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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무자녀 세금

  •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  |   입력 : 2023-12-07 19:24:29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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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최근 출산율 향상 방안으로 ‘무자녀 세금’ 도입안이 거론됐다. 러시아의 한 하원 의원이 라디오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옛 소련처럼 무자녀에 대한 세금을 도입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라고 했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자 스탈린은 1941년 ‘무자녀 세금제’를 도입한 바 있다. 자녀가 없는 20~50세 남성과 20~45세 기혼 여성이 임금의 6%를 세금으로 내도록 했다. 이 제도는 1990년대 폐지됐다.

2017년 일본 아베 정부는 신년 세제 개편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연 소득 800만~900만 엔(당시 7900만~8800만 원) 수준의 고소득자에게 무자녀 세금을 내도록 추진했다. 하지만 많은 일본 국민이 “무자녀 가구에 징벌적 성격의 조세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인권 침해라는 반발이 드셌던 것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세제 도입을 접었다. 중국도 같은 이유로 무산된 적이 있다.

2014년 우리나라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독신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싱글세’가 논란이 됐다. 당시 보건복지부 국장이 저출산 문제 해결책으로 ‘싱글세’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결혼 못한 것도 서러운데 세금까지 내야 하나”며 비난과 야유를 쏟아냈다. 복지부가 “도입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싱글세 반대론자들은 우리나라에는 싱글세가 명목상으로는 없지만 1인 가구나 2인 가구(자녀가 없는 부부)에게 세금 혜택을 덜 주는 방식으로 차별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2007년부터 ‘소수공제자 추가공제’ 제도를 폐지했다. 대신 ‘다자녀가구 추가 공제’ 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여러 세제 혜택이 부양가족이 있을수록 유리하다. 따라서 징벌적 세금 도입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 효과가 없다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지난 2일 미국 뉴욕타임스가 ‘한국 소멸하나’라는 칼럼에서 “흑사병 창궐 이후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보다 더 빠르게 한국 인구가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합계출산율인 0.7명을 적용하면 한 세대가 200명이라고 할 경우 다음 세대에는 70명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우리의 저출산 문제는 이미 국가적인 걱정거리다. 정부가 2006년부터 2021년까지 280조 원이라는 출산지원 재원을 투입했으나 출산율은 하락하고 있다. 젊은층이 결혼을 하지 않고 출산하지 않는 이유는 아이를 낳아 기르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부가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고 일·가정 양립 환경을 조성하는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저출산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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