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장병윤의 대안 모색] 야만의 과학

장병윤 한살림부산 이사장

  • 장병윤 한살림부산 이사장
  •  |   입력 : 2023-08-10 19:52:02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이 유용한 지식이 얼마나 좁은지, 유용함을 얻는 대신 어떤 것을 잃어야 했는지도 또한 잘 알고 있다. 이런 지식은 한편으로는 분명 진실이지만, 그 진실이란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또한 완벽하지도 못하다.” 깊은 통찰로 현대문명의 폭력성을 파헤쳐 온 미국의 농부 철학자 웬델 베리가 과학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일본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를 놓고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 속에서 웬델 베리의 경구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학의 불완전하고 미숙한 점에 대한 그의 지적을 통해 지금 지구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담한 위기들의 근저에는 과학기술에 대한 인류의 맹신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새삼 일깨운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기시다 일본 총리가 오는 18일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해 각료회의를 열고 최종결정할 것이라고 한다. 오염수 방류가 이달 말께 실행될 것이라는 구체적 시점까지 나온다.

일본이 과학적 명분을 내세우면서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지만, 그것은 반생태적이고 반인류적 야만이다.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은 폐기물은 자국 안에서 처리하는 게 원칙임에도 해양투기를 강행하는 것은 자국 안에 위험물질을 두지 않고 처리비용도 줄이려는 지극히 이기적 발상이다.

바다는 지구에 생명의 싹을 틔운 생명의 근원이자 지구 생태계를 유지하는 마지막 완충지대다. 따라서 바다는 누구의 소유도 아닌, 인류 공동의 자산이자 미래의 것이다. 그래서 ‘생명의 바다’라고 하는 것 아닌가. 그 생명의 바다에 과학을 앞세워 방사능 오염물질을 버리는 것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이다.

도쿄전력은 오염수 처리시설 알프스(ALPS)로 60여 가지 핵종을 걸러낼 수 있다고 한다. 걸리지 않은 삼중수소는 바닷물에 희석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변해 왔다. 그리고 예정된 수순으로 도쿄전력의 주장을 뒷받침 해주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가 나왔다.

IAEA는 지난달 초 보고서를 내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는 국제적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번 보고서는 태평양 연안 11개 국가의 원자력 안전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는 IAEA 태스크포스가 2년에 걸쳐 검증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방사능 오염수의 방류를 승인한 것은 아니며, 정당화할 책임은 일본 정부에 있다며 한 발을 빼고 있다.

이런 IAEA 보고서에 대한 반론도 잇따른다. 보고서 어디에도 핵종 조성과 어류 농축계수의 불확실성에 대한 구체적 검증의 흔적이 없다는 것이다. 핵연료에 직접 닿은 오염수에 어떤 핵종이 있는지, 방사능이 어류에 얼마나 축적되는지 정확한 정보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안전성 검증을 원자력 전문가들에게만 맡겨진 점도 문제다. 생태학자나 독성전문가 등이 배제된 채 어떻게 앞으로 수십 년, 수백 년에 걸쳐 일어날 바다 생태계의 영향을 판단한다는 말인가.

우리는 멀지 않은 과거에 과학이란 이름으로 자행된 치명적 오류를 기억한다. DDT의 경우다. 1940년대 살충제로 선보인 DDT는 생활을 혁신할 ‘선물’로 찬사를 받았고, 그를 발명한 스위스 화학자 뮐러는 노벨상까지 받았다. 하지만 DDT는 독성과 잔류성으로 생명체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대부분 국가에서 사용을 금지했다.

지구 생태계는 과학의 분석적 미시적 관점으로 재단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생태계는 먹이사슬과 서식처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생명체가 유기적으로 얽힌 거대한 관계망의 한 부분이 무너지면 어떤 일이 따를지 예측할 수 없다. DDT의 경우도 치사량보다 훨씬 낮은 농도에도 철새들의 개체가 줄어드는 일이 발생했다.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된 DDT가 생식기능에 영향을 미친 결과다. 미량이라지만 바다에 풀어진 방사능이 해양생태계 먹이사슬을 통해서 인간에게 어떤 치명타를 가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IAEA가 검증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 하는 공정성 또한 시빗거리다. IAEA의 속성을 살펴보면 그들은 경기장의 선수이지 심판이 될 수 없다. IAEA가 핵산업의 확장에 진력해 왔다는 점에서 방사능 오염수 해양투기와 관련해선 이해당사자다. 판단의 주체가 돼서는 안 된다.

과학기술이 풍요로움과 편리를 제공하며 인류의 삶에 공헌해 왔지만, 인류를 위기로 내몬 것 또한 사실이다. 오늘 인류에게 괴멸적 위기를 부른 기후재앙 역시 근대산업화 이후 물질적 풍요를 탐닉해 온 인류사회와 자기성찰이 없었던 과학기술의 오만이 부른 참사 아닌가.

온갖 욕망이 폐기된 바다, 만신창이가 된 생명의 바다에 아무것도 버리지 마라! 우리가 대체 우리의 삶터에 무슨 짓을 하는지 웬델 베리의 경고를 통해 되돌아봤으면 한다. “우리가 생태계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라곤, 우리가 아는 것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사실, 그리고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뿐이다. 현재 인간은 우리가 얼마나 무지한지도 모를 정도로 무지하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3. 3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4. 4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5. 5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6. 6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7. 7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8. 8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9. 9[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10. 10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3. 3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4. 4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5. 5李대통령 지지율 39%, 하락세 멈췄다…민주 36% 국힘 27%
  6. 6李대통령 “국무회의 비공개 동의못해…할말 못하는 국무위원 없다 확신”
  7. 7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8. 8李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수록 개헌, 국회가 나서달라”
  9. 9이 대통령, 김지용 첫 출근에 "피아구별 없이 엄중 수사하길"
  10. 10이혼소송 중 주소 노출…서울고법원장, 아내 살해 공무원 사건에 “제도개선”
  1. 1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2. 2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3. 3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4. 4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5. 5‘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6. 6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7. 7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8. 8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9. 9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10. 10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3. 3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4. 4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5. 5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6. 6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7. 7“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8. 8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9. 9거짓자백 받았나…法, 17년전 ‘창원 택시기사 살인’ 재심청구 인용
  10. 10고성서 세계적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등산축제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은정이라는 이름
다시 영화의 시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초대 중수청장, 내편 네편 아닌 국민편에 서라
지자체, 현수막 법 준수하고 실태부터 파악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