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작년 기준 0.78명으로 OECD회원국 중에서 가장 낮다. 그동안 정부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다양한 출산장려 정책을 추진했으나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1960년 6.0명, 2022년 0.78명). 17개 광역시·도별 출산율을 살펴보면(통계청 인구동향조사 2022년) 세종시가 1.12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0.59명)과 부산(0.72명)이 가장 낮다. 세종시의 합계출산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출산율에는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지만, 가장 큰 원인은 타 시·도에 비해 공무원 가구가 많아 고용과 소득안전성이 높기 때문이다.
광역시·도별 비정규직 비중과 임금 수준을 살펴보면(통계청 2022년) 세종시가 비정규직 비중(31.3%)은 가장 낮고 월평균 임금은 가장 높다. 자녀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큰 요인은 고용과 소득안정성이다. 최근 선행연구에 따르면 비정규직 가구의 출산율이 정규직보다 2, 3배가량 낮았으며, 연령과 학력 등 다양한 요인을 통제한 상태에서도 비정규직의 출산율이 정규직보다 1.9배 정도 낮았다(유진성 2022년, 문영만 2023년).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대학진학률이 가장 높고,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서는 유아시기부터 20~30년간 막대한 사교육비를 지출한다. 비정규직의 가구소득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자기집 보유율도 정규직에 비해 낮다. 이러한 한국사회에서 고용과 소득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여러분이 전월세에 거주하고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가장이라면 자녀 출산이란 위험한 선택을 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출산율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의 고용과 소득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출산율 정책의 성공사례로 많이 거론되는 스웨덴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스웨덴은 1인당 국민소득이 6만 달러 가까이 되는 선진국임에도 합계출산율이 1.7명(2021년)으로 OECD 회원국의 평균(1.6명)보다 높고, 한국보다는 두 배 정도 높다. 또한 지난 60년간 출산율 감소폭은 우리나라는 5.2명으로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반면, 스웨덴은 0.5명 감소해 OECD회원국의 평균 1.7명보다 3배 정도 낮고, 2000년 이후에는 큰 변화 없이 현재 수준(2000년 1.6명→2021년 1.7명)을 유지한다. 이는 스웨덴의 ‘출산율 정책’이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음을 의미한다.
스웨덴의 ‘가족정책과 노동시장 정책’은 우리나라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스웨덴은 1974년 세계 최초로 육아휴직제도를 도입했으며, 육아휴직 480일 중에서 아빠가 육아휴직의 3개월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또한 16세 이하 자녀를 가진 모든 부모에게 자녀수당을 지급하고, 16세 이상 자녀에게는 학비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한 스웨덴의 노조조직률은 65.2%로 한국보다 4.6배 높고, 임시직 비중은 두 배가량 낮다. 스웨덴의 임금불평등도는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낮고, 성평등 관련 지표도 우리나라와 많은 차이를 보인다. 여성고용률은 스웨덴(73.3%)이 한국(57.7%)보다 높고, 작년 기준 여성 이사 비율도 스웨덴(35.2%)이 한국(12.8%)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성별임금 격차는 한국(31.2%)이 스웨덴(7.3%)보다 4.3배 높고,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한국(19.0%)이 스웨덴(47.0%)보다 낮다. 이러한 노동시장과 양성평등 격차는 두 나라 간의 출산율 격차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출산율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동수당과 아빠의 육아휴직 확대 등을 통해 자녀 양육부담을 경감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양성평등을 높이고 일·가정 양립을 통해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20대에 자녀 3명을 낳은 아빠의 병역면제’ 등과 같은 헛다리 정책은 이제 그만 짚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에 따른 비정규직의 차별과 고용불안전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특히 17개 광역시·도 중에서 비정규직 비중이 가장 높고, 합계출산율이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부산시의 특별한 대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