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지방간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많은 분이 잘 알고 있지만 술이 원인이 아닌 지방간, 즉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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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서상균 기자 |
우리는 움직이고 살아가기 위해 에너지가 필요하다. 에너지 대부분은 음식으로부터 얻는다. 입에 들어온 음식은 여러 단계를 거쳐 소화, 흡수된다. 담즙과 췌장 효소로 뒤섞인 음식물에 포함된 탄수화물은 포도당으로,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지방은 지방산과 글리세롤 등으로 분해된다. 이런 영양분은 소장에서 흡수돼 간문맥과 림프관을 통해 간과 온몸으로 운반된다.
우리 몸이 쓰고 남은 포도당은 글리코겐 형태로 바뀌어 간과 근육에 저장되고 지방산은 지방세포에, 콜레스테롤은 간세포에서 담즙으로 배출된다. 섭취된 아미노산은 근육을 만들거나 우리 몸에 필요한 물질을 운반하는 운반 단백 등으로 사용된다. 글리코겐으로 저장되고도 남는 포도당은 크렙스 회로를 통해 지방으로 바뀌어 지방세포에 축적된다. 술을 마시지 않고 지방질 음식을 많이 먹지도 않는 사람에게서 지방간이 있는 경우에는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섭취하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아야 한다. 혈액 내 포도당이 떨어지면 저장된 글리코겐을 녹여 포도당으로 사용하며 오랫동안 금식을 하여 글리코겐이 고갈되면 근육의 단백질을 녹여 포도당으로 만들거나 지방세포를 태워 포도당으로 바꿔 에너지로 사용한다. 금식이나 과도한 다이어트를 하면 우리 몸에 저장된 포도당이 많이 줄어 혈당이 떨어지면서 배고픔 식은땀 몸 떨림 피로 쇠약 두통 같은 증상이 생긴다.
지방간은 간세포의 5% 이상에 지방이 차는 경우를 말한다. 간세포에 지방이 차면 간세포 내의 여러 작은 기관이 쪼그라들어 그 기능을 하지 못하고 결국에는 간세포가 사멸돼 AST(SGOT), ALT(SGPT), rGTP 수치가 올라가게 된다. 원인으로는 과도한 음주, 과체중(비만), 과도한 지방질 섭취, 당뇨병, 발프로익산을 오래 복용한 경우, 임신으로 인한 급성 임신성 지방간 등이 있다.
지방간은 대개 증상이 없으나 드물게는 간이 부어 오른쪽 윗배에 뿌듯하고 묵직한 불편감이 있을 수 있다. 지방간의 진단은 혈청 간 기능 검사와 간 초음파 검사, 간 섬유화 검사 등으로 할 수 있다. 치료는 원인을 없애는 것이 가장 좋은데 알코올로 인한 경우는 금주해야 하고 유산소 운동으로 적절한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당뇨병을 잘 관리하고 지방간을 일으키는 약제는 가능하다면 피해야 하며 꼭 복용해야 한다면 주기적인 간 기능 검사와 간 초음파 검사를 해보아야 한다.
국내 비알코올 지방간의 유병률은 최근 증가하고 있다. 건강검진 수진자 중 복부초음파 검사로 진단된 비알코올 지방간의 유병률은 16.1~33.3%였다. 비알코올 지방간은 인슐린 저항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대사증후군, 제2형 당뇨병, 관상동맥질환 및 각종 종양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
지방간은 간 조직 검사상 간세포 내에 지방만 차 있는 경우를 말하고 간세포의 주위에 염증세포(백혈구)의 침윤은 보이지 않는다. 1980년 루트비히 등은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사람의 간 조직검사에서 간세포 내에 지방이 차 있고 알코올성 지방간 또는 간염 때 나타나는 염증세포의 침윤을 동반한 특이한 형태의 지방간을 보고했는데 이러한 형태의 지방간을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이라 했다.
대개의 지방간은 예후가 좋으나 과도한 음주로 인한 지방간이나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은 간경화증으로 진행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심한 지방간 환자 네 명 중의 한 명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심각한 간 질환인 간경변증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지방간으로 오래 치료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간 수치가 잘 안 떨어지는 경우 NASH를 의심해 간 조직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