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의 비수도권 2차 이전에 관한 로드맵을 예상과 달리 오는 7월까지 발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국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지역 간 갈등을 고려해야 하고 정치 일정도 있어 로드맵을 언제까지 발표하겠다고 확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상 기관 발표가 연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도 “내년에나 발표할 수 있다”고 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도 공공기관 2차 이전 입지와 대상 기관 기준 등 원칙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으나 정부안을 확정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우 위원장은 올해부터 공공기관 2차 이전이 가시화된다고 여러차례 공언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을 공식화한 바 있다. 공공기관 이전을 지방균형발전의 핵심 축으로 삼는다는 복안이다. 이처럼 현 정부의 국정과제를 두고 갑작스럽게 입장을 뒤집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정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기관 유치를 위한 지역 간 갈등이 증폭될 수 있어 공공기관 2차 이전 기본계획을 밝히기 어렵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각 지자체가 이전 공공기관을 유치하려 경쟁을 벌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정부도 이미 예상했을 것이다. 윤 정부 출범 1주년이 넘었으나 국토부가 이전 지역은 차치하고 대상 공공기관의 규모도 제대로 정하지 못했다고 하니 정부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애초 120개로 추산되던 이전 대상 공공기관이 현 정부 들어 360여 개로 늘어났다가 최근에는 500여 개에 이른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이런 점이 유치 경쟁을 부추긴 측면이 크다. 또한 비혁신도시 지자체들이 혁신도시 외의 지역에도 공공기관을 이전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요구하는 것도 혼선을 키우는 요인이다.
무엇보다 정부 입장이 불명확해지면서 공공기관 이전을 또다시 총선용 공약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자칫 시간만 보내다 이전이 무산된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18년 9월 2차 공공기관 이전 추진을 처음 언급했다. 이어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재차 이행을 약속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이전 문제가 총선과 연계되면 추진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 계획이 차일피일 지연되면 수도권 집중화와 지역 소멸이 가속화할 수 밖에 없다. 그동안 정부는 수도권·비수도권을 아우르는 국가균형발전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라며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공식화했다. 지역 갈등, 이전 대상 공공기관 반발은 예상됐던 문제인 만큼 로드맵 발표를 예정대로 상반기에 마무리지어 총선 변수를 줄이는 게 현명하다. 정부 의지가 확고하다면 신속한 추진만이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이 대국민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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