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프랑스 파리에서 전해진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 결과는 아쉬움을 넘어 허탈감을 시민에게 안겨줬다. 부산은 29표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119표에 크게 뒤졌다. 정부와 부산시 정·재계 시민이 똘똘 뭉쳐 ‘코리아 원팀’의 뒷심을 발휘했으나 사우디의 오일머니 장벽을 넘지 못했다. 졌지만 잘 싸웠다고 덕담을 건네지만 실패는 실패다. 문제는 여기서 좌절할 수 없다는 엄연한 현실이다. 부산은 미래 세대와 전 지구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엑스포 유치 깃발을 내걸었다. 냉철하게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엑스포 재도전 등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을 향한 발걸음을 다시 내디뎌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엑스포 유치 불발과 관련해 “민관에서 접촉하며 저희가 느꼈던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며 “이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사전 예고 없이 이뤄졌다. 대통령 말대로 정부가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판세 분석을 하면서 많은 국민이 엑스포 유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고 그만큼 실망감은 커졌다. 이 때문에 “대역전극을 펼칠 수 있다”거나 “다 따라잡았다”는 식의 자의적인 판세 분석을 보고한 대통령실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정부의 유치 전략과 외교력 및 정보력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사실 쉽지 않은 승부였다. 부산이 출사표를 던졌을 때 리야드는 이미 1년이나 앞서 유치 활동을 펼쳤다. 부산의 막판 추격에도 오일머니 위력을 뒤집기는 어려웠다.
결과는 아쉽지만 유치전을 통해 얻은 성과는 결코 적지 않다. 정부와 부산시 국회 재계 등 민관이 ‘코리아 원팀’으로 교섭 활동을 편 덕에 부산 브랜드 가치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글로벌 스마트센터지수(SCI)에서 부산은 세계 77개국 중 19위, 아시아에선 싱가포르와 홍콩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부산시의 자매·우호도시도 37개에서 49개로 늘었고, 대상지역이 동유럽과 아프리카로 확대되는 등 글로벌 허브 도시 외교 지평이 한층 넓어졌다. 2030엑스포 유치활동과 맞물려 탄력을 받은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과 부산항 북항 재개발 신속 추진 등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엑스포 유치 불발과 상관없이 부산이 글로벌 도시로 나아가려면 이들 인프라 구축은 차질없이 진행돼야 한다. 실제로 이날 담화에서 윤 대통령은 “부산을 해양, 국제, 금융, 첨단산업, 디지털 거점으로 육성하고 영·호남 남부 지역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굳이 서울까지 오지 않더라도 남부 지역에서 부산을 거점으로 모든 경제·산업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을 차질없이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정부와 부산시는 그동안 활동 과정을 면밀하게 복기하고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평창동계올림픽도 3수 끝에 유치에 성공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시사한 2035년 엑스포 유치 재도전의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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