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화요경제 항산항심] 길복순과 메타버스

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사장을 위한 노자’ 저자

  • 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
  •  |   입력 : 2023-05-15 20:00:55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업계 모든 킬러들이 그녀를 우러러본다. 존경과 선망의 눈빛이다. 화려한 데뷔를 꿈꾸며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는 연습생 킬러들에게는 내 마음속 BTS나 다름없다. 소속사 대표도 그녀를 맘대로 못 하니 가히 킬러 업계 끝판왕이다. 그런 그녀에게는 열다섯 살 딸이 있다. 살인이야 ‘누워서 떡 먹기’인 그녀지만, 사춘기 딸과의 대화는 ‘산 넘어 산’의 난제다. 영화 ‘길복순’ 이야기다. ‘길복순’은 집에서는 자상한 ‘엄마’로, 직장에서는 유능한 ‘킬러’로 살아가는 한 여자의 일과 삶에 대한 잔혹 드라마다.

엄마와 킬러. 영화적 장치로 내세운 두 개 정체성의 간극은 크고 깊다. 모순과 역설이 가득한 이중적 삶이다. 간극의 차이만 있을 뿐, 일상 우리 모습도 그리 다르지 않다. 직장에서의 내 모습이 집에서의 그것과 같을 리 만무하다. 가정은 사적인 울타리 안에 있고, 일터는 공적인 테두리 안에 있어서다. 그렇게 우리는 공과 사를 구분하며 매일을 산다. 사적인 삶을 살아가는 ‘1번 나’와 공적인 삶을 살아가는 ‘2번 나’, 두 개의 나를 가지고 사는 거다. 아니, 상황과 입장에 맞추어 훨씬 더 잘게 쪼개진 여러 개의 나로 산다. 이름하여 ‘멀티 페르소나’. ‘길복순’에게서 메타버스 개념이 겹쳐 보였던 건 그래서다.

메타버스는 아바타를 통해 다른 이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디지털 공간이다. 마우스와 키보드, 2차원의 평면 모니터를 통해 소통하던 웹과 달리, 메타버스는 3차원이다. 공간화 된 웹이다. 메타버스로 풍덩 뛰어든 우리는, 나의 세계관에 맞추어 시대를 설정하고, 공간을 창조한다. 조물주가 따로 없다. 디지털로 만들어진, 가짜인 듯, 가짜 아닌, 가짜 같은 현실 세계다. 메타버스 속 ‘나’와 물리적 현실의 ‘나’가 똑같을 수 없다. 물리적 현실은 ‘주어진’ 현실이지만, 디지털 현실은 내가 ‘만들고 편집하는’ 현실이라서다.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내가 원하는 시공간에서, 내가 원하는 걸 만들어, 사람들과 교류하고, 거래하며 살아갈 수 있는 거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암호화폐와 NFT 기술을 통해서다.

“개인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진정한 나, 흔들리지 않는 본래의 나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대인 관계에 따라 드러나는 다양한 자아가 모두 나 자신이며, 한 명의 인간이란 여러 자아의 합이다.”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의 문장이다. ‘십인십색’을 넘어 ‘십인백색’의 세상이다. 아침 기분 다르고, 저녁 생각 다르다. ‘나다움’은 변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이 모든 요소들이 합쳐진 게 나다. 요컨대, 모든 인간은 다층적이고, 다면적이며, 다중적이다.

획일화의 효율은 과거의 이야기다. 창의적 다양성이 각광받는 세상이다. ‘부캐’가 부상한 배경이다. 유재석의 ‘유산슬’과 김신영의 ‘다비이모’가 화제를 모았다. 카페 사장 ‘최준’과 힙합가수 ‘마미손’이 이목을 끌었다.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서준맘’은 또 어떻고. 현실에서는 보여줄 수 없었던 또 다른 나의 모습이 고유의 세계관과 함께, 부캐를 통해 구현된다. 크고 작은 메타버스 공간 속에서다.

메타버스는 내 안에 있는 다양한 정체성을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현실에서 가질 수 없었던 새로운 기회를 탐색할 수 있는 공간이다. 나란 존재의 다채로운 매력과 가치가 메타버스를 통해 극대화된다. 그러니 ‘부캐의 발견’은 기 못 펴고 숨죽이고 있던 ‘또 다른 진짜 나’를 찾아가는, 정체성 회복의 여정이다. 현실이란 감옥에 갇혀있던 내가, 메타버스라는 날개를 달고 감행하는 행복한 탈주극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미 우리는 본캐와 부캐의 경계를 넘나들며 무지갯빛 나를 빚어내며 산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속성이라서다. 메타버스는 그 팔색조 변주의 음악당이다. 혁신적인 인공지능 서비스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온다. 메타버스의 사용자경험 개선으로 이어질 요소들이다. 메타버스로의 인류 대이동도 시간 문제다 싶다.

장자의 ‘호접지몽’을 곱씹어 본다. 디지털 현실 속 아바타가 진짜 나인지, 물리적 현실 속 내가 아바타인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도.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거제 2000번 버스 개통 이후 9년 만에 요금 첫 인상
  2. 2명절 때 더 심해지는 층간소음 갈등… 작년 추석 연휴 3일간 339건 경찰 신고
  3. 3[종합]이재명, 尹 대통령에 '민생영수회담 제안'... 여 "뜬금포"에 야 "전제군주" 반박
  4. 45년간 과대포장으로 5억5000만원 과태료
  5. 5'부산 돌려차기' 男 보복 협박 혐의로 송치
  6. 6[카드뉴스]먹어도 살 빠지는 '뇌 스위치' 발견
  7. 7이탈리아어과 교수가 부산을 사랑하는 법?…"세계박람회 유치 기원해요"
  8. 8올해 로또복권 절반 수도권서 구매…8월까지 1조8000억
  9. 9교통신호 체계 현장사정에 맞게 탄력적 운영 어떨까
  10. 10식지 않는 위스키 인기…올해 1~8월 韓 수입량 40% 급증
  1. 1[종합]이재명, 尹 대통령에 '민생영수회담 제안'... 여 "뜬금포"에 야 "전제군주" 반박
  2. 2단식과 검찰로 보낸 이재명의 시간
  3. 3이재명, 尹에 '민생영수회담' 제안, 與 "뜬금없어, 대표회담부터"
  4. 4尹, 원폭피해 동포들과 오찬 "한일관계 미래지향적 발전시킬 것 "
  5. 5민주당 원내수석에 박주민 의원 선임
  6. 6추석 앞 윤 대통령 지지율 36.0%로 1.8%p↓…국민의힘 36.2% 민주 47.6%
  7. 7이재명 추석 인사 “무능한 정권에 맞서 국민 삶 구하겠다”
  8. 8연휴 첫날 인천공항 찾은 윤 대통령, "수출 수입 더 늘려야"
  9. 9구속 피한 이재명…여야 ‘검찰 책임론’ 두고 극한대치
  10. 10한미일 북핵수석대표, 北핵무력 헌법화에 "강력 규탄"
  1. 1명절 때 더 심해지는 층간소음 갈등… 작년 추석 연휴 3일간 339건 경찰 신고
  2. 2올해 로또복권 절반 수도권서 구매…8월까지 1조8000억
  3. 3식지 않는 위스키 인기…올해 1~8월 韓 수입량 40% 급증
  4. 4한국, 세계국채지수 편입 또 무산…정부 "제도 개선할 것"
  5. 5고금리에 빚 못갚는 청년…'신용불량' 된 20·30대 23만명
  6. 6산업부 "IEA 회원국과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 공조 강화"
  7. 7부산형 급행철도(BuTX) 이어 가덕철도망도 속도전
  8. 8주가지수- 2023년 9월 27일
  9. 9주인 못 찾은 복권 당첨금 436억…‘대박의 꿈’이 날아갔다
  10. 10‘악성 임대인’ 334명, 보증금 1조6533억 원 ‘꿀꺽’
  1. 1부산~거제 2000번 버스 개통 이후 9년 만에 요금 첫 인상
  2. 25년간 과대포장으로 5억5000만원 과태료
  3. 3'부산 돌려차기' 男 보복 협박 혐의로 송치
  4. 4[카드뉴스]먹어도 살 빠지는 '뇌 스위치' 발견
  5. 5부산 영도구 사찰에서 불...소방차 30대 출동
  6. 6[60초 뉴스]추석 명절동안 전통시장에 무료 주차하세요
  7. 7양산시립미술관, 1700억 투입 양산시 문화예술의전당 사업 발목 잡나
  8. 8서울~부산 7시간 20분…추석 귀성길 고속도로 정체 극심
  9. 9"길에서 두번째 명절"... 서울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차례
  10. 10[부고] 박무성 전 국제신문 사장 본인상
  1. 1[아시안게임] 여자 탁구 복식 신유빈-전지희, 북한 누르고 8강 진출
  2. 2[아시안 게임] 김우민 한국 수영 역대 3번째 3관왕
  3. 3[아시안게임]최동열 한국신기록으로 남자 평영 50m 동메달
  4. 4부산의 금빛 여검객 윤지수, 부상 안고 2관왕 찌른다
  5. 5추석연휴 첫날 金 쏟아지나…김우민 자유형 800m·황선우 계영 400m 출전
  6. 6세계 최강 어벤저스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팀, 중국 여유 있게 제치고 우승
  7. 75년 전 한팀이었는데…보름달과 함께 AG여자농구 남북 맞대결
  8. 8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여자 플뢰레, 단체전 은메달 확보
  9. 9‘요트 전설’ 하지민 아쉽게 4연패 무산
  10. 10한가위 연휴 풍성한 금맥캐기…태극전사를 응원합니다
우리은행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싱가포르다움’을 위한 그들의 선택
우리는 제1부두를 맘대로 할 자격이 없다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과학자들의 소통방식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기고 [전체보기]
대통령의 ‘서울·부산 2개 성장 축’ 실현되려면
안전한 세상에서 아동은 꿈을 펼칠 수 있습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교권회복 시킨다더니…교육부, 교사 집단연가에 으름장
‘고삐 풀린’ 부산 분양가 괜찮나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꼰대세상
파격적 세대교체를 소망한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달’ 대신 ‘손가락’만 보세요
세계는 지금, 반도체 전쟁 중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양말 뒤집어 신기
‘학생의 날’이 있다면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자연과 인간을 잇는 원초적 매개체
무대 밖으로 뛰쳐나온 예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PK는 목마르다
이젠 팬이 원하는 감독을 보고 싶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3위가 목표인 대회
부산형 급행철도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명란과 옹기
시즈오카의 녹차 젤라또
사설 [전체보기]
이재명 영장 기각…여야는 사과하고 정치하라
부산 영도에 들어설 도시재생 거점 기대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명절 때 나눌 치매 예방 이야기
역사 전쟁과 자유론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와 의료민영화
간호법 제정안과 지역사회 보건의료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해인의 서랍에서
친구에게 추천하는 두 권의 책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독일을 보면서 곱씹어보는 교훈
골짜기 세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불편한 제의
사적 공간의 미학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야만의 과학
밥의 길, 쌀의 미래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베로나 아레나 오페라 페스티벌
글로컬대학 30, 성공은 총장 리더십에 달렸다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잼버리 파행을 부산엑스포 전화위복으로!
민주당이 ‘노무현 정신’을 되살리려면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화해의 와인
와인, 스토리텔링
특별기고 [전체보기]
수산업 몰락 재촉하는 후쿠시마 방사능 선동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가 비과학적인 이유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12음기법
바이로이트 음악축제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화가 장욱진이 온다
황창배의 ‘곡고댁(哭高宅)’
CEO 칼럼 [전체보기]
세계박람회와 벡스코 제3전시장
우리가 몰랐던 지역의 잠재력과 성장성
  • 맘 편한 부산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