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하여 국민은 혼란스럽다. 지난달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제5차 재정계산위원회가 보험료율(현행 9%에서 12%, 15%, 18% 상향 3가지안), 수급개시연령(현행 63세 유지와 68세 연장 2가지안), 기금운용 수익률(현행 유지, 0.5%포인트 상향, 1%포인트 상향 3가지안) 등 18가지 안에 더해 소득 대체율(현행 42.5%)을 상향하는 방안 등 24가지 시나리오가 담긴 최종보고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정부는 특정 안을 정하지 않고 국회로 넘겼다.
이에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자문위원회는 2가지 안을 제안했는데,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기금 소진 시점 현행 2055년에서 2062년으로 7년 연장), 보험료율 15%와 소득대체율 40%(기금 소진 시점 2071년으로 16년 연장) 안이다.
국민연금 개혁의 필요성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기금 소진 시점의 연장이 꼽힌다. 국민연금 고갈과 관련해 MZ세대의 불안과 불만은 매우 심각하다고 한다. MZ세대 사이에서 1990년대 생은 국민연금을 한푼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가 사실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1990년생이 수급연령인 65세가 되는 2055년이 기금 고갈 예상시기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노령화와 저출산 문제 때문에 인구의 역피라미드 현상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소수의 생산 연령이 다수의 고령층을 부양해야 한다는 위협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자명한 진실처럼 보인다.
우물 안에서만 하늘을 쳐다보면 세상은 좁게 보이기 마련이다. 한번 발상을 전환해보자.
국민연금은 노후소득보장제도의 일환이다. 그러면 거꾸로 노후소득보장제도는 우리나라와 같이 소득에 따라 내는 만큼 돌려 받는 제도가 유일한가를 봐야 할 것이다.
OECD 국가의 노후소득보장제도는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는데, 건물로 비유하자면 1층 2층 3층으로 나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여러 국가는 노후 빈곤 안전망인 소득재분배 기능을 위한 강제적 기초연금인 1층과 은퇴 이전의 소득에 대비해 적절한 소득을 제공하는 보험의 역할을 수행하는 2층을 주요하게 운영하고 있다. 3층은 주로 민간 임의연금이다. 1층은 강제성을 갖고 국가가 운영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이 개인(근로자의 경우 사업주도 부담)의 보험료로 충당하기 보다는 국가의 일반조세에 의한 재원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OECD에서는 우리나라 노후소득보장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현행 소득비례부분인 국민연금의 급여부분을 조세방식에 의한 기초연금으로 전환하고, 소득대체율을 높일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노인의 빈곤율이 세계에서 최고인 한국에서 앞으로 노령화가 심각해지는 것이 명확하다면 국가의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정부가 공적연금에 투입한 정부재정은 OECD 국가 평균의 절반인 9.4%로 꼴찌 수준(아이슬란드 다음)이다. 프랑스(24.2%) 일본(24.2%) 독일(23.0%) 핀란드(22.0%) 등은 20% 이상을 공적연금에 투입했다. 노인빈곤과 이로 인한 고독사와 자살이 전사회적 문제이고,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인구의 감소와 노인부양 문제가 사회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라는 데 우리 국민 대다수는 동의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빈곤 해결을 위한 대책에 이르러서는 내가 낸 돈을 내가 나중에 받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올해 상반기 내내 프랑스에서는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핵심은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늘리고 연금 납입 기간이 연장된다는 것이 골자다. 그런데 막상 프랑스의 연금 소득대체율이 약 74%정도가 된다는 것을 아는 우리나라 국민은 드물다. 오히려 우리 국민은 정년연장을 찬성하는 사람이 10명 중 8명이나 된다. 우리나라에서 정년연장을 찬성하는 이유가 일이 좋아서 일지는 의문이다.
우리나라도 언제쯤 노후소득이 보장되어서 정년이 기다려지고, 정년을 연장한다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날이 올까? 국민연금 개혁, 발상을 전환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