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문제 장사로 수억 원대 수익을 올리면서 수능과 모의평가 출제위원으로도 활약한 현직 교사들이 적발됐다. 교육부는 지난달 1일부터 2주간 자진 신고한 322명 중 수능과 모평 출제 및 검토위원 경력이 있는 24명을 밝혀내 4명은 고소, 22명(중복 포함)은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문제 판매 사실을 숨기고 출제위원에 참여한 경우는 업무방해, 출제 참여 후 판매는 청탁금지법 등이 적용됐다. 연루된 사교육 업체 21곳도 수사 의뢰 방침이다. 이번 조사에선 수능 모의고사를 만드는 사교육 업체가 병역특례업체로 지정된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그동안 관련 업계에서 소문으로 떠돌던 카르텔의 실체가 일부 확인되는 순간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교육 카르텔을 비판하며 수능 킬러문항 배제를 지시할 때만 해도 사실 약간은 뜬금 없었다. 그러나 실태 일각을 접하고 보니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의 핵심은 수능 공정성이다. 학원과 이 정도 결착 관계인 교사가 자신의 수능이나 모평 출제문제와 유사한 형태를 학원에 제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나. 리스크가 크지 않은데 문제 몇개 만들어준 대가로 수억 원이 오갔을 리는 만무하다. 교육부 입장에선 수능 신뢰도의 근본을 뒤흔들 사안이기 때문에 부정부터 하고 보지만, 그 말 역시 믿을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사교육 업체 문제와 실제 수능 시험 문제를 대조해봐야 한다”는 교육부 부연에 이미 정답이 있다.
사교육 광풍은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모든 사회문제의 뿌리다. 아이를 안 낳는 이유 중 하나가 공교육이 무너지고 사교육이 판을 치면서 비용을 감당 못한다는 부담감이다. 그 귀결점이 수능이다. 수능 출제위원 출신을 영입해 실제 수능과 같거나 비슷한 문제로 맞춤교육을 시키는 거대 사교육 업체가 성업하는 곳에 돈과 사람이 몰린다. 그게 서울 강남이고 수도권이다. 자녀에게 질 좋은 교육을 시키겠다는 부모의 욕망이 수도권 집중과 비수도권 소멸을 더 부추기는 것이다. 이번에 불거진 건 자진 신고 결과일 뿐이다.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는 이야기다. 더 큰 이권으로 똘똘 뭉친 세력은 이 바람이 돌풍으로 지나가기를 숨 죽여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수준 높은 대학에 진학해 안정된 직장을 갖기 위한 인생 첫 관문이 수능이다. 가장 공정하고 공평해야 할 시험이 누군가에겐 출발선 자체가 다를 수 있다는 개연성이 드러났다. 이런 부조리 때문에 ‘헬조선’이라는 자조가 나온다. 출제위원 출신 교사와 학원의 결탁도 문제지만, 공교육을 담당하는 일반 교사가 문제 장사로 막대한 가외 수익을 올리며 사교육 확대에 기여하는 작태도 결코 묵과해선 안 된다. 조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깊이, 그리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교육 카르텔의 근원을 찾아 확실하게 제거해야 한다. 처절하게 교권 회복을 외치는 대다수 양심 교사를 욕보이지 않으려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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