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부산의 공유오피스 몇 곳을 찾았을 때다. 1인용 사무실 임대료가 월 40만~50만 원대였다. 우리 일행을 안내하던 매니저는 “전기·통신·관리비가 임대료에 포함돼 있어 비싸다고 할 수 없다. 전세 보증금 마련이 힘든 스타트업 수요가 많다”고 했다. 입주기업이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에선 ‘맥주를 공짜로 제공한다’는 설명이 인상 깊었다. 한참을 둘러보다 매니저에게 물었다. “공유오피스는 부동산 임대업입니까? 플랫폼 기반 창조경제입니까?”
공유오피스는 한정된 자원을 나눠 쓰는 공유경제에서 출발했다. 2010년 미국 기업 위워크(WeWork)가 창업하면서 확산했다. 상업용 부동산(사무실)을 임대해 개별 수요자에게 재임대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돈이 밀려 들었다. ‘공간을 소유하는 시대에서 경험(임대 또는 공유)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가치 부여도 영향을 미쳤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140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위워크 가치는 470억 달러(약 60조 원)까지 치솟았다. 넘쳐나는 돈은 39개국으로 진출하는 발판이 됐다. 국내에서도 부산·서울을 합쳐 19개 지점을 운영해 ‘공유경제’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부산에선 토종자본이 설립한 공간공유 카페도 등장했다.
위워크 위기는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찾아왔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임대 사무공간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자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였다. 결국 위워크는 백기를 들었다. 최근 미국과 캐나다에서 파산보호(법정관리와 유사)를 신청한 것이다. 손정의 회장 손실액은 무려 115억 달러(약 15조 원)에 이른다. 이제 위워크를 혁신기업으로 보는 투자자도 크게 줄었다.
빈 집이 필요한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에어비앤비도 시련을 맞았다. 주택가에 ‘임차료 투기꾼’만 양산해 정작 누군가 살 집을 빼앗는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 출발은 자동차 소유자와 승객을 연결해주는 우버와 비슷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주택 수백 채를 사들여 연중 임대하는 장삿꾼이 등장했다. “이게 공유경제냐”는 질책이 커졌다. 미국 뉴욕과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에어비앤비를 임차료 상승 주범으로 낙인 찍고 규제를 강화 중이다.
위워크나 에어비앤비가 공유경제의 몰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공유경제가 태동하게 된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오히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이 어딘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는 게 정확한 진단이다. 그래서 위워크의 위기는 공유경제의 옥석을 가리는 시발점이다.
이노성 논설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