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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오타니의 만화야구

  •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
  •  |   입력 : 2023-12-10 19:52:49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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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다라트 계획표는 가로·세로 9개씩 총 81개 정사각형으로 구성돼 있다. 한 가운데에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를 적는다. 중앙을 둘러싼 8개 빈칸에는 보다 구체적인 목표를 써 넣는다. 나머지 64개 칸은 목표 달성에 필요한 실행계획으로 채우는 식이다. 일본에서 불교 회화 ‘만다라’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고 한다. 올해 4월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중심에 두고 기본기·팀워크·도전·팬 같은 키워드로 가지를 친 실행계획을 공개한 적이 있다.

만다라트가 국내에 알려진 건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29) 때문이다. 그가 고교 1학년 때 작성했다는 만다라트 중앙에는 ‘8구단 드래프트 1순위’가 적혀 있다. 64개 빈 칸에는 인성과 예의를 강조하는 단어가 유난히 많다. 쓰레기 줍기, 신뢰, 배려, 감성, 책읽기…. 술·담배를 하지 않고 취미가 독서라는 그의 ‘바른 생활’은 10대 시절 몸에 뱄다. 더그아웃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우며 “다른 사람이 버린 행운을 줍는다”고 했던 일화도 만화 같다. 지난달 19일 서울에서 열린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 관객들이 쓰레기 줍는 장면을 온라인에 ‘인증’한 것도 오타니 영향이 컸다고 한다. 음주운전·불법도박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물의를 빚는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선한 영향력’이다.

오타니가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약 9200억 원)에 계약했다. 세계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고액이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스페인 명문 FC바르셀로나와 맺은 6억7400만 달러를 뛰어넘는 천문학적 규모다. 9200억 원을 5만 원권으로 쌓으면 약 2024m가 된다. 국내 최고층 잠실 롯데타워(555m)의 3배를 넘는다. 160㎞ 강속구를 뿌리면서 한 해 홈런 40개 이상 치는 이도류(二刀流)가 아니면 받을 수 없는 대접이다. 두 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와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오타니가 유일하다. 베이브 루스도 못 했던 전인미답의 경지다.

오타니의 또 다른 인생계획표에는 19세 영어 정복부터 27세 메이저리그 MVP까지 명확한 목표들로 가득하다. 맨 마지막 줄에는 ‘40세 마지막 경기 노히트 노런’이라고 적혀 있다. 오타니가 10년 계약을 했으니 만화 같은 장면이 현실이 될 확률은 높다. MLB 전문기자 제프 플레처가 쓴 ‘오타니 쇼헤이의 위대한 시즌’에는 이런 인터뷰 내용이 있다. “나는 아직 내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않았다.” “나는 매 게임 나아지려고 노력할 뿐이다.” 오타니의 ‘만화야구’는 이제 시작이다.

이노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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