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뉴스와 현장] 노인을 위한 공연장은 없다

  •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  |   입력 : 2023-11-22 19:07:46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아이의 초등학교 졸업 때 가려던 것이 코로나로 미뤄지다 고등학교 입학 전에 다녀오자며 큰 맘을 냈다. 남편이 비행기 옆 좌석에 타신 70대 어르신과 인사를 나누다 그분이 가수 임영웅 콘서트를 위해 LA에 가신다는 걸 알게 됐다. 임영웅이 어르신에게 아주 인기가 있다는 건 알았지만 콘서트를 보러 미국까지 가다니 싶어 꽤 놀랐다.

현지에 도착해선 더 놀랐다. 임영웅의 콘서트가 열렸던 돌비 시어터(Dolby Theatre) 주위가 온통 팬클럽의 색상인 파란색으로 채워져서다. 아카데미 시상식장으로 쓰이는 돌비 시어터(구 코닥 극장)와 할리우드 거리를 돌아보는 도중 팬클럽이 전세 낸 듯한 관광버스도 두어대 봤다. 임영웅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은 이미 한국에서도 경험했다.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가 있어 서울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을 찾았는데 마침 임영웅의 콘서트도 옆 건물에서 예정돼 있었다. 주변은 온통 파란색 물결이어서 그 자체로도 굉장했다.

최근에 열린 임영웅의 콘서트는 다른 이유로 부러움을 샀다. 콘서트가 끝난 후 팬이 커뮤니티나 온라인에 올린 사진을 보니 대형 모니터가 족히 5~6개는 설치돼 있었다. 어르신 팬이 다수를 차지하는 팬덤을 위한 가수의 배려였다. 실제로 콘서트가 자주 열리는 체육관 같은 곳 2층 좌석에서는 가수의 얼굴이 손톱만 하게 보인다. 그래서 팬들은 그 모습을 좀 더 가까이서 보고싶은 마음에 공연용 망원경을 따로 구매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도 공연 내내 들고 있기도 번거롭다. 이런 팬들에게 좀 더 다가가고 싶어서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추가로 모니터를 설치하는 배려가 참 따뜻했다.

게다가 간이 화장실도 더 마련했다. 보통 콘서트는 3시간 정도로 진행된다. 급한 용무가 있어서 화장실에 가려면 좁은 좌석을 헤치고 옆 사람에게 불편을 주면서 지나가야 하는 데다 화장실에서도 줄을 길게 서야 한다. 그런 불편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려고 노력한 거다. 가장 감동적인 포인트는 연로한 팬이 좁고 어두운 데다 가파르기까지 한 통로를 지날 때 혹시 다치기라도 할까 봐 가는 길을 손전등으로 비춰줄 인력까지 배려해 둔 점이다. 콘서트가 끝나면 부모님을 모셔갈 자녀의 대기 공간까지 마련한 세심함도 놀라웠다. 가수나 배우 연예인 등 팬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이들은 항상 팬에게 감사하다 사랑한다 소중하다 말한다. 하지만 그들을 보러 시간을 내 찾아온 팬을 이렇게 살뜰히 챙기는 경우는 드물다.

꼭 임영웅 팬이 아니더라도 공연계에서 어르신 관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배려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의 공연은 온라인으로 예매가 이뤄지고 티켓도 종이 실물이 아니라 큐알코드만 제시하는 경우도 많다. 인기 있는 가수의 예매는 ‘피켓팅’(피가 튀는 티켓팅)이라 불릴 정도로 어렵고 마우스를 미친 듯 눌러야 한대서 ‘광클’이라고 하는데 과연 어르신이 할 수 있을지 고개가 갸웃해진다. 예매부터 진입장벽이 높은데 다행히 가족이나 자녀 등이 대신해 넘어섰다면 그 이후 공연장을 찾아 안전하게 즐길 권리를 제대로 누리고 있는 걸까.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우리는 모두 언젠가 노인이 된다. 노인이라 새로운 걸 배우지 못하겠다고 고집 피우는 모습도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눈이 침침하고 손가락은 무뎌지고 다리는 마음대로 움직여 지지 않는 노화를 배려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노인이 됐을 때 그런 불편을 이해받지 못하게 된다.

커피숍이나 음식점에서 키오스크로 주문하거나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예약하는 일이 누군가에는 아예 불가능하다면 이건 문제다. 소득이나 연령에 따른 디지털 격차는 이미 사회문제가 됐다. 초고령화와 인구 소멸로 ‘노인과 바다’라는 자조 섞인 별명을 가진 부산에서부터 고령 관람자를 위한 공연장 배려가 자리 잡는다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그럼 부산은 ‘노인과 공연의 바다’가 돼서 배려와 매력이 넘실거리는 도시가 될 수 있을 텐데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최영지 독자여론팀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이젠 잠수하러 북항 갑니다…문 열자마자 다이버 성지로
  2. 2‘메타(충격·반발 동시 구현) 트레킹화’ 세계 첫 대량 생산…신발도시 부산 일냈다
  3. 3세계탁구대회 찾은 외국인들, K-패션·푸드에 흠뻑
  4. 4[부산 경선지역을 가다] 동래, 민심 사분오열된 선거구…결선투표 진행여부 촉각
  5. 5[근교산&그너머] <1369> 해파랑길 13 코스(호미반도해안둘레길)
  6. 6與, PK 현역 3명 컷오프 가닥…26, 27일 금정·수영 등 7곳 경선(종합)
  7. 7사과한 이강인, 감싸준 손흥민…韓축구 한시름 덜었다
  8. 8박재호(남을)·전재수(북강서갑)·박재범(남갑) 단수공천…해운대을·사상·중영도 경선(종합)
  9. 9민주당도 “부산글로벌허브 특별법 21대 국회 처리”
  10. 10벡스코 상임감사 공모…모두가 탐내는 자리
  1. 1[부산 경선지역을 가다] 동래, 민심 사분오열된 선거구…결선투표 진행여부 촉각
  2. 2與, PK 현역 3명 컷오프 가닥…26, 27일 금정·수영 등 7곳 경선(종합)
  3. 3박재호(남을)·전재수(북강서갑)·박재범(남갑) 단수공천…해운대을·사상·중영도 경선(종합)
  4. 4민주당도 “부산글로벌허브 특별법 21대 국회 처리”
  5. 5[부산 경선지역을 가다] 연제, 전·현직 의원 3번째 격돌…이창진 지지표 흡수 관건
  6. 6[속보]대통령실 “법개정 전이라도 여가부 폐지공약 이행 방침”
  7. 7[단독] 국민의힘 PK현역의원 최소 3명 '컷오프' 가닥
  8. 8부산진을 승복, 부산진갑 불복…국힘 공천 지역별 온도차 뚜렷
  9. 9[단독]'야권연대' 희생양 된 이상헌, 탈당 시사
  10. 10PK 국힘 공천심사 막바지…부산 서동 등 현역 5곳 발표 임박
  1. 1‘메타(충격·반발 동시 구현) 트레킹화’ 세계 첫 대량 생산…신발도시 부산 일냈다
  2. 2세계탁구대회 찾은 외국인들, K-패션·푸드에 흠뻑
  3. 3“분산에너지 협력으로 부울경 상생모델 찾자”
  4. 4북항재개발 공공콘텐츠 용역 내달 발주
  5. 5신항6부두 운영사, 이스라엘 컨선사 유치
  6. 6“분산에너지 특구 우선 추진을…해운대구 적합”
  7. 7“차등 전기요금 도입 땐 기업 유치…에너지 분권 앞당겨야”
  8. 8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연내 ‘실물자산 토큰’ 추진
  9. 9“울산, 한전 거치지 않는 전력 직거래 시행 필요”
  10. 10“세계가 청정에너지 공급망 확대…대응전략 절실”
  1. 1벡스코 상임감사 공모…모두가 탐내는 자리
  2. 2[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을숙도에 고양이 급식소…“철새 보호” “더 해칠 것” 논쟁 2R
  3. 3“의정비 현실화” 풀뿌리의회 인상 나섰지만…절차 등 잡음
  4. 4“파크골프 최고의 생활체육…진주협회 혁신에 최선”
  5. 5오늘의 날씨- 2024년 2월 22일
  6. 6부산대·부산교대 상반기 통합 신청…글로컬대학 이행 협약
  7. 7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쌀쌀’…낮 최고 3∼8도
  8. 8엘시티 베이스점핑 용의자 '30대 미국인 유튜버'…구독자 107만 명에 영상 다수
  9. 9전공의 다 빠진 병원…길어야 2주 버틴다
  10. 10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45> 안창수 화백
  1. 1사과한 이강인, 감싸준 손흥민…韓축구 한시름 덜었다
  2. 2류현진 4년 170억+α 최고 예우…힘 실리는 KBO 샐러리캡 조정론
  3. 3부산 스키선수들 동계체전서 활약 예고
  4. 4신진서, 농심배 파죽 14연승…이창호와 연승 타이
  5. 5‘스마일 점퍼’ 우상혁 2주 연속 날았다
  6. 6전지희·이시온 맹활약…파리올림픽 女단체전 티켓 확보
  7. 7코리안 몬스터, 친정팀 한화 컴백 사인만 남았다
  8. 8U-20 아시안컵 여자축구대표 23명 발표
  9. 9태국서 시즌 첫승 조준…LPGA 태극낭자 총출동
  10. 10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 정해성 선임
우리은행
2030 엑스포 백서…글로벌 허브로의 항해 계속
간사이 광역연합 상생의 엑스포…부울경도 함께 재도전을
2030 엑스포 백서…글로벌 허브로의 항해 계속
영도 트램, 서구 의료특구…원도심 ‘新성장동력 발굴’ 특명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부산 영도, 낭트의 낭트 섬을 보자
세계유산에 대한 오해 풀기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디지털 대전환을 맞이하는 교육자의 자세
벽 허물기
국제칼럼 [전체보기]
생성형 AI시대와 저작권
‘지식 콘텐츠 챌린지’에 도전하기
기고 [전체보기]
윤흥신 장군 동상 건립, 역사 정신 바로 세운 일
탈원전, 경제성 없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해외국인노동자센터 예산삭감 재고를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이재명 대표께
꼰대세상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분노를 잃으면 ‘생성형 인공지능’도 답이 없다
농부는 굶어 죽어도, 씨앗은 안고 죽는다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신문은 살아 있고, 칼럼은 말을 건다
연례행사 노벨상에 유감 있다면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원초적인 기층음악 민속악과 재즈
전통음악 교육 활성화를 기대하며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
따뜻한 말의 힘, 사람의 마음이 된다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중재자 카타르
중국 쇼핑몰 공습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할머니의 곶감
아메카지와 부대찌개
사설 [전체보기]
여야 공조로 빛 볼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칠순에도 ‘취업자’…다각적인 노인 일자리 대책을
세상읽기 [전체보기]
인생 2회차
이선균의 죽음이 던지는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우리 시대의 올바른 복지 원칙
복지국가 정치가 절실한 이유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12월의 기도편지
저무는 11월에 - 턴 투워드 부산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중국의 한국시장 시장교란
인구문제에 대처하는 근원적 방법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지리산 문화권의 새로운 구상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오! 홍범도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자신과의 경쟁’이 ‘경쟁 교육’ 대안이다
펫팸족과 신성장동력 펫코노미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자객공천’ 유감
진짜 ‘영남 스타’가 되려면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역사 속 와인 마케팅
처음이란 무엇인가? 조지아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부산의 위대한 도전은 계속 된다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왈츠와 신년음악회
캐럴과 송년음악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남리 김두량의 ‘삽살개’
도상봉의 격조 있는 ‘달 항아리’
CEO 칼럼 [전체보기]
우리 이제 살 만한가 봅니다
마이스 도시 부산, 문화 콘텐츠로 완성하다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