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장병윤의 대안 모색] 오! 홍범도

장병윤 한살림부산 이사장

  • 장병윤 한살림부산 이사장
  •  |   입력 : 2023-11-02 19:29:51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야 이놈들아/내가 언제 내 동상 세워 달라 했었나/왜 너희들 마음대로 세워놓고/또 그걸 철거한다고 이 난리인가./내가 오지 말았어야 할 곳을 왔네./나, 지금 당장 보내주게/원래 묻혔던 곳으로 돌려보내주게/나, 어서 되돌아가고 싶네./그곳도 연해주에서 머물다가/함부로 강제이주되어 끌려와 살던/남의 나라 낯선 땅이지만/나, 거기로 돌아가려네’.

이동순 시인이 쓴 ‘홍범도 장군의 절규’ 중 일부다. 꿈에 그리던 해방 조국의 땅에 백골을 누이는 안식마저 앗긴 장군의 처절한 외침이 귓전을 때린다. 비록 고국 강토지만 청산되지 않은 친일의 역사, 그 모멸과 능욕 속에 사느니 남의 하늘 아래가 맘 편할 것이라는 장군의 울분이 가슴을 친다. 최근 일어난 홍범도 장군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경악스러움을 넘어 참담하기까지 하다.

우리 5000년 역사상 가장 빛나고 통쾌했던 승전보 중 하나인 봉오동·청산리대첩을 이끈 주역, 암울한 일제강점기 나라를 뺏긴 백성들에게 광복의 희망을 놓치지 않게 했던 홍범도 장군. 장군은 온전하게 조국에 헌신한 불굴의 전사로 항일 무장투쟁의 신화였다. 갖은 고초를 달게 받으며 구국의 일념 하나로 바람처럼 대륙을 내달리며 조국 광복에 온몸을 바친 우국충정을 삼척동자도 다 안다.

이태 전 광복절에 온 국민의 열망에 힘입어 어렵사리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고국으로 모셔왔다. 선열의 희생에 무심했던 우리들의 오랜 부끄러움을 벗게 하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국군의 중추 육군사관학교에 흉상을 세우고 장군의 애국단심을 본받게 하는 것 역시 옳은 일이었다. 날마다 생도들이 장군의 고결한 조국애 앞에서 나라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며 올곧게 배우는 모습은 든든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울림의 큰 장군의 삶은 남달랐고 애국충정은 그 누구보다 뜨거웠다.

머슴의 아들로 태어난 장군은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지만, 국권을 상실한 조국의 비극적 역사 전면에서 광복을 향한 무장투쟁을 펼쳤다. 혹독한 항일투쟁의 전선에서 아내와 자식마저 조국의 제단에 바쳤다. 신출귀몰한 군사작전으로 야만적인 일제의 전선을 부수며 적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특히 유격전에 뛰어나 일본군마저 ‘비장군(飛將軍) 홍범도’로 부를 만큼 장군의 활약상은 두드러져 끝내는 봉오동·청산리대첩의 금자탑을 쌓았다.

말년에는 연해주에서 멀리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당하는 비극적 운명 가운데서도 동족들을 하나같이 아끼고 기꺼이 심부름꾼이 됐던 장군이다. 참담한 현대사에 맞서서 누구보다 강력한 의지로 싸우고 온갖 질곡을 고스란히 짊어진 채 낯선 하늘 아래서 삶을 마감한 비운의 투사, 홍범도 장군의 전설 같은 전투력과 인간을 초월한 의지는 우리에게 애국의 길이 뭔지를 일깨워준다.

그런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육사 교정에서 철거돼 쫓겨난다. 장군의 뜨거운 애국단심이 망나니처럼 휘두르는 이념의 채찍에서 홀대당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육사는 교정 내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철거하고, 홍범도 장군과 더불어 일곱 분의 애국지사를 기리는 독립전쟁 영웅실 폐쇄에 나섰다. 이유인즉슨 특정 시대 몇몇 인물에 편중된 국난극복사를 전시대에 걸쳐 새롭게 구성한다지만 참으로 군색하고 어처구니없는 변명이 아닐 수 없다.

지난달 23일 국정감사에서 육군총장은 “홍범도 장군 흉상은 육사 생도들의 대적관을 흐리게 한다”며 “육사는 광복운동, 항일운동하는 학교가 아니다”는 망언을 내뱉었다. 홍범도 장군의 소련공산당 이력을 문제 삼은 것이다. 홍범도 장군의 소련공산당 가입은 당시 항일투쟁의 기지로서 연해주를 확보하고 원활한 독립운동을 지원받기 위해서였다. 역사적 맥락은 뚝 잘라먹고 장군의 궤적을 북한 공산당과 동일시하는 이분법적 역사인식은 천박하기 그지없다. 또 자유시사변도 문제시하는데, 그 역시 충분한 근거가 없는 일방적 왜곡으로 홍범도 장군을 소련의 일개 적군(赤軍)으로 모는 처사이다.

어쩌면 홍범도 장군 흉상의 육사 추방은 이 정부 들어서면서 예고된 일이 아닌가 싶다. 일제 식민지의 근대화론을 강변하고, 헌법에도 명기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고, 항일투쟁을 가볍게 여겨 폄훼하고, 위안부를 매춘부로 매도하며 박정희 군사독재를 미화하는 이른바 뉴라이트들이 대거 등용될 때부터 이 정부의 역사전쟁 조짐이 보였다.

홍범도 장군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는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기획된 역사 도발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의 한국사 국정교과서 등 실패한 역사 쿠데타를 오늘 다시 획책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그것이 무엇보다 대한민국 국군의 요람인 육사와 항일투쟁의 영웅 홍범도 장군을 고리로 일어났다는 점에서 무모한 도발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는 일제 만주군관학교의 그림자도 아니고 친일 이력 장성들의 추억도 아니다. 육사는 권력욕에 눈이 멀어 군사 반란을 일으킨 정치군인들만의 모교도, 특정 정부의 입맛에 좌우되는 곳도 아니다. 민족 정통성에 뿌리 둔 군사학교로 나라의 안녕을 지키며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2. 2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3. 3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4. 4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5. 5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6. 6정지영·이명세 등 “암살자(들) 정쟁 도구화 말라”
  7. 7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8. 8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9. 9산은 회장 “통합 LCC 본사 부산행 결정 땐 적극 지원”
  10. 10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1. 1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2. 2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3. 3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4. 4“여야 협치로 市 조직개편·추경 성과…다음은 민생·PK 초광역”
  5. 5박형준, 퇴임 후 첫 공개 행보… 총선엔 “아직 생각 없다”
  6. 6부산시의회, 교통공사·시설공단 대표 후보 ‘부적격’ 의견
  7. 7[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MDL 지뢰 폭발 사건은 ‘도발’…北 정권 행위 강력 규탄”
  8. 8‘빈총경계’ 前 1군단장, 국감장서 “대비태세 문제 없었다” 주장
  9. 9암살자(들)·北 지뢰 여야 충돌…JYP ‘K-팝 축제 특혜’ 반박(종합)
  10. 10외모·학력차별…민간도 공공도 불공정 채용
  1. 1산은 회장 “통합 LCC 본사 부산행 결정 땐 적극 지원”
  2. 2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3. 3전재수 “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조속 통과…소급적용도 추진”
  4. 4부산 찾은 외국인 올 1~8월 343만 명 돌파…프랑스 관광객 작년보다 111%↑
  5. 5[뉴스 분석] 수도권, 가덕신공항 또 트집…국책사업 발목 자성 촉구 목소리(종합)
  6. 6태웅, 1년 갈등 ‘봉합’…노사정 상생협약 체결
  7. 7부산항 오는 배 위치 실시간 확인
  8. 8지자체 ‘비상금’ 3년새 반토막…국고사업 매칭비는 23% 늘어(종합)
  9. 9[증시와이드] 실적 유지·턴어라운드 종목 선별 접근을
  10. 10“AI 해킹범은 中 광둥성 26세” 글로벌보안기업 보고서 추정(종합)
  1. 1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2. 2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3. 3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4. 4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5. 5김척수 구청장 후보자 수사 7개월째 표류
  6. 6특혜 논란에도…엘시티 투자이민제 13년 실적 고작 2건
  7. 7“크루즈 관광객 동선, 부산항서 이바구길까지 넓힐 것”
  8. 8박완수, 우주항공·SMR 기반 메가 특구 공들여
  9. 9부산 동백중 교사와 학생 “우리는 와플처럼 달콤한 사이”
  10. 10[한 손 뉴스] 市 굿즈 플랫폼 ‘부산꾸’…디지털 스티커 받으세요
  1. 1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2. 2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3. 3막 오른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최예본·한아름 공동 선두
  4. 4“핸드볼 8년 만의 아시안게임 金…맏언니로서 기뻐”
  5. 5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6. 6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7. 7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8. 8롯데, KIA에 4-12 패…8회 7실점 ‘와르르’
  9. 9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10. 10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배지의 실력행사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배우 한선화
유튜브 쇼츠 정치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삼전 영업익 107조 시대…미래기금 지방우대 필요하다
‘부캉이 열풍’이 던진 부산관광 활성화의 과제
세상읽기 [전체보기]
빚을 물려받는 사회
부자(富者)가 되고 싶다면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무(武)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