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예술과 공간이 만난 신개념 방중악

김지윤 서울대 음악박사·소리연구회 소리숲대표

  • 김지윤 서울대 음악박사·소리연구회 소리숲대표
  •  |   입력 : 2023-10-08 19:35:54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조선시대 선비들이 즐기던 풍류음악인 방중악(房中樂), 서양의 귀족들이 즐기던 살롱음악(salon music)은 오늘날 관현악과 대비되는 소규모 실내악의 의미로 통칭한다. 연주 공간과 악기편성을 짐작하게 하는 이 명칭은 음악 장르를 구분 짓는 범주로 사용되고 있다. 음악을 구분하는 잣대를 어떤 공간에서 어떤 신분의 사람들을 위한 음악이냐에 따라 연주 공간이 곧 장르가 되고, 궁중음악처럼 특정 공간에서 사용되는 음악은 단순한 감상을 넘어 분명한 목적성을 지니게 된다.

최근 부산 수영구 민락동 복합문화공간인 밀락더마켓에서 열린 이세현 작가의 전시 오프닝 공연. 필자가 연주자로 나서 융복합 연주를 선보였다.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 따르면 궁궐 내 임금의 거동 시 상주하는 악사들에 의해 음악은 항상 수반됐다. 예와 악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예악사상을 표방한 유교국가 조선의 임금을 위한 음악은 위엄과 의미에 상당한 비중을 둔 관념적인 음악이었다. 궁궐이라는 장엄한 건축물 내 임금의 곤룡포를 입은 모습만 보아도 사람들은 즉각 느끼는 반응에 있어 감화가 일어나게 되고, 임금의 한걸음 한걸음에 악사들이 연주하는 궁중음악까지 수반되면서 임금의 위엄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이 돼버린다. 인간은 음악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공간과 음악 또한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 오늘날에는 공간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그 공간에 적절한 음악을 더해 원하는 바를 이끌어내는 상업적 마케팅에도 접목돼 현대인은 자신이 머무는 공간 어디든 BGM이라 불리는 배경음악을 일상에서 늘 접하며 살고 있다.

얼마 전 ‘2022 부산다운 건축상’ 대상을 받았던 수영구 민락동 복합문화공간인 밀락더마켓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워터프런트 무대를 배경으로 이세현 작가의 전시회가 열렸다. 필자는 붉은 산수화라는 장르를 개척해 세계적 입지를 다진 이 전시회의 오프닝을 맡아 공간과 그림에 어우러지는 음악으로 융복합 연주를 선보였다.

부산에서 광안대교 전망이 제일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한 이국적이고 이색적인 이 공간은 건물 자체로서도 동서양의 조화를 느낄 수 있는 관광지로서의 명성도 높다. 일반적으로 관광지로서 매력을 견문과 힐링으로 본다면 건물이 가지는 아름다움에 더해 바다의 푸른색과 대비돼 설치된 붉은색의 대형 산수화 그림, 그리고 국악기와 서양악기로 연주하는 융복합 음악이 합쳐지면서 사람들에게 이 공간이 의도한 힐링과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이 더 강화되고 각인이 되면서 건물이 사람에게 감성을 주었다. 이러한 건물의 하드웨어와 그림과 음악이라는 소프트웨어가 만났을 때 스케이핑이 완성이 된다. 스케이핑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밀락더마켓이라는 건물은 동서양의 조화가 스며들어 있고 거기에 더해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겸재 정선의 산수화를 체화해 자신만의 독특한 장르를 개척한 이세현 작가의 붉은 산수화 같은 작품이 더 잘 어우러졌다고 할 수 있다.

서양풍을 띤 복합문화공간에 다시 동양적인 그림을 전시하고 융복합 음악이 더해지면서 이 공간이 추구하는 방향에 어떤 감성을 건물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지를 몸소 느낀 시간이었다. 공간의 완성을 물리적인 건물만 보는 것이 아닌 음악이나 예술 작품이 함께할 때 그 건물이 원래 의도했던 감성을 인간에게 줄 수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 공간에 가는 것만으로도 견문이고 힐링이 될 수 있을 것이며 매력적인 부산다운 그야말로 복합문화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수양과 힐링을 위해 즐기던 풍류음악을 21세기 신개념의 자연과 공간, 그리고 음악이 어우러진 방중악의 고급문화를 꿈꾸어 본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은 최선 다했다…뜨거웠던 ‘K-원팀’ 여정
  2. 2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연내 통과? 좌동 재건축 기대감 들썩
  3. 3낙동강 무인도에 수상한 중계기…150억대 보이스피싱 일당이 설치(종합)
  4. 4與 ‘현역 물갈이’ 기류에도…일부 PK의원들 “난 아닐거야”
  5. 5부산연구개발특구 5곳 추가 지정, 동·서부산 2개축 성장전략 ‘탄력’
  6. 6[속보]부산, 2030 엑스포 유치 실패
  7. 7[단독] 부산시 ‘통학로 개선 리빙랩’ 예산 80% 삭감
  8. 8사립초 입학 전형에 영어면접까지? 부산교육청 감사 착수(종합)
  9. 9[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27> 경북 돼지 간바지
  10. 10'오일머니' 앞세운 사우디 월드컵 이어 엑스포까지 유치
  1. 1與 ‘현역 물갈이’ 기류에도…일부 PK의원들 “난 아닐거야”
  2. 2윤 대통령 "엑스포 유치 실패 제 부족, 서울·부산 두 축 균형발전 그대로"
  3. 3“연동형 유지” vs “병립형 회귀” 선거제 개편 놓고 野는 딜레마
  4. 4尹 “종료휘슬 불 때까지 뛴 원팀…韓, 국제사회 많은 친구 얻었다”(종합)
  5. 5민주, 이동관 위원장 등 3명 탄핵안 재발의
  6. 6부산정치권 2035부산엑스포 재시동 걸고, "부산 현안 차질없이 진행"
  7. 7산은·고준위법 법안소위 안건 상정 불발
  8. 8김도읍, 추경호에 '가덕신공항 2029년 개항' 위한 재정지원 당부
  9. 9크게 빗나간 엑스포 판세, 오판 책임론 이나
  10. 10與 ‘2+2 민생법협의체’ 제안에 “법사위부터 열어라” 野는 거부
  1. 1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연내 통과? 좌동 재건축 기대감 들썩
  2. 2부산연구개발특구 5곳 추가 지정, 동·서부산 2개축 성장전략 ‘탄력’
  3. 3정부 "부산엑스포 실패했지만 국제협력 약속 그대로 이행"
  4. 4한국GM·기아·포르쉐 등 제작 결함으로 리콜(시정조치)
  5. 5천연잔디 골프장, 양한방협진 서비스…호텔급 실버주택 뜬다
  6. 6부산 출산율 0.5명대 진입하나…3분기 0.64명 '역대 최저'
  7. 7엑스포 유치 실패한 부산, '3전4기' 평창올림픽 모델 바라본다
  8. 82030 엑스포 후보 3개국 최종 PT 종료…투표 절차 시작
  9. 9부산 다문화 결혼 3년 만에 23% 증가…"코로나 완화 영향"
  10. 10ESG경영 앞장 콜핑, 폐어망서 친환경 섬유 뽑아낸다
  1. 1부산은 최선 다했다…뜨거웠던 ‘K-원팀’ 여정
  2. 2낙동강 무인도에 수상한 중계기…150억대 보이스피싱 일당이 설치(종합)
  3. 3[속보]부산, 2030 엑스포 유치 실패
  4. 4[단독] 부산시 ‘통학로 개선 리빙랩’ 예산 80% 삭감
  5. 5사립초 입학 전형에 영어면접까지? 부산교육청 감사 착수(종합)
  6. 6'오일머니' 앞세운 사우디 월드컵 이어 엑스포까지 유치
  7. 7[속보]한덕수 총리 "엑스포 유치 실패 무거운 책임"
  8. 8“무채색 같던 중년여성 삶, 나전칠기 만나 반짝반짝 빛났죠”
  9. 9[속보]법원 “송철호 전 울산시장, 황운하에 수사 청탁 인정”
  10. 10‘묻지마 폭행’ 의식불명인데 피의자 불구속 檢 송치 논란(종합)
  1. 1손아섭 은퇴선수가 뽑은 올해 최고 선수
  2. 2살아난 허웅, KCC 연패 사슬 끊었다
  3. 3주심 PK 선언에도 “아니다” 실토…골 욕심 많은 호날두의 양심선언
  4. 4세계랭킹 15위 신지애, 파리올림픽 조준
  5. 5황소의 돌진…시즌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
  6. 6불법 촬영혐의 황의조 축구대표팀 제외
  7. 7염종석 이후 31년째…롯데 신인왕 배출 내년엔 기필코!
  8. 8손캡 3골 모두 오프사이드…위기의 토트넘
  9. 9롯데의 2024년은 이미 시작됐다, 마무리캠프 현장 방문기[부산야구실록]
  10. 10류현진 30·40대 FA중 주목할 선수
우리은행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세계유산에 대한 오해 풀기
‘싱가포르다움’을 위한 그들의 선택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아무도 모르는 카르텔에 갇힌 韓 R&D 투자 철학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
국제칼럼 [전체보기]
‘지식 콘텐츠 챌린지’에 도전하기
기고 [전체보기]
차세대 해양정책리더 과정 통한 인재 발굴과 육성
최계락의 시동요 ‘꼬까신’
기자수첩 [전체보기]
김해외국인노동자센터 예산삭감 재고를
교권회복 시킨다더니…교육부, 교사 집단연가에 으름장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꼰대세상
파격적 세대교체를 소망한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농부는 굶어 죽어도, 씨앗은 안고 죽는다
‘달’ 대신 ‘손가락’만 보세요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연례행사 노벨상에 유감 있다면
양말 뒤집어 신기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전통음악 교육 활성화를 기대하며
예술과 공간이 만난 신개념 방중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노인을 위한 공연장은 없다
부산 스포츠 ‘마 함 해보입시더’
도청도설 [전체보기]
인요한의 설화
북항 친수공원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참새구이와 어묵
일본의 계단식 논과 덴피보시
사설 [전체보기]
‘2030’ 실패했지만 그 노력은 새 꿈의 씨앗
부산 도시·교통 인프라 구축 빈틈없기를
세상읽기 [전체보기]
노인빈곤, 국민연금 개혁과 정년연장이 답
날씨와 마음의 관계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와 의료민영화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저무는 11월에 - 턴 투워드 부산
환대에 대한 생각들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독일을 보면서 곱씹어보는 교훈
골짜기 세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사라진 낙동강 뱃길
을숙도 갈숲이 전하는 말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오! 홍범도
야만의 과학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펫팸족과 신성장동력 펫코노미
베로나 아레나 오페라 페스티벌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진짜 ‘영남 스타’가 되려면
잼버리 파행을 부산엑스포 전화위복으로!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처음이란 무엇인가? 조지아 와인
사랑의 묘약,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수산업 몰락 재촉하는 후쿠시마 방사능 선동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가 비과학적인 이유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미니멀 음악
12음기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윤재 이규옥의 ‘고진감래’
화가 장욱진이 온다
CEO 칼럼 [전체보기]
호모 프롬프트 시대와 부산 MICE 산업
스타트업정신으로 무장한 창업가들
  • 제25회 부산마라톤대회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