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불편한 제의

비장애인 관점 편견 버리고 불편을 인정하고 직면해야

장애인 무용가들 활동 활발…차별 없는 사회 향해 전진

이상헌 춤비평가·부산시립무용단운영위원

  • 이상헌 춤비평가·부산시립무용단운영위원
  •  |   입력 : 2023-09-27 18:24:11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불편은 편하지 못한 것, 편리하지 아니한 것이나 상태라는 뜻이다. 수많은 이유로 몸과 마음이 편하지 못한 불편은 늘 있다. 인간이 잠시라도 불편에서 벗어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불편이 일상적인 상태에 가깝다는 방증이다. 불편은 내가 느끼지만, 상대가 내 상태를 불편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때도 있다. 장애인이 대표적인데, 비장애인은 장애인이 불편할 것이라고 단정한다. 사실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불편을 많이 겪는다. 길에서 장애인을 보기 힘든 이유도 도시 환경이 장애인 혼자 돌아다니기 불편하게 짜여 있어서다.

그런데 장애인은 거리의 턱이나 계단 앞에서 느끼는 불편보다 낮은 장애 감수성이 만든 문제로 인한 불편이 더 크다. 일상에서 장애 비하 단어를 부정적 의미의 비유로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인터넷 방송의 일부 콘텐츠에서는 장애인 비하를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수단으로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다.

대부분의 불편이 타자에서 기인하는 것처럼 장애인의 불편은 비장애인 관점에서 결정한 사회 시스템에서 초래된 것이 대부분이다. 장애인은 심신이 불편한 사람이라기보다 불합리한 상황에 둘러싸인 존재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런 데도 비장애인은 장애인을 온전히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없는 불완전한 존재로 여긴다.

과연 그럴까? 장애인은 질병의 진행 상태에 놓인 환자가 아니다. 장애가 있는 몸은 그 자체로 완결된 몸이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시각장애인이 눈으로 보지 못해 대상을 지각하는 데 불편할 것이라는 생각은 눈으로 보는 것이 정상이라고 믿는 사람의 생각이다. 사람이 세상을 지각할 때 눈만 사용하지 않는다. 시각장애인은 그들만의 지각 방식이 있다. 비장애인은 장애인을 결함이 있는 사람이라 단정하지만, 장애인은 그 상태로 결핍이 없는 존재다. 2022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코다’는 청각장애인(농인) 부모와 오빠를 둔 열일곱 살 루비의 성장기이다. 코다는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 자녀를 뜻한다. 코다인 루비는 농인 언어인 수어와 청인의 음성언어도 사용할 수 있어 농사회와 청사회를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 이 가족은 소통에 불편이 없으며, 그 자체로 충분한 가족이다. 루비 가족의 갈등은 장애인 가정이든 비장애인 가정이든 구분 없이 겪을 법한 부모, 자식 세대의 갈등으로 볼 수 있다. 불편은 루비 가족이 완전한 구성을 갖추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관객의 몫이다.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은 다양한 감각과 사고로 세상을 파악한다. 그들이 인지하는 세상은 비장애인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완결되어 있으며, 어쩌면 훨씬 확장되어 있을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무용계에 장애인 무용가의 활동이 활발하다. 춤과는 아예 거리가 멀다고 치부했던 장애인이 국내와 외국에서 무용 공연을 한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국내 대학 무용과에서 장애인을 받아주지 않는 데도 장애인 무용가의 수는 늘고 있다. 춤으로 무대에 서는 데 대학이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장애인이 춤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할 수 있는 동작을 찾아내고 그것으로 의미와 맥락을 만들어서 연습하면 그만이다. 장애인 무용가가 무대에 서면서 기존 무용의 틀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장애가 있는 몸은 기존 안무 방식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기존 안무는 통제 가능한 움직임을 추구하지만, 장애인의 몸은 통제하고 규격화하기 어려운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장애인은 무대에서 춤추면서 장애를 감추거나 비장애인의 움직임을 따라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장애를 드러내어 장애를 가진 몸의 완결성을 보여준다. 장애는 치료와 극복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단지 다른 상태이며, 결함이 있는 존재로 장애인을 보는 인식은 설득력이 없다. 또한 예술로서 무용은 여태까지 확신했던 범주를 재검토할 명분과 계기를 얻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 무용가는 낯선 시선에 자기 몸을 드러내야 하는 불편을 견뎌야 했고, 무용은 지금까지 스스로 부여한 춤 출 수 있도록 훈련된 몸이라는 배타적 특권을 일정 부분 포기하는 불편을 무릅써야 했다. 그 결과 양쪽 모두 자기 세계를 확산하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 삶에서 불편을 피할 수 없다면, 때로는 긍정적 에너지로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불편을 인정하고 직면할 때 우리는 불편의 원인을 더욱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장애인 무용가의 춤은 불편에 직면해서 맞서는 대표적인 행위다. 무대에서 장애를 드러내어 타자의 불편한 시선에 몸을 내던지는 일은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삼는 편견과 그것을 빌미로 장애인에게 씌운 열등감에서 벗어나 완결된 존재로 거듭나는 하나의 제의이다. 이 불편한 제의는 장애인만이 아니라 사회가 불편한 존재라고 각인한 모든 이가 함께해야 할 의식이다. 쇠를 쇠로 깨뜨리듯 편견이 덧씌운 불편한 굴레는 불편한 제의로 깨뜨릴 수밖에 없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일도 구직도 안 한다…대졸 백수 400만 돌파 '역대 최대'
  2. 2검찰, 김건희 여사 비공개 12시간 대면조사
  3. 3징벌 지시한 교도관 폭행하고 징역 4개월 선고받은 수형자
  4. 4보복 두려워 법정서 거짓 증언한 노래방 업주 벌금형
  5. 521일 부산, 울산, 경상남도 최고 체감온도 33도 이상
  6. 6한국은 ‘치킨 공화국’?… 1인당 한 해 평균 26마리 먹어
  7. 7부산 시민 2.13명당 자동차 1대 보유
  8. 8올 상반기 韓 대미 무역흑자 '역대 최대'…'트럼프 리스크' 고조
  9. 9"국내 연안 해양관광시장 전년 대비 9% 성장"
  10. 10사회 첫발부터 불안…청년 첫 일자리 31%는 '임시·일용직'
  1. 1검찰, 김건희 여사 비공개 12시간 대면조사
  2. 2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 후보 토론회 “총선 참패 원인 분석해 지방선거 승리로”(종합)
  3. 3당대표 재선출된 조국 "尹 탄핵, 퇴진 준비하겠다"
  4. 4[속보] 이재명 민주당대표 인천경선 93.77%…김두관 5.38%
  5. 5尹 탄핵 청문회에 與 "탄핵 간보기"
  6. 6元 캠프, "공소취소 청탁 불법" 주장 김종혁에 "韓 호위무사 자처"
  7. 7[속보]민주당 당대표 제주경선 이재명 82.5% 김두관 15%
  8. 8이재명, 제주 경선서 80% 이상 득표, 압승
  9. 9[속보] 조국, 대표 재선출…99.9% 찬성률
  10. 10韓 ‘폭로전’사과에도 발칵 뒤집힌 與…‘자폭 전대’ 후폭풍
  1. 1일도 구직도 안 한다…대졸 백수 400만 돌파 '역대 최대'
  2. 2한국은 ‘치킨 공화국’?… 1인당 한 해 평균 26마리 먹어
  3. 3부산 시민 2.13명당 자동차 1대 보유
  4. 4올 상반기 韓 대미 무역흑자 '역대 최대'…'트럼프 리스크' 고조
  5. 5"국내 연안 해양관광시장 전년 대비 9% 성장"
  6. 6사회 첫발부터 불안…청년 첫 일자리 31%는 '임시·일용직'
  7. 7韓경제 '트럼프 리스크' 확산…대미 무역흑자 '부메랑' 우려
  8. 8자영업자 탈세 부추기는 '미등록 결제대행업체' 주의보 발령
  9. 9최태원 "엔비디아 2, 2년 안에는 무너지지 않을것"
  10. 10신동빈 "CEO들, 도전적 자세로 미래준비를"
  1. 1징벌 지시한 교도관 폭행하고 징역 4개월 선고받은 수형자
  2. 2보복 두려워 법정서 거짓 증언한 노래방 업주 벌금형
  3. 321일 부산, 울산, 경상남도 최고 체감온도 33도 이상
  4. 4부산 중학생 585명, 22일부터 대학 연계 숙박형 '영수캠프'
  5. 5조폭 보복 두려워 법정서 거짓 증언한 노래방 업주 벌금형
  6. 6부산 등 전국에서 위기임산부 지원 강화
  7. 7총선 현수막, 벽보 훼손 등 공직선거법 위반 4명 벌금형
  8. 82024학년도 대입 내신·수능 상위권 모두 자연계열 독식
  9. 9동기화 자녀 휴대폰 아내와의 소송에 사용한 40대 벌금형
  10. 10처음 보는 여성 '사커킥' 폭행으로 턱뼈 부순 40대에 무기징역 구형
  1. 1동의대 문왕식 감독 부임 첫 해부터 헹가래
  2. 2허미미·김민종, 한국 유도 12년 만에 금 메친다
  3. 3“팬들은 프로다운 부산 아이파크를 원합니다”
  4. 4마산제일여고 이효송 국제 골프대회 우승
  5. 5파리 ‘완전히 개방된 대회’ 모토…40개국 경찰이 치안 유지
  6. 6손캡 “난 네 곁에 있어” 황희찬 응원
  7. 7투타서 훨훨 나는 승리 수호신…롯데 용병처럼
  8. 8음바페 8만 명 환호 받으며 레알 입단
  9. 9문체부 ‘홍 감독 선임’ 조사 예고…축구협회 반발
  10. 10결승 투런포 두란, MLB ‘별중의 별’
부산시의회 후반기 출범
예산권 보장 지방의회법 제정 본격화, 행정통합·맑은 물 사업 등 지원 총력
부산시의회 후반기 출범
상임위 7곳 중 6곳이 초선 위원장, 구의회 경험 바탕 ‘전문성’ 기대감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산재보험 60년, 이순(耳順)이기를 바란다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에어컨의 대명사에 남긴 이름
정부 R&D에서 지역이 소멸되었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윤리가 없는 AI가 만들 ‘위험천만한 세상’
길 들이기와 길 들지 않기
기고 [전체보기]
허치슨터미널, 우리나라 1호 기록에 도전하다
AI의 일상화와 창작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에 대한 열렬한 환호와 예우…‘축제의 궁전’ 품격이 달랐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위선’ 일망정 ‘공감’과 ‘배려’를 보고 싶다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존과 양립으로서의 국악 컬래버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좋은 사람 되기
실력·인성 갖춘 축구 ‘레전드’ 정용환이 그립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부산촬영소 시대
김경문 양상문 롯데
메디칼럼 [전체보기]
진료실에서 만나는 이주노동자들
미래 한국 의료는 어디로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가마보코에 매료된 조선인
대만과 밀크피시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 키우기 1원칙 ‘운동’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사설 [전체보기]
국민대차대조표에 나타난 부산시 쪼그라든 위상
악성 임대인 처벌 강화하도록 규정 개정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산복도로 조망권, 적극적인 미래전략 필요
미세·나노 플라스틱의 끝없는 ‘스텔스 공격’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건강주치의 제도가 의료 개혁의 핵심인 이유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심해 유전 140억 배럴, 영일만과 산유국의 꿈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푸틴의 행보와 러시아 경제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수영에서 ‘역사도시’ 부산을 보다
인문 정신은 언제나 곡선으로 간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나만의 생각’을 길러주려면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건강과 재물을 얻는 명당아파트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당원 중심주의’의 함정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호주 와인과 보랏빛 수영장
오페라 와인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로크 음악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꽃피는 부산항’에서
처음 보는 ‘무릉도원’
CEO 칼럼 [전체보기]
변화하는 모터쇼와 부산모빌리티쇼의 도전
위기가 기회로!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