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사난장] 건설노조가 정말 강요죄인지 고민해주세요

정부 수백년 전 사고방식…집회와 파업을 ‘죄악시’

‘노가다’라며 무시하더니 고용 요구가 중범죄인가

김두현 변호사

  • 김두현 변호사
  •  |   입력 : 2023-05-25 19:17:29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밥 먹을래? 나랑 뽀뽀할래?” “차 세워, 빨리!” “밥 먹을래? 나랑 같이… 죽을래?” 2004년 방영된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소지섭은 차를 세워달라는 임수정의 말을 무시하고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어찌 보면 강요죄가 성립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 협박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것이 강요죄인데, 소지섭은 달리는 차에서 “같이 죽을래?”라고 협박하여 ‘의무 없는 일’인 밥 먹기를 강요했다. 소지섭은 강요죄로 처벌받아야 할까?

요즘 건설노조에 대한 국가의 광기가 무섭다. 보통 범죄수사는 피해자 고소에서 시작되는데 건설노조 수사는 고소 여부와 무관하게 광역경찰청 단위에서 대대적인 인지수사를 벌이고 있다. 심지어 경찰이 특진을 내걸고 건설업체들에 고발을 종용한 정황도 보인다. 경찰이 건설사 현장소장들에게 “채용 안 하면 집회를 하겠다 등 노조원이 겁을 준 내용을 작성해 주시면 좋다”고 적힌 고발장 예시 문건을 돌렸다는 것이다. 경찰청이 건설현장 특별단속과 관련해 내건 특진은 50명이다. 전세사기 특별단속 특진 30명보다도 많다. 어지간한 건설노조 간부들은 출석요구서와 압수수색을 받았으며, 하루가 멀다 하고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있다. 수사 역량의 집중도만 보면 33년 전 군인 출신 대통령이 전국의 조직폭력배를 일망타진한다며 벌인 ‘범죄와의 전쟁’이 떠오를 정도다. 윤석열 대통령이 건설노조를 ‘건폭’으로 지칭할 때부터 예견된 수순일지도 모른다.

건설노동자들이 정말 조폭만큼 잘못했을까. 검경이 적용 중인 혐의를 요약하면, ‘집회 파업’을 계속하겠다고 건설업체를 ‘협박’하여 ‘의무 없는 일’인 ‘조합원 채용, 월례비,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집회와 파업은 모두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고, 원래 상대방에게 ‘법적 의무 없는’ 무언가를 요구하기 위해 하는 일이다. 생각해 보라. 그간 사람들은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건설사가 우리 동네 교통혼잡 문제를 해소할 때까지, 사장이 물러날 때까지 ‘집회’를 하겠다고 ‘협박’했다. 대통령 하야와 교통해결, 사장 퇴진은 모두 그들에게 법적으로는 의무 없는 일이다. 법적의무를 발생시키려면 탄핵을 하거나, 민사소송을 하거나, 주주총회에서 해임결의를 해야 한다.

파업도 마찬가지다. 전국 모든 노조는 ‘의무 없는 일’인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공장을 세워버리겠다(파업하겠다)”고 협박하지만 아무도 처벌되지 않는다. 집회와 파업은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적법한 권리행사이기 때문이다. 집회와 파업이 불법인 시절도 있었다. 수백 년 전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국가에서 합법이다. 오히려 집회와 파업을 방해하면 그게 불법이고 범죄다. 그런데 요즘 건설노조를 대하는 국가 태도를 보면 이대로는 집회와 파업으로 뭔가를 요구하는 행위를 모두 죄악시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민주주의 헌법이 없던 수백 년 전 사고방식이다.

그래도 ‘채용요구’는 우리 사회의 공정·정의 관념에 반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건설현장은 경쟁공채를 하지 않는다. 경쟁은커녕 오히려 우리 사회는 ‘노가다’라며 건설노동자를 무시했다. 그런 건설노동자들의 제일 큰 문제는 고용불안이다. 건설공사는 몇 개월 단위로 이뤄지고 공사가 끝날 때마다 이들은 실직한다. 단기 기간제 계약이 반복되니 약자인 ‘을’ 정도가 아니라 ‘병’ ‘정’도 되지 못한다. 그러니 건설업체가 바쁘다며 추가수당도 없이 불법적인 야근을 요구해도, 안전장치도 없는 불법현장을 만들어놔도 일해야 한다. 건설현장에서 매년 수백 명씩 사고로 목숨을 잃는 이유다.

노조를 만들어 적정 임금과 산업안전보건법 준수를 요구했더니 업자들은 노조원을 채용하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건설노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고용요구다. 건설현장이 바뀌어도 조합원을 배제하지 말고 재고용하라는 것이다. 그게 그렇게 큰 죄악인가. 조폭처럼 전쟁 치르듯 국가수사력을 총동원해 짓밟고 모조리 구속해야 할 일인가. 지금 정부가 하는 일이야 말로 협박이고 강요다. 2023년에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건설노동자들에 대한 국가폭력이다.

그래서 소지섭은 강요죄가 될까? 달리는 차에서 “같이 죽을래?”는 집회나 파업과 달리 적법한 수단이라 보기 어렵다. 따라서 임수정에게 달렸다고 본다. 임수정이 특별히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면 죄가 안된다. 하지만 임수정이 실제로 위협을 느꼈고, 그래서 경찰서에 고소했다면 죄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다만 ‘밥 먹기’는 의무 없는 일이긴 해도 사회통념상 범죄로까지 보긴 어려울 것 같다. 그러니 내가 검사라면 강요죄보다는 법정형이 낮은 협박죄를 적용하여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하되, 임수정의 처벌의사나 소지섭의 반성의 정도에 따라 기소유예 처분을 할 수도 있다. 이게 이렇게 진지할 일인가 싶지만, 건설노동자의 강요죄 적용도 고민해 주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썼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2. 2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3. 3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4. 4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5. 5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6. 6‘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7. 7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8. 8부산으로 이주하고, 먼 여행 떠나고…두 작가 그림이 달라졌다
  9. 9[기고] 부산 관광 다음 키워드는 ‘건축관광’
  10. 10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홍익표 정무수석 사의 표명…후임에 최인호 HUG 사장 거론
  3. 3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4. 4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5. 5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6. 6청와대 정무수석에 최인호 HUG 사장 지명
  7. 7[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소폭 반등한 41%…민주36%·국힘 28%
  8. 8이 대통령, 법무장관 후보자에 이용철 지명…국세청장엔 안덕수
  9. 9김민석, 신천지 논란 재차 사과…“상처 입은 모든 분께 죄송”
  10. 10'조작기소 특검법' 오늘 與 주도 국회 본회의 처리 전망
  1. 1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2. 2‘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3. 3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4. 4부산 외국인 관광객 400만시대 성큼... 카드소비 1조 돌파
  5. 5비에 화약 젖을라 손길 분주…400m 대형 불꽃 ‘카운트다운’
  6. 6팔란티어 AI와 함께 만든다…부산 신발업체 창신 ‘혁신 점프’
  7. 7비수도권 미분양 적체…LH 매입 신청 86% 탈락
  8. 82005 APEC 이벤트서 대표축제로…100만 인파관리 ‘근육’ 키웠다
  9. 9수능날 증시 10시 개장…애프터마켓 오후 5~8시
  10. 10한 달 새 금융사 37곳 47만 건 해킹…털린 돈도 10억
  1. 1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2. 2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3. 3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4. 4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5. 5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6. 6[속보]혼자걷던 여성 5차례나 범죄대상 물색, 성폭행 혐의 30대 男 징역 4년 선고
  7. 7농어촌 기본소득 공모 탈락 거창군, 자체 조례 제정해 ‘거창형 기본소득’ 추진
  8. 8황령산 봉수대 영문 안내판 설치키로
  9. 9왼쪽 팔·다리 못 써 휠체어 의존…홀로 병마와 싸우는 60대
  10. 10신비로운 심해로 초대합니다 해운대빛축제
  1. 1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2. 2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3. 3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4. 4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5. 5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6. 6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7. 7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8. 8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9. 9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10. 10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부산 관광 다음 키워드는 ‘건축관광’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공공재
선출 권력 통제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능인선원, 체불임금마저 대여금으로 처리하려 하다니
미 민주당 상·하원 장악…통상·안보 전략 재점검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낯설고도 궁금했던 부산과의 첫 만남
일상으로의 초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오래된 건축이 만드는 새로운 연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