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대륙 서쪽 끝에 위치한 포르투갈은 대서양과 접한 나라입니다. 유럽의 변방이며 작은 나라입니다. 하지만 포르투갈은 자신들이 처한 환경을 역으로 활용해 15세기 대항해시대를 열고 한때는 인류 역사상 가장 넓은 식민지를 거느린 국가로 군림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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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부산 라발스호텔에서 열린 공개 시식회 때 선보인 ‘테이스트 오브 부산’ 만찬 코스요리. |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는 벨칸토(BELCANTO)와 알마(ALMA)라는 두 개의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위치한 두 레스토랑은 ‘미쉐린 가이드’ 투스타 레스토랑으로 전 세계 미식가들로부터 포르투갈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벨칸토는 호세 아빌레즈, 알마는 엔리케 사 페소아라는 포르투갈 출신의 천재 셰프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두 셰프는 자신의 조국에 대한 애정을 음식으로 표현하기로 유명합니다. 벨칸토의 호세 아빌레즈는 포르투갈의 자연과 전통을, 알마의 엔리케 사 페소아는 15세기 이후 아시아 여러 나라와 교류했던 영광을 접시 위에 구현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졌습니다.
2018년 두 레스토랑을 처음 방문한 이후 저는 한 가지 목표를 세웠습니다. 포르투갈과 마찬가지로 대륙의 끝, 바다로 열린 부산에도 벨칸토와 알마와 같은 레스토랑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셰프가 아니라 음식 칼럼니스트인 까닭에 직접 나설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요리사를 모았습니다. 부산에서 10년 이상 요리사로 활동해야 한다는 것이 기준이었습니다. 3년에 걸쳐 박기섭(‘소공간’ 오너셰프), 이지수(‘아미치’ 오너셰프), 정지용(대동대 외식창업과 학과장), 강민경(코리안쿠킹클래스 ‘밥상’ 대표), 김정희(파티시에) 등 저와 뜻을 함께하는 다섯 명의 요리사입니다. 그리고 부산의 역사와 식재료에 대한 스터디를 꾸준히 진행했습니다.
저희의 뜻을 부산시 보건위생과에서 관심을 가져주었습니다. 보건위생과의 의뢰로 올해 초 부산다운 음식을 개발하기 위한 ‘B-FOOD 레시피 용역’을 수행했습니다. 6개월 정도의 개발 기간을 거쳐 ‘부산의 요리사들이, 부산의 식재료에, 부산의 스토리를 담아 만든’ 23가지 음식을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7일 영도 라발스호텔에서 부산시 관계자, 음식 전문가, 기자 등 20여 명을 초대해 공개 시식회를 가졌습니다.
이번에 개발한 23가지의 음식은 계절과 상황에 따라 만찬 오찬 조찬 도시락 등 다양한 변주가 가능합니다. 공개 시식회에서는 11가지 음식으로 구성된 ‘테이스트 오브 부산(Taste of Busan)’이라는 이름의 만찬 코스를 선보였습니다. 참석자들은 부산에 이처럼 다양한 식재료와 스토리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으며, 그것을 음식으로 구현한 아이디어와 노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공개 시식회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시민의 세금으로 개발된 음식의 모든 레시피와 스토리는 레시피북과 온라인을 통해 공개될 예정입니다. 누구든 공개된 레시피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곁들여 새로운 요리를 창조할 수 있습니다. 개발자들로부터 음식을 배우고 싶은 요리사들을 위해서는 쿠킹 클래스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부산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 이 음식들이 사용되고 부산을 찾는 관광객들이 직접 맛볼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23가지 음식에 만족하지 않고 해마다 새로운 레시피를 공개할 계획입니다.
‘테이스트 오브 부산(Taste of Busan)’은 부산을 찾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