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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원의 정치평설] 민주당이 ‘노무현 정신’을 되살리려면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

  •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
  •  |   입력 : 2023-06-01 19:39:36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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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는 더불어민주당에게 ‘노무현 주간’이었다.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대통령 14주기 추모식에 당이 총집결하다시피 했다. 참석자 누구나 ‘노무현 정신’을 얘기했다. 정작 요즘 민주당은 그와는 정반대로 가는 듯 보인다. ‘반칙과 특권 없는 사회’. 노무현 정신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말이다. 최근 민주당을 도덕성의 늪에 빠뜨린 돈 봉투 전당대회 사건. 돈으로 표를 매수해서라도 이기면 그만이라는 구시대 정치권의 전형적 반칙이다. 무엇보다 독재정권 시절 민주당이 “민주화”를 외치며 그토록 타도하고자 했던 첫 번째 대상이었다.

물론 해당 관련자들은 “절대 그런 일 없다”고 펄쩍 뛰고 있다. 아울러 야당탄압을 위한 검찰의 악의적 시나리오까지 들먹인다. 그러나 구속된 핵심 피의자의 녹취록 내용은 그들의 항변을 무색케 만든다. 세간 민심이 의혹에서 비난으로 바뀌자 관련 의원 2명이 당을 떠났다. 그때까지 당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이젠 서로 남남이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일까. 당 지도부는 이 사건을 거의 입에 올리지 않는다.

정말 민주당이 이번 사안에 반성과 책임을 느낀다면 단호히 해야 할 게 하나 있다. 특권 없는 사회 만들기에 지금이라도 적극 나서는 것이다. 검찰이 탈당 의원 2명에게 발부한 체포동의안 처리 문제다.

회기 중 현역 의원을 체포할 경우 검경은 국회로부터 체포동의를 받아야 한다. 독재 시절도 아닌 민주화 이후에도 이런 특권을 국회의원이 누리는 것에 진작 비판이 쏟아졌다. 그래서 여야 모두 선거 때마다 특권 포기를 공약하곤 했다. 지난해 대선 때 민주당 이재명 후보 역시 정치개혁 1번으로 약속했던 사안이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아직 그는 가타부타 말이 없다. 사실 그로서도 곤혹스러울 것이다. 다름 아닌 그 자신이 불체포특권의 보호막에 피신해 있는 탓이다. 이른바 대장동 비리와 관련해 발부된 체포동의안을 절대 과반 의석의 민주당이 가볍게 부결시켜 버렸던 것. 아마도 이번에 체포대상이 된 2명으로선 정말 이 대표가 ‘믿을 언덕’이지 않을까. 이 대표 역시 한솥밥을 먹었던 2명과의 정치적 의리가 소중할 수 있다. 그러나 노무현 정신은 이런 잘못된 정리(情理)와 인연과의 과감한 단절을 요구한다. 실제 그는 집권 초반 불거진 대선자금 문제로 자신의 친구였던 총무비서관과 왼팔로 불렸던 측근을 감옥에 보냈다.

안타깝게도 민주당과 이 대표가 ‘노무현답게’ 처신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돈 봉투 사건 때 보여 준 부적절하고 소극적 태도가 바로 연이어 터진 김남국 코인 사태에도 반복되고 있지 않은가. 물론 김남국도 똑같이 당을 떠났다. 다른 점도 있긴 했다. 뒤늦은 당 차원의 진상조사다. “이러다 정말 다 죽는다.” 의원들의 위기감 호소를 마지못해 지도부가 수용했던 것. 그러나 김남국의 거부로 흐지부지됐다. 여기다 의총에서 뜻이 모인 국회 윤리특위 제소건도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당내 반발과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그제야 김남국 징계안을 특위에 제출했다. 의원 제명까지 하라는 여당과 일부 언론의 압박엔 민주당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죄는 미워도 죄인을 미워말라.” 이 말처럼 제대로 진상조사도 하기 전에 심증과 편견만으로 막무가내식 징계를 밀어붙여선 안 된다.

그럼에도 정말 민주당이 ‘노무현의 후예’를 자처하려면 최소한 두 가지는 어떻게든 조속히 바로 잡아야 한다. 먼저 내로남불과 위선적 태도다. 김남국 사건이 터졌을 때 적잖은 이들이 어이없어했던 것은 당사자가 다름 아닌 김남국이었기 때문이다. 30대 무명 변호사였던 그가 집권 여당 후보로 전격 발탁됐던 결정적 계기는 이른바 ‘조국 사태’. 당시 대검찰청 앞에서 진행된 조국 수호 집회 때마다 조국의 결백을 앞장서 외쳤던 사회자였다. 그래서였을까. 금배지를 단 뒤 그는 가난한 의원으로, 가장 정의로운 의원으로 자신을 철저히 포장했다. 또 그게 어느 정도 먹혀 나름 ‘팬덤’도 거느렸다. 때문에 이번 건이 터지자 당 안팎에선 이런 자조가 터져 나왔다. “‘조국의 강’에서 이젠 ‘남국의 강’에 빠졌다.” 김남국 건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민주당의 신뢰는 정말 회복하기 힘든 나락으로 추락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짓밟힌 청년정치의 새싹을 민주당이 반드시 되살려내야 한다는 점이다. 30대 최측근을 국정상황실장에, 40대 여성을 법무장관에 발탁했던 사람이 바로 노 대통령. 이걸로 민주당은 새 피 수혈에 가장 앞장선다는 이미지를 확보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당시 발탁했던 586세대가 민주당의 가장 두터운 기득권이 돼 버린 게 작금의 현실.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김남국으로 대변되는 젊은 피는 민주당 쇄신의 핵심적 가치다. 그러나 김남국에 실망하고 분노한 민심은 청년에 대한 기대마저 접을 태세다. 단순히 민주당뿐만 아니라 정치 전반의 혁신을 위해서라도 청년세대의 진입장벽만은 빨리 치워 줘야 한다.

“역사는 더디다. 그러나 진보한다.” 이번 14주기 노무현 추도식에서 가장 회자된 그의 말이다. 지금 노 대통령이 살아서 민주당을 본다면, 한 마디 더 보탤 듯싶다. “반성과 쇄신 없인 안 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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