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세계유산에 대한 오해 풀기

강동진 경성대 교수

  • 강동진 경성대 교수
  •  |   입력 : 2023-10-26 18:43:48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 중구 곳곳에 현수막이 붙었다. 피란수도 부산유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반대한다는 주장이다. 세계유산은 지역민이 반대하면 절대 등재될 수 없다. 2016년부터 추진되어 이제 잠정목록(2023년 5월 16일 공식등재)에 올랐는데 지역민이 반대한다니 안타까움을 감출 수가 없다. 지역의 유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방문객이 몰려들어 지역 경제에 활력이 붙는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얘기다. 그런데 부산의 지역민은 왜 세계유산 등재를 반대한다는 현수막을 걸까? 주장 속에는 여러 오해들이 스며있다. 자격 없는 사람이지만, 그 오해에 변을 하려 한다. 죄 없는 세계유산 제도를 흠집 내게 할 순 없기 때문이다.

오해는 110여 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올 제1부두의 미래에 대한 시각차에서 시작된다. 제1부두의 개발 논쟁이 세계유산 등재가 강력한 규제를 몰고 와 지역개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로 와전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유산 등재는 유산의 ‘탁월하고도 보편적인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이하 OUV)’의 증명을 전제로 한다. 역으로 생각하면 이 OUV를 훼손시키거나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개발은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유산 외곽에 완충구역이라는 보호 장치를 조건으로 한다. 2021년 영국 리버풀의 세계유산 취소 이유가 바로 완충구역 내에 추진된 대형개발들 때문이었다. 최근에는 완충구역 바깥의 개발도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 경우는 개발로 인해 해당 유산의 OUV가 훼손될 때 작동된다. 조선왕릉 경우가 그랬다. 조선왕릉은 왕릉 입지와 관계된 풍수지리의 원리가 OUV에 포함되어 있는데 조망과 관련된 이 원리가 훼손됨으로써 발생한 문제였다.

피란수도 부산유산의 OUV는 이렇게 정의된다. “피란수도 부산유산은 20세기 냉전기 최초 전쟁인 한국전쟁기의 급박한 상황 하에서 1023일 동안의 피란수도 기능 유지를 보여주는 특출한 증거물이다. 신청 유산은 9개의 연속유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피란수도의 정부유지, 피란 생활, 국제협력의 기능을 설명한다.” 신청 유산 9개는 점적으로 분포하는 시설이다. 유산들의 완충구역은 문화재보호법에서 적용받는 원래의 보호구역을 준용하거나, 주변 개발을 추가로 규제하지 않도록 설정되어 있다. 세계유산 때문에 주변 개발을 하지 못한다는 생각에는 오류가 있는 것이다. 세계유산의 핵심은 유산의 OUV다. 이것을 훼손하는 개발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중구청에서는 9개 유산 중 핵심의 유산인 제1부두에 복합시설 건설을 주장한다. 그래야만 중구가 발전한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이 행위는 제1부두의 OUV 훼손과 직결된다. 개발과 동시에 세계유산은 멀리 떠나보내야 한다. 여기서 한 가지 논점이 대두된다.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된 부산시의 역할론이다. 유산 등재에 있어 유네스코를 직접 상대해야 하는 단계가 되면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을 진다. 그 단계의 이전까지는 해당 지자체가 모든 과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잠정목록에 오르면 지자체에서는 세계유산센터(또는 추진단)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수년 동안의 준비를 본격화하는 것이 보통의 일이다. 부산시가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예를 든다. 우리나라가 보유한 16건의 세계유산 모두는 국가 사적과 천연기념물 이상의 등급으로 이루어져 있다. 부산의 경우 대다수가 지방문화재이거나 등록문화재다. 제1부두는 아예 아무것도 아니다. 부산시가 모든 에너지를 집중해 등급 올리는 일에 힘을 다해도 부족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뿐만 아니라 등재를 반대하는 지역민의 요구에 상응하는 다양한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그런데 부산시는 달라도 너무 다른 행보를 하고 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멀찍이서 쳐다만 보고 있다. 아예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러니 지역민은 소통할 주체를 찾지 못해 공허한 외침과 오해만이 난무하는 것이다.

부산시에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부산시도 제1부두의 개발을 진짜 원하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는 7년 만에 잠정목록에 오른 피란수도 부산유산의 등재 추진을 포기하자는 것과 같은 얘기다. 이것이 부산시의 진정한 의도인가? 세계유산은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이니, 등재를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7년여 동안 수많은 국민이 ‘1023일 동안의 피란수도 부산’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했고, 이에 따라 부산의 정체성이 크게 확장된 것을 잘 알지 않는가. 앞으로의 등재 과정도 분명 다양한 측면에서 부산의 시격(市格)을 높이는 일에 놀랍도록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

꼭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우리 모두가 기대하는 2030부산월드엑스포의 주제가 바로 피란수도를 중심으로 한 부산의 역사와 깊게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부산에서, 그것도 부산항에서 엑스포를 개최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빈 땅이기 때문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존립과 도약의 바탕이 되었던 부산의 위대한 역할을 자랑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니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 부산시가 전력으로 나서야 하는 것이다. 절대 부산과 지역민에, 그리고 후손들에 손해 될 일이 아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롯데百 부산본점 창립 30년…대대적 ‘고객 감사제’
  2. 2“챗GPT야,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줘”…그런데 이거 문제 없을까?
  3. 3명지? 용호동? 올림픽공원? 금융자사고 부지 선정 초읽기
  4. 4김석준 부산시교육감 당선… 3년 만의 귀환(종합)
  5. 5잠정 최종 투표율 22.8%…역대급 무관심 부산교육감선거(종합)
  6. 6지인에 수차례 흉기 휘둘렀는데…실형 면한 50대
  7. 7하수 걸러 공업용수화…해수담수시설 활용안 찾았다
  8. 8故장제원 여권 조문행렬…정진석 “尹, 가슴 아프다 말해”(종합)
  9. 9“잿더미 된 집, 새로 지으려니 빚더미 앉아…송이 채취는 보상 대상 안 돼 농가 직격탄”(종합)
  10. 10[근교산&그너머] <1409> 통영 바다백리길 1구간 미륵도 미륵산~달아공원
  1. 1故장제원 여권 조문행렬…정진석 “尹, 가슴 아프다 말해”(종합)
  2. 2거제시장 재선거, 민주 변광용 당선 확정
  3. 3코로나 백신 부작용 피해 국가보상…특별법 4년 만에 통과(종합)
  4. 4부산교육감 재선거, 김석준 ‘득표율 51.13%’ 당선… “부산 시민의 위대한 승리”
  5. 5“尹탄핵 헌재결정 승복해야”…불복·극단분열 우려에 각계 촉구(종합)
  6. 6부산교육감 재선거서 진보 단일후보 김석준 당선(종합)
  7. 7탄핵 선고 이후…‘개헌 논의’ 힘 받을까
  8. 8여 “尹 복귀 합당” 야 “파면이 상식”…동상이몽 속 승복 압박(종합)
  9. 9野 주도 ‘최상목 탄핵소추안’ 본회의 보고(종합)
  10. 10[속보] 충남 아산시장 민주 오세현 당선 유력
  1. 1롯데百 부산본점 창립 30년…대대적 ‘고객 감사제’
  2. 2꽁꽁 얼어붙은 부산 채용시장…제조업 54% “올해 안 뽑을 것”
  3. 31인당 가계대출 평균 9553만 원
  4. 4진퇴양난 금감원장…사퇴반려 두고 정치권서 논란(종합)
  5. 5제24회 부산과학기술상, 과학상 신화경·공학상 강현욱·과학교사상 박송이
  6. 6“쉽고 재밌는 수업으로 아이들과 과학의 바다 풍덩”
  7. 7“25년 신경과학 매진…뇌질환 치료에 보탬되고파”
  8. 8“비만·고령화 레이저 치료 연구로 인정받아 영광”
  9. 9美 '한국 25% 상호관세' 끝내 강행…'리더십 부재' 정부 긴급회의(종합)
  10. 10부울경 관광산업 발전 협업, 대·중견기업-스타트업 행사
  1. 1명지? 용호동? 올림픽공원? 금융자사고 부지 선정 초읽기
  2. 2김석준 부산시교육감 당선… 3년 만의 귀환(종합)
  3. 3잠정 최종 투표율 22.8%…역대급 무관심 부산교육감선거(종합)
  4. 4지인에 수차례 흉기 휘둘렀는데…실형 면한 50대
  5. 5하수 걸러 공업용수화…해수담수시설 활용안 찾았다
  6. 6“잿더미 된 집, 새로 지으려니 빚더미 앉아…송이 채취는 보상 대상 안 돼 농가 직격탄”(종합)
  7. 7피비린내 뒤로하고 영도행…지난한 세월 ‘폭싹 속았수다’
  8. 8현직 약사가 해외직구로 졸피뎀 밀수
  9. 9부산마을버스운송조합 새 이사장 강재동 대표
  10. 10동부산산단 하루 3만6000t 값싼 공급…첨단업종 유치 호재
  1. 1롯데 ‘어뢰 배트’ 주문…국내 상륙 초읽기
  2. 2‘타격천재’ 이정후, 3경기 연속 2루타
  3. 3승격 노리는 아이파크…외국인 선수가 선봉
  4. 43부팀의 반란…빌레펠트, 레버쿠젠 잡았다
  5. 5167㎞ 총알 2루타…이정후 4경기 연속 출루
  6. 6양키스 1경기 9홈런…‘어뢰 배트’ 화제
  7. 7“승엽아 인자 니배끼 없다, 롯데 방망이에 불 좀 붙이도”
  8. 8레이예스 마저 2년차 징크스?
  9. 9황유민·박현경 등 퀸 대결…KLPGA 18년 만에 부산 개막전
  10. 10'몬스터 월' 집어삼킨 윤동희…기지개 켠 롯데 타선
다시 열린 트럼프 시대
충성파로 내각 채우고 입법부까지 장악…트럼프 폭주 예고
다시 열린 트럼프 시대
美공장 지어 무역장벽 우회…‘미국통’ 등용 네트워킹 강화도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市 노동안전보건센터, 조속한 설립 필요하다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개발의 시대, 꼭 생각해 보아야 할 것들
우리에게 절실한 성장 마인드셋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현대과학이 만든 에너지 화수분
제로 인공지능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산시교육감 재선거 사전투표소에서
시민은 ‘청년이 돌아오는 부산’을 원한다
기고 [전체보기]
에어부산 분리매각만이 합리적 해법인가?
트럼프 2기, 부산을 조선산업 지식 거점으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기관장 잔치’된 체전 폐회식…선수가 주역인 축제 만들자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부산은 왜 망해가고 있을까
이형(고종), 이승만, 박정희, 윤석열 - 그들의 계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계와 통하는 힙한 판소리
조선시대 조상들의 고독 대처법
김창욱의 스포츠 탐색 [전체보기]
골프 vs 파크골프, 당신의 선택은?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좋은’ 일자리 지키기, 중요한 이유
북극항로의 시급성과 중요성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
도청도설 [전체보기]
탄핵심판 선고 생중계
낙하물
메디칼럼 [전체보기]
산재보험, 신청을 늦게 하는 이유
디지털 헬스케어와 미래의료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금정산성막걸리와 겨울 안주
사하구 노포 맛집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 키우기 제5원칙, 사회적 소통
뇌력 키우기 4원칙 ‘잘먹기’
사설 [전체보기]
탄핵 찬반 갈등 최고조…대한민국 민주주의 위기다
청년세대 납득할 국민연금 구조개혁 묘수 찾아라
세상읽기 [전체보기]
위기의 대한민국과 다시 읽는 ‘공화주의’(共和主義)
건설 현장의 위험, 호흡기 질환과 직업성 암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양질의 지속 가능한 건강보장을 위한 개혁 방안
인구 위기 본질과 노인 연령의 합리적 조정 방안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무주공해(無主空海)
트럼프 2.0 그리고 대한민국 해양정책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트럼프의 속마음 읽기
고환율의 명령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주민투표로 결정되는 부산·경남행정통합
수능 폐지를 위한 10년 교육 실험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의 8대 명당, 김극뉴의 묘
퇴계 이황과 서애 류성룡의 생가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트럼프의 ‘윤석열 구하기’ 망상
문민을 국방부 장관으로!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특권의식
유효기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모리스 라벨
겨울 나그네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시인 권구현의 ‘금강산 풍경’
‘자연’ 임신의 검정 강아지
CEO 칼럼 [전체보기]
브이드림의 ‘감사하는 조직문화’
중소기업, 해외시장으로 눈 돌려야

Error loading images. One or more images were not found.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