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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자연과 인간을 잇는 원초적 매개체

  • 김지윤 서울대 음악박사·소리연구회 소리숲대표
  •  |   입력 : 2023-08-20 19:14:11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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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8월 말이면 이미 말복과 입추가 지났음에도 올해는 긴 장마와 태풍, 그리고 폭염특보가 발효되는 가운데 사람뿐만 아니라 주광성 곤충인 매미조차 밤에도 도시의 빛 공해와 높은 온도 때문에 낮인 줄 알고 더 크게 우는 것이라 하니, 매미의 맴맴하고 우는 소리를 오히려 밤에 듣게 되는 이유가 이해되기도 하고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느끼는 요즘이다. 이렇게 더위를 피해 떠난 휴가지에서 들었던 온갖 새소리, 새벽을 여는 닭울음, 불어오는 바람소리 물소리 빗소리에 마음이 동해 이 소리를 표현할 방법을 찾아본 적이 있는가?

이동백 명창의 ‘새타령’ 유성기 음반으로 1935년에 녹음됐다.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우리나라는 사람이나 동물의 소리를 비롯해 사물의 소리와 움직임을 흉내낸 의성어와 의태어가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나라다. 2015년 최종 수정된 국립국어원에서 조사한 의성어와 의태어는 약 1만800여 단어로 보고됐다. 이러한 언어를 통해 소리를 표현하는 방법 외에 전통음악에서 악기나 사람의 목소리로 동물이나 자연의 소리를 표현한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조선 말기 근대 판소리로 이름이 높았던 이동백 명창은 ‘새타령’으로 명성이 자자했는데, 사람의 목소리로 내는 새소리의 최고봉으로 어전에서 소리를 한 이후 고종의 총애로 정3품 통정대부의 벼슬을 받고 어전 명창으로 활약한 실제 인물이다. 이동백 명창의 고음과 가성이 섞인 새울음 소리 새타령은 1930년대 발표한 유성기 음반으로 남아 있다.

관악기인 퉁소나 대금으로 소쩍새 뻐꾸기 등 새소리를 묘사한 ‘봉장취’라는 음악이 있고, 12줄 명주실로 발현되는 가야금 또한 다양한 자연의 소리 연주가 가능한 악기다. 주로 가야금 산조의 자진모리 휘모리 등의 빠른 장단에서 개구리 소리, 비 오는 소리, 새소리 등이 나오고 특히 가야금으로 연주하는 말발굽 소리는 테크닉의 정수를 보여준다 할 수 있다. 또한 사물놀이 각각의 악기는 꽹과리(천둥) 징(바람) 장구(비) 북(구름)으로 자연의 소리로 상징해 이 악기가 어우러져 내는 소리를 두고 우주 삼라만상을 담은 우주 융합의 음악이라고 고 이어령 전문화부 장관은 사물놀이 30주년 심포지엄에서 평했다. 이밖에 두 줄 명주실의 현을 활대로 마찰시켜 내는 해금은 다양한 상황이나 벌레 동물의 울음소리와 같은 여러 효과음을 내기에 가장 유용한 국악기로 현대 국악창작곡 중 ‘계명곡(鷄鳴曲)’ ‘조명곡(鳥鳴曲)’처럼 동물명이 들어간 곡목이 가장 많은 악기다.

서양 클래식 곡 중에도 비발디의 ‘사계’는 현악 협주곡에서 바이올린을 비롯한 현악기들의 앙상블로 사계절을 새소리 물소리 천둥·폭풍소리 바람소리 등으로 묘사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동물의 특징과 모습을 묘사한 생상스의 14개의 소품곡인 ‘동물의 사육제’도 동물의 특징을 음악으로 표현했는데, 곡의 제목도 수탉과 암탉, 야생 당나귀, 거북이, 코끼리, 캥거루 등 동물명이 주를 이루고 그중 13번째 곡인 ‘백조’는 첼로의 솔로 연주로 백조의 우아함을 표현했다. 그리고 20세기 작곡가인 프로코피에프의 ‘피터와 늑대’ 작품에서는 플루트는 새를, 클라리넷은 고양이, 오보에는 오리, 호른은 늑대로 동물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고 있는 동화 같은 곡이다.

조선시대 악서인 ‘악학궤범’(1493)의 서문에서 ‘악(樂)이라고 하는 것은 하늘에서 나와서 사람에게 맡겨진 것이요, 허(虛)에서 발(發)하여 무위(無爲)의 자연(自然)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니…’. 동서양을 막론하고 음악은 자연과 인간을 이어주는 원초적 매개체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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