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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대중교통 무제한 티켓

  •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  |   입력 : 2023-05-09 19:20:50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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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교통카드로 요금을 지불하지만 1980년대까지는 회수권을 내야 했다. 회수권은 10장이 한 묶음이었다. 이를 가위나 칼로 잘라 사용하는데 일부 중·고등학생은 조금씩 폭을 어긋나게 잘라 11장으로 만들어 쓰기도 했다. 이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도 나온 장면이다. 수업이 끝난 뒤 버스비로 간식을 사먹고 집으로 걸어가는 아이들도 있었다. 사회생활에 꼭 필요한 돈이지만 아까운 게 교통비라는 사람이 많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4분기 가계 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소비지출 중 교통비가 16.4%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른 생활비는 어떻게든 줄일 수 있어도 교통요금은 줄일 수 없는 비용이다. 그나마 버스와 도시철도 간 환승이 되면서 부담이 줄었으나 여전히 아쉽다는 사람이 많다.

지난해 독일은 ‘9유로 티켓’을 내놓아 큰 호응을 얻었다. 한 달 간 9유로(약 1만3000원)를 내면 독일 내 거의 모든 열차와 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었다. 독일 시내 대중교통 기본요금은 3유로다. 3번만 타면 본전을 뽑는 셈이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려 지난해 6~8월 한시적으로 시행됐다. 석 달간 5200만 장이 팔렸다.

‘9유로 티켓’ 인기에 힘입어 이달 초 49유로(약 7만2000원)짜리 ‘도이칠란트 티켓’이 출시됐다. 이 티켓이 있으면 고속철도, 도시 간 특급열차, 고속버스를 제외한 모든 근거리 대중교통을 무제한 탈 수 있다. 월 49유로를 내면 독일 전국을 여행할 수 있는 것이다. 판매 첫날인 지난 1일 300만 명 이상이 티켓 구매에 나서면서 독일 철도 홈페이지가 마비됐다. 유럽 단기 체류자도 구매가 가능하다. 이 티켓은 대중교통 이용을 늘려 기후위기를 막자는 취지다. 물론 에너지 위기에 물가가 폭등하면서 서민 교통비 부담을 덜어주려는 목적도 있다. ‘9유로 티켓’ 운영 결과 대중교통 이용률이 25% 증가했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180만t줄었다고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교통 복지와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에선 세종시가 2025년 무상버스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부산시는 올해부터 대중교통 통합할인제 도입과 함께 어린이 요금 전면 무료화를 시행하기로 했다. 시민이 월 4만5000원으로 대중교통을 마음껏 이용하는 제도이다. 과감한 대중교통에 대한 지원 확대가 서민 부담과 기후위기를 막을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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