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를 축적하고자 하는 욕망은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 중 하나이며, 사람들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지적, 경제적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자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는 매우 다양하며, 어쩌면 돈과 연관되지 않는 상황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다. 인간의 정신을 풍요롭게 만드는 예술 분야도 더 이상 예외는 아니다. 미술품의 구매는 오래전부터 특정인 만의 부의 축적과 권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여겨졌으나, 지금은 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미술품에 쉽게 접근하고 즐기는 수준을 넘어 경제 활동 수단으로 여기는 상황이 되었다. 돈과 미술의 어울리지 않는 이러한 동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누구도 여기서 자유롭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영국의 현대예술가 데미언 허스트(1965 ~)가 “나는 예술이 화폐보다도 더 힘센 통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처럼 투자 대상으로서 미술품의 자본화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실제 양적 완화로 국제 기축통화인 달러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미술작품은 이러한 가치하락을 만회할 수 있는 문화적 기축통화로서 인식되고 있다. 그리고 세계 미술시장을 독식하는 유럽과 미국의 주요 갤러리들은 자신들의 권위와 막대한 자본, 전속된 세계적인 작가들을 앞세워 문화산업의 주축으로서 미술시장을 바탕으로 세계 경제에 막대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인당 GDP가 3만 달러를 넘으면서 미술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을 갖춘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미술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더욱이 2021년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보상소비, 높은 투자 수익률 대상으로서 미술품에 대한 인식, 서울이 아시아 중심 미술시장으로 급부상하는 등의 이유로 미술품 구매가 전례 없이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상황은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2022년 하반기부터 세계 경기침체와 더불어 하향세로 돌아서 미술시장은 점차 식어가고 있다. 하지만 급성장의 과정에서 미술품 구매자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술품 단기 투자자들이 마치 쓰나미처럼 휩쓸고 지나가면서 야기시킨 폐단과 파장은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술품 감상과 미술품 수집은 인생을 매우 풍요롭게 만드는 일이다. 미술품을 구매하고 수집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으나 유감스럽게도 진정한 컬렉터는 투자자들이 난무하는 미술시장에서 만들어지기 힘들다. 그 시장을 벗어나 자신의 내면에서 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미술관 박물관 갤러리의 전시회에서 작품을 감상하며 작가의 생각과 교감하고 자신의 가치관, 인생철학을 되짚어 보는 습관을 통해 마음으로 작품을 대면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그리고 지식적으로도 미술사, 작가, 미술 경향의 패러다임 등을 부단히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 작품을 보는 안목은 이러한 오랜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갖추어지게 되며 비로소 자신만의 취향이 완성된다. 적절한 안목과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을 소유하려는 순수한 마음이 결합되었을 때 컬렉션은 시작된다. 구매한 작품의 가격이 올라 수익을 거두는 것은 덤이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구입했다면 심미적 만족감을 누릴 수 있다. 이것이 컬렉션의 정석이다. 따라서 컬렉터는 미술시장의 흐름에 초월할 수 있으며 순수한 ‘미술의 맛’을 일상에서 향유할 수 있다. 세기의 컬렉터 페기 구겐하임(1898~1979)은 당시 주목받지 못했던 마르셀 뒤샹, 막스 에른스트, 살바도르 달리, 피에트 몬드리안 같은 초현실주의와 표현주의 작가들의 작품을 사들이고 잭슨 폴록 같은 신진 작가들을 후원했다. 이들은 모두 현대미술의 거장이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안목을 믿고 그들의 작품을 사랑하고 즐겼으며 잠재적 가치를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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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미술계의 거장 이우환 작가(1936 ~)는 “경매에서 내 이름을 빼줬으면 좋겠어요. 미술은 아트페어나 옥션을 통해서도 알려지는 게 사실이지만, 그런 건 주식 시장 같은 거지 예술과는 아무 관계도 없어요”하면서 “작품을 진정으로 좋아해서가 아니라 돈이 된다니까 사들인다면 경매에서 거래되는 내 작품 가격은 거짓이며, 작품이 담고 있는 사상과 철학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예술은 공허한 것”이라고 했다. ‘돈의 맛’은 자신의 내면과 소통하는 진정한 미술작품을 알아보는 눈을 가려버리고 자신의 취향이나 감성과는 무관한 돈이 되는 작품으로 이끈다. 그러나 돈이 된다고 믿는 작품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작가의 정신을 담은 미술작품은 한낱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만다. 미술작품은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 대상이 결코 아니다. 미술시장이 ‘돈의 맛’을 즐기는 미술품 투자자들의 투자거래처로 전락한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예술은 삶 전체에 관한 것이고, 돈은 삶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