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과학에세이] 모두를 위한 열린 인재 정책

김정선 동서대 총괄부총장

  • 김정선 동서대 총괄부총장
  •  |   입력 : 2023-11-13 19:29:23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망할 여성들을 받지 마세요! (Keep the damned women out)” 미국 프린스턴 대학 명예교수 낸시 웨이스 말킬 박사가 2016년 출간한 책 제목이다. 미국의 명문사학 예일대학, 프린스턴 대학 등이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던 1969년, 이에 반대하는 졸업생이 대학에 보낸 편지의 문구이기도 하다. 우리를 놀랍게 하는 것은 당시 여학생의 입학을 허용하게 된 계기가 여성 운동가들의 압박 때문도, 남녀평등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도 아니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결정권을 갖고 있던 남성들의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즉, 남학생만의 엘리트 교육기관이었던 당시의 대학은 마치 수도원 같은 분위기가 돼버려서 중도 탈락하는 학생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아이비리그 대학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최고의 인재풀을 채워줄 남학생들의 수가 부족하다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저출생 문제의 심각성은 인재난으로 연결돼 가고 있다. 부산을 포함한 지방에서 체감하는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선진국에서는 국가의 전략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첨단과학기술 분야 인력 양성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데, 특히 여성과 다문화 인재를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있고 실천 단계에 와 있다.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이 2013년부터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인재 경쟁력지수 (GTCI)’는 국가별로 기술혁신과 경제성장을 이끌 인재를 키우는 능력을 평가한다. 지난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이 글로벌 인재 경쟁력지수 상위 25위에 들지 못했다는 기사를 냈다. 뿐만 아니라, 올해 과학논문 인용 순위도 10위권을 벗어났고, 세계경제포럼의 젠더격차지수는 145개국 중 무려 125위로 떨어졌다. 한국은 다행히 젠더격차지수는 105위로 일본을 앞섰고, 인재 경쟁력지수도 24위로 26위인 일본을 처음으로 앞섰다. 그런데, 인재 경쟁력지수 순위를 살펴보면 스위스 싱가포르 미국을 포함한 10개 경제 강국들은 10년간 견고히 10위권 순위를 지켜오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경제지표로는 선진국에 들어선 지 오래지만, 더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원인이 젠더격차지수로 보여지는 유연하지 못한 인재 정책 때문이다. 인재 경쟁력지수 순위가 높은 국가들은 임금과 교육 수준이 높은 것에 더해 외국 인재를 영입할 수 있는 규제가 적고, 여성과 취약계층의 성장 장벽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은 젠더격차지수 순위가 지난 20여 년간 하위권에서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다문화 인재의 진입장벽 역시 높은 편이다.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K-문화를 가진 나라, 가장 혁신적인 나라, 놀라운 경제성장을 보인 나라의 위상에 맞는 열린 과학기술인재정책이 시급하다.

올해 노벨 생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카탈린 카리코 박사는 1985년 서른의 나이에 남편과 2살 된 딸과 함께 연구자로서의 꿈을 펼치기 위해 고향인 헝가리를 떠나 미국 이민을 선택했다. 1990년부터 mRNA 치료제 개발에 대한 확신을 갖고 시작한 연구는 약 30년 후 코로나19 치료제로 많은 생명을 살리게 됐고, 그 공을 인정받아 노벨상을 수상했다. 카리코 박사의 연구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지만 결정적으로 2012년 드루 와이즈만 교수를 만나게 되면서 협업을 통해 mRNA 치료제 개발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상을 받은 마리 퀴리 박사처럼 카탈린 카리코 박사는 강한 집념으로 꿋꿋이 긴 세월 연구에 매진한 탁월한 과학자였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두 사람 모두 이민자였고, 여성이었으며, 이들의 능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협업하는 과정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긴 연구 과정 덕분에 우리는 좀 더 나은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유연하고 열린 과학기술 인재 영입 정책은 국가의 경쟁력을 높임은 물론 모두를 위한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길이다. 우리도 이제 현명한 전략적인 선택을 해야 할 때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2. 2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3. 3[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4. 4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5. 5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6. 6“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7. 7“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8. 8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9. 9[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10. 10‘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1. 1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2. 2‘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3. 3[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4. 4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5. 5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6. 6[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7. 7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8. 8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9. 9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10. 10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1. 1"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2. 2“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3. 3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4. 4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5. 5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6. 6"건보료 재정누수 심각…1000만원 초과 고액체납 2배 급증"
  7. 7최태원, 9440억 규모 SK 지분 매각 결정…노소영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
  8. 8국민·하나·부산은행도 당했다…금융권 해킹 피해 확산(종합2보)
  9. 9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10. 10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1. 1[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2. 2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3. 3“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4. 4“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5. 5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6. 6‘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7. 7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8. 8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9. 9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10. 10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6. 6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7. 7LoL 대표팀, 대만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무실 세트 제패
  8. 8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9. 9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10. 10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민원인(들)
AI 패권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생곡소각장 정치적 셈법보다 원칙대로 추진해야
알래스카 LNG, 협력하되 국익이 최우선이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인공지능(AI)과 인류 멸종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