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도심 대표 생태하천인 온천천에는 터줏대감이 있다. 물에 긴 다리를 담그고 외로이 서 있는 왜가리다. 우아한 생김새와 독특한 울음소리 덕분에 존재감이 뚜렷하다. 왜가리는 원래 여름철새다. 그러나 온천천 왜가리는 겨울에도 떠나지 않는다. 텃새로 변한 것이다. 세계적 철새 도래지인 낙동강 하구에는 이런 새들이 여럿 있다. 민물가마우지 해오라기 중대백로 등이 모두 텃새화한 철새다. 온난화 영향으로 한국에서도 겨울나기가 그럭저럭 괜찮아졌기 때문이라나.
야생동물 중에서 수달은 예민하고 영악하기로 유명하다. 수달은 여간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주로 배설물로 추적한다. 낮에는 보금자리에서 잠을 자고 밤에 먹이를 찾아 움직인다. 야생 수달은 냄새에 민감해 인기척을 금세 알아차린다. 서식지를 누군가에게 들키는 순간 다른 장소로 옮겨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깨끗한 환경을 좋아하는 것도 수달의 특징이다. 수달 서식지는 청정지역이라는 말과 동의어다. 수십년 전만 해도 가덕도 해안에서 많이 관찰됐다. 그러나 섬 동쪽은 오래 전 흔적이 사라졌고 서쪽은 거가대교 때문에 불안정하다. 부산항 신항 주변에서 발견되는 배설물에서는 환경호르몬이 나온다. 오염된 물고기를 먹은 탓이다.
수달이 부산 도심에 출몰했다는 목격담이 또 나왔다. 지난주 토요일 오후 8시 30분께 수영구 민락동에서 수달을 봤다는 신고가 부산시 소방재난본부에 접수됐다. 목격 지점은 민락회센터에서 민락동 행정복지센터 방면 도로로, 밤에도 통행 차량과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다. 탈출한 애완용인지 야생 개체인지는 알 길이 없다. 야생이라 해도 근처에 수영강과 바다가 있어 이상한 일은 아니다. 도심 수달은 10여 년 전부터 온천천에 나타나기 시작했고, 석대천이나 명지동 해안 산책로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하지만 온천천이나 석대천을 1급 청정지로 보기는 어렵다. 수질이 좋아졌다기보다 수달이 주어진 환경에 적응한 결과라는 해석이 더 타당할 것이다.
올 들어 부산에서 포획된 멧돼지는 590여 마리로 작년 전체 수치(563마리)를 뛰어넘었다. 강서나 기장 같은 외곽은 물론 동래 부산진 등에서도 출몰 소식이 전해졌다. 주택가에서 야생 너구리를 볼 기회도 많아졌다. 야생동물 입장에선 서식지 파괴로 먹이가 부족해지자 어쩔 수 없는 선택지에 내몰린 것이다. 인간 때문에 터전을 잃었는데 살려면 인간 가까이 갈 수밖에 없다. 수달의 출현이 반가우면서도 조금은 안타까운 이유다.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