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기 국회에서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4개 법안이 통과됐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서는 아동학대 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 등 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이는 7월부터 9월까지 이어진 교사들의 간절한 외침을 사회가 지지한 덕분에 이뤄진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법 개정 이후 학교 현장에 어떤 변화가 있느냐고 교사들에게 물어보면, 크게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교권보호를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교사의 적극적인 교육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현장 교사, 예비 교사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어 보았다.
한 가지 원인으로는 아동학대처벌법과 아동복지법이 개정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이번 교육활동 보호 4개 법안의 개정으로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서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고 나와 있어 일견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보이기 쉽다. 그러나 모법인 아동학대처벌법과 아동복지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현 상황에서 이번에 개정된 4개 법안만으로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먼저,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게 되면 ‘정당한’이라는 문구를 놓고 법적 다툼이 일어날 것이다. 마찬가지로 교육감의 의견 제출이 필요해지고, 직위해제 요건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의견 청취 기간, 직위해제 요건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는 기간이 필요할 것이고, 그동안 교사는 수사, 조사를 받으며 교육활동에 지장이 생길 것이 자명하다.
또한 아동학대 신고는 의도를 명확하게 밝히기 어려운 특성으로 인해 악의를 가지고 이뤄지는 신고에 대해 무고를 증명하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결국, 아동학대 신고가 여전히 교원의 지도에 있어 장애물임에는 변함이 없고, 이번에 개정된 교권보호 4법만으로는 이러한 점을 해결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보았다.
다른 하나의 원인으로 우리 사회가 학교 교사를 대하는 방법에 있다. 과거의 권위주의적인 학교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 학생 학부모라는 세 주체 사이의 접경지대에 대해 접근 방법을 달리해야 하겠다. 여기서 말하는 접경지대는 다양한 주체들이 충돌하고 소통하는 사회적 공간을 의미하는데 학교와 학생 사이, 교사와 학생 사이, 그리고 학교와 학부모 사이의 접경지대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학생의 학교 자치활동과 같은 학교 제도적 차원은 물론이고, 교사와 학생 사이의 관계 형성 또한 점차 접촉하는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그리고 학교와 학부모의 관계 역시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학교운영위원회를 비롯한 각종 위원회 형식으로 학교의 운영에서 보호자의 역할이 점점 커져 왔다.
접경지대는 중심부에 비해 여러 가치관이 혼재하고 질서와 무질서가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성격으로 인해 학문의 세계에서 접경지대라는 존재는 융복합에 최적화돼 있고, 한 가지 분야 안에서 해내기 힘든 발상이나 새로운 연구 주제를 발견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중심부의 전문성이며, 각 분야의 전문성에 대한 상호존중이다.
학교 현장에서의 접경지대 또한 비슷한 원리일 것이다. 교사와 학생 간의 심리적 장벽이 이전에 비해 낮아졌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로 상호작용할 수 있고, 새로운 교육 방법, 교수·학습활동 또한 개발되고 있다. 학교와 학부모의 관계도 마찬가지로, 학교 운영에 학부모의 의견 수렴을 권장하고 있는 까닭은 다양한 방법을 고안해 내기 위함일 것이다. 그러나 언급한 바와 같이 접경지대의 존재가 긍정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중심부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지금의 사회가 학교 운영, 교사의 교육활동을 충분히 존중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기는 어렵다.
더 나은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사가 자신의 교육관에 입각하여 자유롭게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지금의 상황은 제도적,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겠다. 이번의 교권보호 4법 개정은 환영할 만한 일이나, 보다 나은 교육 여건을 조성하기 위하여 아동학대처벌법과 아동복지법 개정이라는 제도적 차원의 변화가 이뤄지고, 사회가 학교 교육 고유의 기능을 존중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