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 ‘2023 한국시리즈 우승’ 여파가 길다. LG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기까지 일본 오키나와산 아와모리 소주와 고급 롤렉스 시계가 주목받더니 이젠 LG그룹 계열사의 할인 및 경품 이벤트에 관심이 쏠린다.
LG는 지난 17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 컨버전스홀에서 2023 프로야구 통합 우승 기념 행사를 열었다. 구단주인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그룹 관계자, 염경엽 감독과 오지환 주장을 비롯한 선수단, 프런트가 참석했다. 이날 구본무 선대 회장이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고대하며 묵혀뒀던 아와모리 소주와 롤렉스 시계가 공개됐다. LG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들이 앞다퉈 우승 잔치에 동참하니 LG로서는 최고의 한해인 셈이다.
팀당 144경기 대장정을 펼치는 프로야구 정규 시즌은 숫자로 정리된다. LG는 정규 시즌 우승과 홈 관중 120만2637명 유치로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팀 평균자책점(3.67) 및 타율(0.279) 1위인 탄탄한 전력이 이를 뒷받침했다. 한국시리즈 제패로 통합 우승하며 정점을 찍었다. 그 숫자 이면이 선수들 땀과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 지략, 그리고 관중 응원이다. 숫자만 있다면 그 많은 사람이 공 하나에 웃고 울며 승부에 환호하고 좌절하진 않을 터이다. 바로 스포츠가 만들어내는 신화다.
LG엔 아와모리 소주와 롤렉스 시계가 신화의 재료인 셈이다. 구 선대 회장은 1994년 LG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자 “다음 우승 때 이 술로 축배를 들자”며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현지에서 아와모리 소주 3통을 직접 구매했다. 또 1998년 해외 출장 중 당시 8000만 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를 구입해 “다음 우승 때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게 전달하라”고 했다. 구 선대 회장은 2018년 세상을 떠났다. 소주야 마셔 없어질 운명이라지만, 시계는 신화의 증명으로 남았다.
통합 우승을 이끈 염 감독 결기가 의미심장하다. ‘두려움과 망설임은 나의 최고의 적이다!’ 지난해 11월 LG 지휘봉을 잡은 그가 서울 잠실야구장 LG 선수단 라커룸 통로에 내건 문구다. 올해 LG는 정규 시즌에서 86승(2무 56패)을 거뒀는데 이 가운데 42번이 역전승이었다. 한국시리즈에선 1차전을 내주고 내리 4연승했다. 두려움을 없앤다는 건 그만한 준비와 노력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LG 한풀이를 지켜보는 롯데 자이언츠 마음이 바빠졌다. 롯데는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31년째 무관이다. 롯데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른 것은 1999년이다. 포스트시즌 진출도 2017년 이후 없었다. 새로 지휘봉을 잡은 김태형 감독은 그 어느때보다 큰 부담을 안고 내년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선수단에 똬리를 튼 두려움을 떨쳐내는 게 우선이다.
‘No Fear!’는 롯데가 영입한 한국 프로야구 첫 외국인 감독인 제리 로이스터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2008년 사직야구장에서 만난 로이스터 감독은 ‘원팀, 원패밀리’를 강조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관중에 화답하는 최고의 야구를 하겠다”며 두려움 없는 강팀을 추구했다.
로이스터는 2001년부터 2007년까지 ‘8888577’이라는 롯데 암흑기를 단숨에 끊었다. 공개적인 이 비밀번호는 해당 기간 롯데 순위다. 그는 감독으로 있던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구단 사상 최초로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뤘다. ‘No Fear!’에서 보여줬듯 그는 관중이 원하는 화끈한 경기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것이 로이스터 신화의 핵심이다. 그 신화의 빛과 그림자는 확연하다. 비록 만년 하위권인 롯데에 가을야구를 선사했으나, 정상을 밟겠다는 ‘희망고문’은 여전하다는 점이다.
롯데의 도전과 성취를 고대한다. 롯데의 성취를 자신의 성취처럼 여기고 새로운 자신감으로 치환하려는 롯데팬, ‘부산갈매기’의 지상명령이기도 하다. 도전은 새로운 도약을 꿈꾸게 한다. 비단 롯데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앞으로 7일 뒤 부산은 대전환의 변곡점을 맞는다.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개최지 결정이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투표로 결정된다.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는 새로운 신화를 쓰려는 부산의, 대한민국의 도전이다. 부산은 글로벌 해양도시로 발돋움하며 기후변화와 빈부격차 등 지구촌 문제 해결의 플랫폼이 되겠다는 등 구체적인 실천과제도 뚜렷하다. 오일머니로 무장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맞서 엑스포 유치를 실현해야 한다. 그동안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와 재계, 그리고 박형준 부산시장과 부산 시민이 ‘코리아 원팀’으로 결승점을 향해 달려왔다. 해낼 수 있다며 두려움을 이겨내고, 해야만 한다는 간절함을 더하자. 우리가 신화의 주인공이다.
정상도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