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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

정도준 부산일과학고 교사

  • 정도준 부산일과학고 교사
  •  |   입력 : 2023-11-20 19:17:36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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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12월 21일, 미 항공우주국(NASA)의 유인 우주 탐사선 아폴로 8호가 우주비행사 세 사람과 함께 지구를 떠났다. 그들의 목적지는 지구와 가장 가까운 천체, 바로 ‘달’이었다. 비행은 순조로웠고, 예정대로 사흘 후인 12월 24일 아폴로 8호는 달의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이후 그들은 약 20시간 동안 달 궤도를 10차례 선회하며 달 착륙을 위한 정찰 임무를 수행했고, 그들이 수집한 달의 지형과 표면 정보는 미래 달 탐사를 위한 초석이 되었다. 또한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지구로 돌아온 우주비행사들은 ‘지구 밖 천체를 탐사한 최초의 인류’, ‘달의 뒷면을 목격한 최초의 인류’라는 영예를 안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당시 TV로 생중계되고 있던 아폴로 8호의 여정은 사람들에게 아주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선사했다. 그것은 바로 미 항공우주국의 공식 기록물 ‘AS8-14-2383HR’이다.

아폴로 8호의 우주비행사였던 윌리엄 앤더스는 달을 네 번째 선회할 때 우연히 달의 지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작은 행성을 발견한다. 이 행성은 우주의 새까만 어둠이나 달 표면의 회색빛과는 대조적이었다. 흰색과 푸른색이 섞여 아름답게 빛나는 경이로운 모습에 앤더스는 곧바로 카메라를 들었다. 촬영된 사진은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선사했고, 인류의 사고와 삶의 방식에 변화를 가져왔다. 훗날, 이 사진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사진 중 하나로 평가되며 ‘지구돋이(Earthrise)’라는 새로운 이름도 붙여졌다.

이쯤 되면 다들 눈치채셨으리라 생각한다. 그렇다. 앤더스가 촬영한 행성은 달과 가장 가까운 천체이자 인류의 삶의 터전, 바로 ‘지구’였다. 앤더슨이 달에서 최초로 담은 지구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스스로 빛을 내지는 못하지만 분명 우주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울 것이리라. 하지만 너무나도 작았다. 미국의 저명한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도 1994년 자신의 저서 ‘창백한 푸른 점’에서 지구를 광활한 우주에 떠 있는 한없이 작고 하찮은 존재에 불과하다고 표현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작고 아름다운 행성을 전쟁과 탄압, 개발 등으로 파괴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반성하기 시작했고, 1970년 4월 22일에는 2000만 명의 미국인들이 ‘지구돋이’ 사진을 포스터로 만들어 거리로 나섰다. 제1회 ‘지구의 날’ 행사의 시작이었다.

현재 인류는 태양계 모든 행성에 탐사선을 보냈고, 이중 보이저 1·2호는 태양계를 벗어나 별과 별 사이의 공간인 성간우주(Interstellar)를 비행 중이다. 우주 탐사의 초기 목적이 우주에 대한 이해와 인류의 호기심 충족이었다면 이제는 인류를 다른 행성에 정착시키기 위한 우주 개척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실제로 미 항공우주국과 일부 민간 기업에서는 인류를 화성에 정착시키기 위한 계획에 돌입했으며, 금세기 내 인간을 화성으로 보내 우주로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겠다고 공언했다. 우주 탐사를 넘어 우주 개척의 시대는 어떻게 기록될지 문득 궁금해졌다.

지난 9월 2023학년도 고등학생 독서토론 캠프에서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 교수의 ‘호모 데우스’를 읽고 비경쟁 독서토론을 진행한 적이 있다. 이 책에서 하라리 교수는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역사’라는 단어로 말하며 똑똑해진 인류와 위험해진 미래를 통찰했다. 학생들은 하라리의 견해에 공감하며 지혜로운 사람(Homo Sapiens)에서 신이 되고자 하는 인간(Homo Deus)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자신의 생각을 바탕으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토론을 마치며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은 이 책을 읽다 보니 책 제목이 마치 ‘호모(Homo) 대(De) 어스(us)’처럼 느껴졌어요. ‘호모’가 우리의 후손들이 평가하게 될 인류의 모습이라면, ‘어스’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앞으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이 있다. 지구가 그렇다. 태양계의 주연인 태양보다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우리도 할 수 있다. 지구보다 빛나는 인류. 이제는 우리가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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