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심도는 지하 40m 아래 공간이다. 지하철 등에 활용되지 않는 한계심도(약 40m)보다 깊다. 민원이나 보상 의무에서 자유롭고, 마음껏 직선으로 구조물을 설치할 수 있으니 잘만 한다면 공간 혁명이 이뤄질 수 있다. 마냥 좋은 건 아니다. 토목 공사의 처음과 끝은 물과의 전쟁이다. 지하수 관리가 중요하다. 암반도 극복 요소다. 혁명을 위해선 혁신적인 기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응급상황 발생에 그만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비용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부산에서 대심도의 예를 찾을 수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해운대역 주변은 사시사철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벡스코와 해운대해수욕장을 연결하는 도로 아래로 지하철이 놓였다. 장산역~광안역 구간이 2002년 8월 개통됐다. 지하철 깊이가 보통 20~30m다. 그 아래, 50m 쯤에 한국전력 전력구가 있다. 전력구는 전선 케이블이 지나가는 통로다. 도로에선 어느 곳과 다름 없는 풍경이라지만 그 아래 도시철도가 오가고, 더 아래 엄청난 굵기 전선이 깔려 있는 것이다.
대심도가 부산 교통난 해결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해운대구 센텀시티와 북구 만덕동을 연결하는 대심도 공사가 진행중이다. 부산 첫 대심도 지하도로다. 이 도로가 뚫리면 만덕~센텀 구간을 10분대에 통행할 수 있다. 지하 발파량이 계획보다 30%가량 줄어 공기가 미뤄지고 있는 게 흠이다. 이보다 긴 대심도 공사가 입안되고 있다. 사상~해운대 대심도 건설 사업이다. 길이 22.8㎞ 로 부산 서부의 남해고속도로 제2지선과 동부의 동해고속도로(부산~울산)를 잇는다. 두 사업은 같은 듯 다르다. 대심도 도로라는 점이 같다. 만덕~센텀 대심도는 부산시가 발주한 고속화도로라면 사상~해운대 대심도는 국토교통부가 발주할 고속도로다. 둘 다 부산 시내 교통난 해소는 물론 부산 울산 경남 광역 교통망 구축의 필수요소다.
이번엔 대심도 철도 공사가 이뤄진다. 부산시가 민자사업으로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힌 차세대 부산형 급행철도(BuTX) 사업이다. 대심도 터널을 이동하는 저탄소 친환경 수도 철도차량을 도입한 급행철도 시스템이다. 가덕신공항에서 기장군 오시리아까지 54㎞를 33분에 주파한다. 2030세계박람회를 부산에 유치해 가덕신공항에 내린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주요 교통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부울경을 30분대로 잇는 광역경제생활권의 핵심 인프라이기도 하다. 제3자 공모를 비롯한 행정절차와 전체 사업비 4조7692억 원의 절반인 국비와 시비 확보 등이 발등의 불이다.
정상도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