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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12음기법

  • 하순봉 작곡가
  •  |   입력 : 2023-09-17 19:33:31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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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음악! 어지간한 음악애호가들도 쉽게 공감을 하지 않는 음악! 아름답거나 슬프거나 감정이입이 어려운 음악! 동시대에 존재하지만 음악회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음악이 바로 우리 시대 현대음악의 주소이다. 현대음악은 왜 외면을 받을까? 쉽게 말하면 음악의 전통적 구성요소인 선율 화성 리듬 등이 잘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반음악적인 것이다. 현대음악은 왜 이런 길을 가게 됐을까?

12음기법을 창안한 현대음악 작곡가 아놀드 쇤베르크.
음악은 12개의 음으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 12개의 음에는 자연의 음현상에 따른 각자의 기능이 있다. 음악시간에 많이 들었던 으뜸음 딸림음 등이 바로 그 기능이다. 모든 음은 이 기능에 따라 진행하고 아울러 기능화성을 형성한다. 여기서 얻어지는 선율과 화성으로 악구와 악절이 형성이 되며 음악은 점점 구성력과 청각적 논리를 얻게 된다. 일종의 음악의 문법인 셈이다. 이 기능이론은 오랜 동안 진화해 오다 바로크에 와서야 장단조란 조성으로 확립이 된다. 이 조성은 비로소 작곡가와 연주가, 청중 모두에게 음악적 태평성대를 누리게 한다.

오늘날 우리가 듣는 수많은 명곡이 바로 이 조성을 근본체계로 하는 바로크 고전 낭만의 세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의 청각은 이 조성에 길들여져 있고 이 문법으로 된 음악교육을 받아 왔다. 그래서 이 문법을 벗어난 음악은 이해가 잘 안 되게 되어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오랜 조성의 아성이 20세기에 와서 무너진다는 것이다. 작곡가들은 본능적으로 조성의 울타리를 답답하게 여겼고 그것을 제약과 굴레로 여겼다. 조성이 없는 무조음악이 대세가 되었으며 금기시했던 불협화음은 더 이상 배척의 대상이 아니었다. 조성음악을 고집하는 것은 무능과 무지로 여겨질 정도였다. 20세기 초반은 여러 철학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새로운 사조가 많이 나오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12음기법이다. 아놀드 쇤베르크가 창안한 이 작곡기법은 간단히 말해 12개의 음이 갖는 그간의 기능을 다 무시하고 모든 음에 동등한 자격을 준다는 것이다.

이 음악의 철학적 배경은 표현주의로서 또한 극단의 감정을 추구한다. 선율은 기괴하고 화성은 더욱 불협화가 되고 리듬은 불규칙하다. 그러나 당시의 작곡가들은 이 기법의 논리성에 열광했고 순식간에 주류음악으로 자리 잡았다. 쇤베르크는 이 음악이 미래의 음악을 길게 책임질 것이라 호언장담을 했고 실제 이 12음기법은 당시 음악을 꽤 오랫동안 주도하며 전자음악 등 다른 장르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그러나 12음기법은 처음의 그 열광에 비해 지금은 거의 연주되지 않는다. 음악이 너무 난해하고 기존 음악의 속성을 너무 인위적으로 부정해 버린 것이 그 이유이다. 그에 비해 조성의 장점을 계승했던 비슷한 시기의 신고전주의는 지금도 자주 연주된다.

최근의 현대음악은 그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이제는 조성 협화음 등 이전의 좋은 전통들을 다시 수용하고 오히려 모든 시대, 모든 장르의 음악이 갖는 절대적 가치를 다 인정하는 추세이다. 그래서 오늘날의 현대음악은 주된 주류가 없이 다양성으로 존재하고 있다. 알프레드 슈니트케는 그런 다양성을 잘 보여주는 작곡가이다. 그의 음악에는 팝 성가 고전 민속음악 등 이 시대에 존재하는 모든 이질적 음악이 뒤섞여 있다. 소위 다양식이라고 하는 이 음악사조는 오늘날 현대음악의 흐름을 잘 알게 해 준다. 이렇듯 새로운 사조의 출현에는 다 그만의 필연적인 이유가 있다.

다양성의 판단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지난 시대의 음악만을 고집하기보단 열린 마음으로 이 시대의 현대음악들도 들어보기를 권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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