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기억과 기념을 넘어 비전으로 계승해야

일회성 말에 그치는 듯한 순국선열의 날 정치메시지

독립정신 제대로 전하려면 기념관·학술연구 등 절실

박철규 대한민국지식중심 공동대표

  • 박철규 대한민국지식중심 공동대표
  •  |   입력 : 2023-11-22 19:06:31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 11월 17일은 제84주년 순국선열의 날이다. 이날은 국권 회복을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의 독립 정신과 희생정신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 선열의 얼과 위훈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각종 기념일이 되면 으레 정치권에서는 메시지를 발표한다. 이날도 “선열들의 피와 땀, 눈물로 만들어 낸 광복 ‘단단한 나라’ 만들 것”, “정치권, 순국선열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해야”, “책임지지 않는 각자도생 사회, 인간 존엄 보장 못 해”, “민주주의 위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추진해야” 등의 메시지가 발표됐다.

모처럼 미래지향인 것으로 공감을 얻을 만한 내용이다. 이 메시지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으려면, 로드맵이나 프로세스를 제시해야 한다. 인내심이 임계점에 달한 시민은 더 이상 ‘말의 성찬’에는 공명도 공감도 하지 않는다. 생업에 전념하면서도 금도를 벗어나면 가차 없이 회초리를 든다. 엄중한 심판에도 위임받은 권한을 권력으로만 간주해서인지, 반성은커녕 조건반사조차 하지 않는 듯하다.

이들은 지난 대선 전부터 ‘성장과 공정’, ‘공정과 상식’을, 최근에는 ‘원칙과 상식’을 내세우기도 한다. 말로는 구별이 되지 않는데 본인들이 주장하는 ‘공정과 상식’만이 옳다고 강변하는 것이다. 이것은 또 다른 차원의 독선과 오만이다. 망국 당시의 정치 리더십도 이랬을까.

우리가 각종 기념일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은 국가의 정체성은 물론,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일이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 비전으로 계승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념일이 지닌 함의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순국선열의 날은 1939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임시의정원 제31회 임시총회에서 지청천 차이석 등이 제안하여,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당한 ‘망국일’인 11월 17일을 순국선열공동기념일로 제정한 데서 유래됐다.

일제는 1905년 11월 17일 대한제국을 강압하여 외교권을 빼앗고, 통감부와 이사청을 두어 내정을 장악하기 위해 ‘한일협상조약(을사늑약)’을 체결했다. 조약이 체결되자 격렬한 반대투쟁이 각지에서 벌어졌다. 이한응은 외교권 박탈에 항의, 자결했으며 이후 민영환 조병세 홍만식 이상철 김봉학 등은 죽음으로 항거했다. 민종식 최익현 신돌석 유인석 등은 의병을 일으켰다.

특히 면암 최익현은 을사늑약에 항거해 외부대신 박제순, 학부대신 이완용 등 을사5적의 처단을 주장하고, 1906년에는 호남에서 의병을 일으켰다. 그는 일제에 의해 대마도에 유배됐는데, 단식에 돌입하여 음력 1906년 11월 17일 순국했다.

최익현의 영구(靈柩)가 부산항에 도착하자 수많은 인파가 모이고, 상무사원들은 ‘춘추대의 일월고충(春秋大義 日月高忠)’이란 만장과 큰 상여를 준비해 맞이했다. 동래의 기생들도 만장을 지어 통곡했고, 범어사 스님들도 치전(致奠)을 올렸다. 당시 장례 행렬이 주례를 통과할 때에는 호상객이 수천 명으로 늘어났으며, 운구는 각 동리에서 맡았다. 이렇듯 형식은 애도였지만 내용은 시위였다. 오재영도 만장을 들고 구포까지 따라갔다.

1907년부터 부산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 모금에 참여한 70여 명의 학생 중 박재혁 최천택 김영주 백용수라는 이름도 보인다. 이들은 박재혁의 부산경찰서 투탄의 연루자였으며, 의열단과 연관된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부산의 대표적인 항일운동가들인 이들은 1890년대 생으로, 민족의식과 항일의식을 지니게 된 것은 어린 시절부터 어른들로부터 을미사변이나 단발령, 을사늑약 등의 부당성을, 서당의 선생님에게서는 일본의 한국 병탄 등에 대해 듣고 자랐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일은 부산뿐만 아니라 도처에서 발생했던 일이다.

이처럼 ‘순국선열의 날’이 가진 함의는 상당하다. 우리가 이 함의를 비전으로 계승을 하려면, 기념관과 기념공원 등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제2도시라고 하는 이곳 부산에 독립기념관조차 없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기념관 등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결과 2020년 8월 ‘부산독립기념공원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올해 8월 공청회를 거쳐 부산시민공원 내 사랑채에 조성한다는 의견이었다.

그간의 곡절은 접어두고, ‘기념공원’과 ‘기념관’이 만들어진다면 누차 지적된 사항이지만 독립운동에 대한 콘텐츠 생산의 저수지 역할을 하는 학술연구는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특히 독립운동과 인물의 선양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한계가 드러난다.

순국선열들은 기억, 기념을 넘어 그들이 지킨 이 나라가 외세에 굳건히 맞서는 비전을 가진 미래지향적인 나라이기를 바라지 않을까.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아파트분양 성적표 희비…상승여력 높은 단지 청약 몰렸다
  2. 2동아대 의대 휴진 결정…‘빅5’ 병원 무기한 셧다운 확산
  3. 3옛 부산외대 땅 개발 ‘일단 정지’
  4. 4데이터센터 전기 신청 폭증…땅값상승 노린 허위도 기승
  5. 5[르포] 건네받은 생수 벌컥벌컥…“펄펄 끓는 땅, 박스 없인 못 앉아”
  6. 6초량상가시장 건물 경사로 와르르…위엔 80세대 아파트 ‘아찔’
  7. 7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에 110만 관객 ‘역대 최대’
  8. 8[근교산&그너머] <1384> 경남 함양 백암산
  9. 9‘1의원 1보좌관제’, 부산시의회 의장 선거 주요 이슈로
  10. 10보랏빛 융단 넘실대는 곳…향기에 취해 풍광에 반해
  1. 1‘1의원 1보좌관제’, 부산시의회 의장 선거 주요 이슈로
  2. 2李 서울~수원 오가며 주 4회 법정 설 수도…당무차질 불가피
  3. 3野 반쪽 법사위 ‘채상병특검법’ 상정 강행…與 “거부권 건의”
  4. 4檢 ‘쌍방울 대북송금’ 이재명 기소…제3자 뇌물 등 혐의
  5. 5韓-카자흐 핵심광물 공급망 MOU “韓기업 우선 개발”
  6. 6민주 당헌·당규 개정, 당내 우려에도 ‘착착’
  7. 7野 “대통령 정적 죽이기”…與 “李 지키려 사법부 장악”
  8. 8‘미래부시장 체제’ 부산시 조직개편안 가결
  9. 9문체위원장 된 전재수 “부산 성장동력 찾겠다”
  10. 10혁신당, 엑스포 국조 시동…부산 여야 ‘정쟁 도구화’ 우려
  1. 1아파트분양 성적표 희비…상승여력 높은 단지 청약 몰렸다
  2. 2데이터센터 전기 신청 폭증…땅값상승 노린 허위도 기승
  3. 3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에 110만 관객 ‘역대 최대’
  4. 4삼정타워서 쇼핑 축제 즐기세요
  5. 5세계 ‘데비안 개발자’ 부산서 학술행사
  6. 6국내 기업 10곳 중 4곳, 번 돈으로 이자 감당 못해
  7. 7주가지수- 2024년 6월 12일
  8. 88월 분양 광안2구역 ‘드파인 광안’, 3.3㎡당 3300만 원까지 오르나
  9. 9부산 모빌리티쇼, 완성차 브랜드 7곳 차량 59대 선보인다
  10. 10에어부산 분리매각 선 그은 산은 회장 “대한항공 소관”
  1. 1동아대 의대 휴진 결정…‘빅5’ 병원 무기한 셧다운 확산
  2. 2옛 부산외대 땅 개발 ‘일단 정지’
  3. 3[르포] 건네받은 생수 벌컥벌컥…“펄펄 끓는 땅, 박스 없인 못 앉아”
  4. 4초량상가시장 건물 경사로 와르르…위엔 80세대 아파트 ‘아찔’
  5. 5억울한 옥살이 3년, 노래로 풀어낸 사연
  6. 6“차등전기료 부산에 기회…첨단기업 유치할 경쟁력 갖춰야”
  7. 7“공공건물에 소아과 개원하실분” 인프라 부족에 부산 동구 나섰다
  8. 8“공무원이면서 기업의 일원으로…가교역할 큰 보람”
  9. 9100억 횡령 우리銀, 금감원 조사 착수…임원에 관리책임 물을까
  10. 10오늘의 날씨- 2024년 6월 13일
  1. 1‘에어컨 없는’ 올림픽 선수촌…韓선수단, 쿨링재킷 입는다
  2. 2달라진 한현희…시즌 첫 QS, 이적 후 최다 9탈삼진
  3. 3백승주 매탄고 감독 “선수들, 경기 주도권 잡는 플레이 펼쳐”
  4. 4협회장배 고교축구, 수원 매탄고 우승
  5. 5원정 중국 관중 비매너 야유에…손흥민 ‘3-0 손동작’ 침착한 응수
  6. 6막강 공격력 매탄고, 4년 만에 ‘고교 월드컵’ 제패
  7. 7MVP 매탄고 임현섭 “팀원 대표로 수상…프로팀 진출 포부”
  8. 8한국 근대5종 세계선수권서 남녀 계주 동반우승
  9. 9U-19 축구대표팀 중국에 일격 당했다
  10. 10용병 공백 못 메운 KCC 2연패 수렁
우리은행
후보가 후보에게 묻는다
부산 서동
4·10 총선 지역 핫이슈
원도심 숙원 고도제한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소규모사업장 중처법, 투약 중단이 필요한가?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준설, 유일한 치수대책은 아니다
융합의 안목
국제칼럼 [전체보기]
‘3요’와 칸 레드카펫을 빛낸 조연들
AI시대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기고 [전체보기]
부울경 메가시티가 먼저다
‘덤핑 임플란트’ 과잉진료로 치과 질적 저하 초래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에 대한 열렬한 환호와 예우…‘축제의 궁전’ 품격이 달랐다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노무현이 옳았다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신문은 살아 있고, 칼럼은 말을 건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우리 융복합 음악의 시초 고구려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천덕꾸러기’ 북항재개발 이대로는 안된다
소통을 이기는 무기는 없다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스페이스 광개토
유럽의 우향우
메디칼럼 [전체보기]
일하는 사람의 1차 의료, 근로자 건강진단
100세시대의 건강관리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대만과 밀크피시
조식전쟁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엑스포 국조, 부산 시민 열망 훼손해선 안 된다
미래산업 씨앗도 인재도 턱없이 부족한 부산
세상읽기 [전체보기]
‘고립주의’ 미국, 돌아온 ‘정글’…한반도 해법은
부산 청년 수도권 유출, ICT 계열이 가장 심각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우리 시대의 올바른 복지 원칙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부산항, 글로벌 물류 허브 플러스 알파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12월의 기도편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중국의 한국시장 시장교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인문 정신은 언제나 곡선으로 간다
호모 사피엔스의 바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나만의 생각’을 길러주려면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당원 중심주의’의 함정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페라 와인
와인이란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로크 음악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꽃피는 부산항’에서
처음 보는 ‘무릉도원’
CEO 칼럼 [전체보기]
우리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
드론으로 변화할 부산의 미래
  • 유콘서트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