘힘 있는’ 어른이 많이 도와야 해.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불법 주정차를 하거나 위험에 빠뜨릴 만한 일을 하면 큰 벌을 주고, 차량이 돌진해도 끄떡없는 튼튼한 안전펜스가 필요하고, 안전요원이 등하굣길에 너희를 돕게 하는 그런 법이 필요할 거야. 나쁘고 못난 어른들이지만, 지금부터라도 각자 일을 열심히 해서 지금보다는 더 안전한 등굣길을 만들도록 힘을 모을게.

예서야! 너무 긴 편지에 지루했지? 안전 대책이 많이 늦어 속상하겠지만, 지켜봐 주면 고맙겠어. 그리고 사고 다음 날 가기로 했던 태권도 1품 심사, 그곳에서나마 꼭 통과해서 품띠 메고 엄마아빠 꿈속에 자랑하러 오려무나. 

고(故) 황예서 양의 명복을 빕니다.

임은정 메가시티사회부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2. 2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3. 3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4. 4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5. 5“한국 핵 잠수함·전작권 전환, 美 민주 승리로 제약 커질 듯”
  6. 6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7. 7‘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8. 8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6일
  10. 10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3. 3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4. 4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5. 5곽규택 “산은, 대한항공이 통합 LCC 부산 설립 거부시 호반지원해야”
  6. 6신천지 의혹 역풍 휩싸인 김민석…계파갈등 격화(종합)
  7. 7양당 모두 400억 토해낼 위기..선거법 개정 화두로
  8. 8전재수 시정 첫 행감…국힘, 기관장 인선 등 파상공세 예고
  9. 9부울경 全 국회의원 회생촉구 서명…노동청, 지광 출석 요구
  10. 10이준석 "지광, 현금잔고 70억 증명서 제출하고 34억 원 체납, 이상한 일"
  1. 1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2. 2‘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3. 3팔란티어 AI와 함께 만든다…부산 신발업체 창신 ‘혁신 점프’
  4. 4비수도권 미분양 적체…LH 매입 신청 86% 탈락
  5. 52005 APEC 이벤트서 대표축제로…100만 인파관리 ‘근육’ 키웠다
  6. 6수능날 증시 10시 개장…애프터마켓 오후 5~8시
  7. 7한 달 새 금융사 37곳 47만 건 해킹…털린 돈도 10억
  8. 8비에 화약 젖을라 손길 분주…400m 대형 불꽃 ‘카운트다운’
  9. 9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10. 10부산 ‘에이지테크’ 해외 노크…日 시니어 시장 진출 길 열어
  1. 1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2. 2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3. 3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4. 4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6일
  6. 6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7. 7황령산 봉수대 영문 안내판 설치키로
  8. 8문 전 대통령 거제생가 복원, 진통 끝 시의회 통과
  9. 9왼쪽 팔·다리 못 써 휠체어 의존…홀로 병마와 싸우는 60대
  10. 10김해·전주시장 “특례시 기준 낮춰달라”
  1. 1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2. 2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3. 3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4. 4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5. 5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6. 6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7. 7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8. 8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9. 9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10. 10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부산 관광 다음 키워드는 ‘건축관광’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공공재
선출 권력 통제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능인선원, 체불임금마저 대여금으로 처리하려 하다니
미 민주당 상·하원 장악…통상·안보 전략 재점검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낯설고도 궁금했던 부산과의 첫 만남
일상으로의 초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오래된 건축이 만드는 새로운 연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