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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수의 생각] 이재명 대표께

김갑수 시인·문화평론가

  • 김갑수 시인·문화평론가
  •  |   입력 : 2023-12-07 19:20:45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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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 따위를 믿는 편이 아니지만 윤석열 정권의 조기퇴진 가능성이 언급될 만큼 흉흉한 상황입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을 보여주는 정부, 다들 보다보다 이런 대통령은 처음 봤다고 혀를 내두릅니다.

그만큼 이재명 대표의 역할에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세력화되기 힘든 당내 비주류의 반발이나 원로급들의 재도전도 그리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듯합니다. 역대 어떤 야당 지도자도 갖지 못한 광범위하고 탄탄한 지지층의 뒷받침을 받고 있으니까요.

마침내 건곤일척의 시점이 도래하고 있습니다. 김건희 여사와 대장동을 대상으로 하는 쌍특검이 일차 관문일 테고 이어 내년 4월 총선이 기다리고 있지요.

그 동안 잘해 오셨습니다. 당 대표에 오르고 나서 사이다는 어디 가고 또 하나의 고구마 같은 처세냐는 비판도 많았지만 강경 일변도로만 치닫다 몰락한 황교안 전 대표의 사례를 떠올려 보면 때로는 돌아가는 듯한 처신도 필요한 법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총공의 시점, 뒤를 돌아볼 수 없을 겁니다. 아마 온갖 경로로 난다 긴다 하는 경세가 지략가들의 진언을 접하실 줄 압니다. 저 역시 거의 날마다 온라인 공간을 통해 헤아릴 수 없는 ‘참견질’을 접합니다. 오늘 저는 이 대표에게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는 충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 대표를 향한 진언이 대체로 한 가지 방향성, 집권을 통한 진보 의제의 실현에만 목을 매는 게 아닌가 싶어서입니다.

첫째, 박정희를 받아들이십시오. 오늘의 한국을 있게 한 원동력은 누가 뭐래도 성장과 도약의 성공 체험입니다. 군사 쿠데타와 독재의 죄상은 역사 토론으로 보내고 현실적 체험의 현대사로 정치를 재구성하십시오. 한국의 1차 도약은 박정희가 명백합니다. 제 2차 도약은 김대중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후 20여 년간 정체기, 심지어 지금은 퇴행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원하는 국가 리더는 제3차 도약을 실현시킬 이른바 ‘똑똑한’ 대통령의 출현입니다. 아울러 3차 도약을 뜻하는 슬로건을 세우십시오. ‘조국 근대화’ ‘행동하는 양심’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 등등이 모두 한국인의 역량을 극대화한 슬로건이었습니다. 이 대표께서 주창하는 ‘기본소득’ ‘억강부약’의 깊은 뜻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부디 성장담론의 간절함을 외면하지 마십시오. 아마도 제3차 도약이란 또 한 세대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첨단산업의 초격차 기술력 확보를 의미하겠지요. 부디 박정희, 김대중을 승계하는 차기 위상을 준비하십시오.

둘째, 이준석과 정치적 제휴를 하십시오. 이준석을 폄하하는 숱한 논란을 덮어두시고 미래를 보십시오. 앞으로 다가올 거대하고 필연적인 의제는 세대 교체입니다. 60년대 쿠데타 엘리트 군인들이 유능했고 86운동권들이 지난 30년간 근대 공화정을 수립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듯이 앞날은 새로운 세대가 전담해야 합니다. 지금 60대 전후 나이의 리더들과 20, 30대가 바라보는 세상은 아예 다른 스펙트럼입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준석 책임총리가 등장할 좌석을 만들어 주십시오. 진영 차이를 넘나든 결단의 체험은 과거에 충분히 경험했습니다. 불가피하다면 기존 지지층의 상당수를 잃더라도 새 길을 개척하는 것이 리더의 결단력 아닙니까.

셋째, 문재인 정부 5년간에 대한 철저한 반성문을 쓰십시오. 사심 없이 일했고 품위 있었고 명확한 국가 정체성을 지녔던 문재인 시절이건만 돌아보면 가슴 아픈 기억만 떠오릅니다. 지금도 문재인 대통령을 감싸려 드는 사람이 이재명 지지층의 상당수일 겁니다. 하지만 처절하게 반성하고 비판해야 합니다. 형용모순 같지만 문재인 시대는 나쁘지 않았으나 문재인 개인은 엄혹하게 비판받아야 하는 게 사실입니다. 문재인 신도를 떨쳐내는데 두려움을 느낀다면 1차 도약, 2차 도약에 이은 3차 도약의 새 시대를 열어갈 개척자의 위상을 획득할 여지가 없어집니다.

여러 가지 의견이 더 있지만 이 정도로 그치겠습니다. 아마도 제 말에 더불어민주당 정체성은 뭐가 되느냐, 보수세력이 되라는 말이냐, 현실성이 있느냐 등등 온갖 비난이 따르거나 심지어 헛소리라고 치부당하기 십상이라는 점 모르지 않습니다. 그래도 저 같은 의견도 있다는 점에 귀를 열어 두십시오.

영화 ‘서울의 봄’에 몰리는 인파를 봅니다. 군부 쿠데타에 심박수가 오른다고 합니다. 그 관객들의 심박수는 쿠데타 군인의 난동을 오늘날 검사의 난동으로 치환해 보기 때문에 오르는 겁니다.

오래 갈 수 없을 겁니다. 증시도 교육도 의료도 심지어 방송도 검사들이 전횡을 휘두르는 세상을 그대로 두고 볼 한국인이 아닙니다. 기회로 전환될 이 위기의 상황을 기존 관념 속의 민주당 내지 진보의 승리로만 전용하지 말았으면 하는 취지로 고언을 드리는 바입니다. 참고로 저는 일평생 단 한번도 민주당 지지를 떠난 적 없는 사람입니다.


※외부 필자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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