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가까운 추석 연휴가 끝났지만 대치 중인 정치 상황은 조금도 개선 기미가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단식으로 21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시작과 동시에 사실상 올스톱 상태였는데,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이후에도 여야의 소통이나 협치 전망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정치적 위기를 한고비 넘긴 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격적으로 ‘민생 영수회담’을 제안하고, 여당이 이를 거부하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여야는 연휴 내내 이 문제로 서로 말폭탄을 주고 받으며 각자 전면에 내세운 민생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였다.
대통령과 원내 1당 대표가 허심탄회하게 만나자는 이 대표 제안을 잘못이라고 볼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단식 및 영장 국면으로 훼손된 리더십 복원과 당 내분 수습보다 영수회담이 급하다고 판단할 사람 역시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의도의 순수성을 의심 받는다. 아무리 야당 대표라도 형사 피의자를 대통령이 직접 대면했을 때 발신될 유무언의 메시지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이 대표 본인이 모를 리 만무하다. 안 될 줄 알면서 제안해놓고 거부 당했다는 이유로 비난하는 야당이나, 야당 대표 발언을 일언지하로 폄하하는 여당이나, 국민 신뢰를 갉아먹기는 매한가지다.
현재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 테이블에는 할 일이 그야말로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실손보험 처리 간소화나 보호출산제 등 민생법안이라 불리는 법안만 100건 가깝다. 우주항공청 특별법이나 가덕신공항 건설공단법 등 국회 계류 중인 지역 현안도 적지 않다. 당장 4일은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시한이고, 5일은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 6일은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 임명동의안 표결이 예정돼 있다. 10일부터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잼버리 파행 등 첨예한 논란이 예상되는 국정조사가 시작된다. 세수 감소로 긴축 편성된 정부 예산안 심사 역시 큰 뇌관이다. 이런 민생 현안에 총선 전초전격으로 평가받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절반 만큼이라도 진심을 다해 임하고 있는지 정치권 스스로가 자문해야 한다.
추석 민심이 정치인들에게 내리는 주문은 한결같다. 본업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현재 여당과 야당에 대한 지지율은 어느 여론조사 기관이 하더라도 30% 대 30% 선으로 비슷하다. 무당층이 오히려 더 많다. 정치에 대한 기대가 바닥이라는 뜻이다. 민주당은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일부 벗었고 원내 지도부도 새로 뽑았다. 당내 갈등과 내분을 하루 빨리 봉합하고 정치와 국회로 돌아와야 한다. 그것이 원내 1당에게 국민이 부여한 본분이다. 여당 역시 영수회담을 무조건 거부할 일은 아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대통령이 취임 이후 1년 6개월간 야당 지도부를 한번도 만나지 않은 건 사실이다. 만남 형식이나 절차를 좀 더 고민해 정국 돌파구를 선점하는 게 나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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