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은 유별나게 무더웠고 비가 많았다.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기후변화 영향으로 그동안 익숙했던 우리나라 특유의 날씨 형태에 변동이 생겼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래도 계절은 어김없이 바뀐다. 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어느 덧 무르익어가고 있다. 추석도 열흘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명절에는 평소 교류가 없던 사이라도 안부를 묻는다. 조상의 음덕을 기리고 사람들의 왕래가 잦다. 일상의 어려움과 시름을 잠시 잊고 넉넉한 마음으로 소원했던 친지, 친구들과 만나 추억을 되새긴다. 매년 가을이면 맞이하는 ‘고유의 축제’ 기간이다. 이번 연휴는 정부가 임시 공휴일(10월 2일)까지 지정해 종전 4일에서 6일(9월 28일부터 10월 3일까지)로 늘어났다. 연휴가 지나면 올해도 3분의 2가 흘러가게 된다. ‘결실의 계절’을 알차게 보내고 각자 의미 있는 수확을 거둘 때다.
올가을 부산은 큰 결실을 기다리고 있다. 오는 11월 말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개최 확정이다. 그 신선한 소식이 전해지면 대한민국 미래는 새롭게 열린다. 국가 차원에서 엑스포 유치를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투입하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을 상대로 부산 지지를 호소하는 전방위 외교를 벌이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태원(SK그룹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공동 위원장을 맡은 유치위원회는 민관 역량을 결집해 ‘준비된 엑스포 도시 부산’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국내 그룹 총수들은 음으로 양으로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국회는 ‘엑스포 행정’에 사활을 건 부산시에 국정감사 면제 혜택을 배려했다.
엑스포 유치 희망도시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와 로마(이탈리아)도 만만찮은 열정을 보이고 있다. 경쟁 도시로서 당연한 일이다. 개최지 투표가 눈앞에 다가와도 결과 예측은 아직 섣부르다. 지금부터 부산 특유의 신명과 저력을 보여준다면 엑스포 유치에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때맞춰 부산은 ‘축제의 도시’가 된다. 추석 연휴가 끝나면 곧바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막이 오른다. 다음 달 4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영화제는 우여곡절 끝에 열린다. BIFF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부산 대표 문화축제를 지켜야 한다는 시민 바람과 각계 노력으로 정상 개최되는 것이어서 나라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성공적인 축제로 마무리한다면 난관 속에도 새로운 기회를 찾는 남다른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다.
영화제 열기가 고조될 다음 달 7일과 8일 낙동강 삼락생태공원에서는 국내 최장수 록 음악 축제인 제24회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이 마련된다.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영국 일본 호주 중국 대만 필리핀 홍콩 등 세계 각지의 유명 록밴드가 대거 출연한다. 이어 아시아 대표 한류 문화관광 축제 2023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BOF)이 엑스포 유치를 응원하며 화려한 무대를 펼친다. 스위스 미국 뉴질랜드 캐나다 등 17개국 대상의 해외 관광객 모집 좌석은 벌써 매진됐다. 10월 21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케이팝(K-POP) 콘서트가 진행되고, 다음 날에는 부산항 1부두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파크 콘서트가 ‘엑스포 도시’의 역사성과 문화적 위상을 높인다.
축제 분위기는 11월 4일 광안리해수욕장 일대에서 열릴 제18회 부산불꽃축제로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공식 타이틀은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으로, 여느 해보다도 화려한 불꽃을 쏘아 올린다. 시민과 국내외 관광객 등 100만 이상 인파가 엑스포 유치 염원을 담아낸다. 그리고 11월 16일부터 19일까지 벡스코에서 국제게임 전시회 지스타2023이 개최된다. 지스타조직위원회는 ‘시야를 넓혀라’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단순 전시회를 넘어 역대 최대 규모의 게임문화 축제로 꾸리겠다고 다짐했다. 시민 관심과 참여 열기는 막판으로 치닫는 엑스포 유치 활동에 더욱 힘을 실어줄 에너지가 될 것이다.
부산은 20세기 산업화시대 수출전진기지였다. 전쟁 이후 각국의 원조에 의존했던 가난한 나라가 선진국 진입을 바라보게 한 동력이었다. 부산항 북항 재래부두가 그 중심지였다. 바다에서 땅으로 변한 북항이 21세기 엑스포 무대로 탈바꿈한다면 그 의미는 각별하다. 그곳에서 기후변화와 저개발 국가 문제 등 인류가 당면한 과제를 풀어내고 지구촌 앞날을 풍요롭게 할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를 시작하는 것이다. 부산의 저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함께하는 도전이다.
2021년 6월 엑스포 유치 신청 뒤 숨 가쁘게 달려왔다. 이제 수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장은 가을 끝자락을 장식할 축제의 장이 되어야겠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