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위한 산업은행법 개정안이 야당 반대로 연내 처리가 사실상 힘들어졌다. 산은법은 어제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안건으로 겨우 올라가기는 했으나 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남은 국회 일정을 감안할 때 21대에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경남 사천 우주항공청 설립을 위한 특별법은 여야가 쟁점을 해소해 놓고도 별개 사안으로 다시 충돌하는 바람에 덩달아 상임위에서 발목이 잡혔다. 기존 원전 부지에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을 짓기 위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안 역시 지역의 영구 핵폐기장화를 막기 위한 뚜렷한 대책 없이 계류된 상황이다. 부산 경남의 재도약에 필수적인 법안들이 국회 본회의는커녕 상임위 문턱조차 못 넘고 자동폐기 위기에 처했다.
산은법 개정안이 상임위 법안소위에 넘어간 건 지난해 11월로 1년이 지났다. 산은의 부산 이전에 필요한 행정 절차는 마무리 단계인데 본점 위치를 서울로 못박은 법 개정 없이는 여기서 더 나아갈 수 없다. 야당 소속 법안소위 위원장은 억지 논리로 심사 자체를 막고 있다. 산은법과 달리 여야간 이견이 없는 우주항공청법은 더 어이가 없다. 항공우주연구원 등 관련 연구기관을 우주항공청 소속으로 두고, 우주항공청이 연구개발기능을 수행하는데 이미 합의했다. 서두르면 올해 안이라도 입법이 가능한데 이렇게 시간을 끈다. 더불어민주당은 100석 넘는 수도권 표만 의식하고, 국민의힘은 무기력하다.
산은과 우주항공청은 부산과 경남의 미래를 보장할 핵심 기관들이다. 산은 이전은 부산이 꿈꾸는 글로벌 금융도시에 화룡점정 작업이다. 산은은 2045년까지 비수도권에 125조 원대 투자 계획을 세웠다. 생산유발효과는 300조 원이 넘는다. 산은의 부산 이전이 부산뿐만 아니라 비수도권 전체에 낙수효과를 낳는 것이다. 우주항공청 설립은 경남이 지역 대학에서 키운 인재, 민간기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우주항공산업의 메카가 될 기회다. 최근 각국의 달 탐사 경쟁에서 보듯 우주항공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산업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성공 이후 관심이 높아졌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후발 주자로선 한시가 급한데 누구도 아닌 정치권이 방해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시정연설을 통해 산은법과 우주항공청법의 조속한 통과를 국회에 당부한 바 있다. 사사건건 대통령과 대립 중인 야당 입장에선 협조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국토균형발전과 국가 미래를 위해 누구라도 해나가야 하는 사업이다. 정권의 성격이나 이념에 따라 달리 대처할 일이 아니다. 21대 정기국회 본회의는 올해 아직 네 차례 남았다. 총선이 있는 내년으로 넘어가면 조속한 입법은 정말 불가능해진다. 야당은 물론이고 대응에 소극적인 여당도 부산 경남의 민심이 심상찮음을 감지해야 한다. 이러고도 내년 4월 총선에서 표를 달라 하면 그야말로 후안무치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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