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메디칼럼] 죽음의 마약성 진통제 옥시콘틴

정승규 약사

  • 정승규 약사
  •  |   입력 : 2023-12-18 19:42:53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붉은색의 어여쁜 양귀비꽃 열매에서 추출한 아편은 수천년 전부터 사용되어온 천연 진통제다.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통증을 줄이고 설사를 멈추게 하는 가정상비약으로 집 주변에 재배하곤 했다. 필요할 때 약간 사용하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투약 방식이 달라지면서 중국의 왕조가 무너지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림= 이재민 기자
아편 파이프는 아편을 부드럽게 태우면서 연기를 폐로 흡입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파이프로 인해 아편 사용량이 급증했고 중독은 19세기 중반‘아편전쟁’으로 대변되는 엄청난 사회문제를 파생시켰다. 지금도 약물 중독은 현재진행형이다.

아편에는 진통 수면 환각 작용이 강한 주성분 모르핀 외에도 기침을 멈추게 하는 코데인, 복통에 사용하는 파파베린 등 다양한 물질이 들어있다. 그 외 주요 성분으로 모르핀보다 효능이 약한 테바인이 있는데, 이 성분을 기초로 중독성은 낮고 진통 효과는 강한 약들이 개발되었다. 1920년대 독일에서 나온 약 옥시코돈이 대표적이다. 테바인을 개량한 옥시코돈은 모르핀보다 진통 효과가 배 정도 더 강하다. 그러나 이 약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모르핀을 변형한 강력한 헤로인이 널리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옥시코돈은 20세기 후반 미국에서 부활했다. 1995년 유대계 미국제약회사 퍼듀 파마가 마약성 진통제 옥시콘틴을 출시한 것이다. 옥시콘틴은 옥시코돈과 같은 성분이지만, 제약 기술의 발달로 약이 일정 시간 서서히 방출되는 서방정으로 개발됐다. 이 약은 극심한 통증으로 고생하는 말기 암 환자를 집에서 편안하게 돌보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말기 암 환자 같은 중증질환이 아닌 관절통이나 근육통 같은 일반 통증에도 옥시콘틴이 남용되면서 큰 사회문제가 되었다.

영업력이 강한 퍼듀 파마는 옥시콘틴 판매를 늘리기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고급 호텔에 의사들을 불러 모아 극진히 대접하면서 학술 세미나를 열었다. 의심쩍은 논문을 인용해 만 명이 넘는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해도 중독자는 겨우 4명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옥시콘틴으로 인한 중독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득했다.

퍼듀 파마의 전략은 제대로 먹혀들었다. 중증 환자에 한해 제한적으로 쓰던 옥시콘틴이 경증 환자, 청소년, 심지어는 임산부에게까지 마구잡이로 처방되었다. 미국식품의약국에 옥시콘틴의 중독성 등급을 낮춰달라고 로비하고 안전한 약이라고 광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의 허점으로 옥시콘틴에 중독된 사람이 여러 군데 병원을 돌아다니며 쇼핑하듯 약을 처방받아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마약성 진통제 옥시콘틴을 먹으면 통증이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용법대로 복용하면 유용하지만, 중독된 사람은 약을 삼키지 않고 깨물어 부셔서 높은 용량의 약을 한 번에 복용했다. 황홀감을 맛본 사람들은 더 강한 자극을 위해 비싸더라도 더 많은 약을 구하기 위해 재산을 탕진했다.

중독자가 속출했다. 식은땀이 흐르고 구역질하며 성격이 과격하게 변했다. 마지막에는 과량 복용으로 호흡정지를 일으켜 죽음을 맞이했다. 미국에서 옥시콘틴으로 사망한 사람이 무려 64만 명이나 되었다. 반면 퍼듀 파마는 옥시콘틴으로 46조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다. 피해가 눈덩이 같이 커지자 퍼듀 파마는 수천 건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그러자 2019년 퍼듀 파마는 파산 신청을 하고 경영권과 지분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피해자들에게는 8조 원 상당의 합의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미국에서 벌어진 황당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마약사범 증가가 속도가 심상치 않다. 한해 2만 명 넘게 검거되고 있다. 편리만 쫓지 말고 약물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약은 올바르게 사용할 때만 제대로 힘을 발휘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재개발 대어 ‘광안3’ 삼성물산이 꿰찼다
  2. 2[부산 법조 경찰 24시] ‘최장수 부산청장’ 우철문, 차기 경찰청장 기대감
  3. 3가덕도신공항 여객터미널 설계안 ‘라이징 윙스’ 선정(종합)
  4. 4정현수 사사구 남발…선발투수 데뷔전서 조기 강판
  5. 5부산 유엔평화센터 건립 본격화
  6. 6첫 장맛비 40㎜에 부산 옹벽 와르르, 가로수도 우지끈(종합)
  7. 7檢, 일동서 돈 받은 혐의 前 양산시 공무원에 징역 3년 구형
  8. 8나이 잊게한 손맛과 성취감…20만 어르신 파크골프 ‘홀인’
  9. 9월성4호기 저장수 2.3t 바다 누설…원안위 “인근 해수 세슘 검출 안돼”(종합)
  10. 10‘산은 부산행’ 우군 늘었다…개혁신당도 법 개정 공조(종합)
  1. 1여야 원 구성 또 결렬…與 7개 상임위 수용여부 24일 결정
  2. 2대대적 물갈이 예고…부산시의회 인기 상임위 경쟁 치열
  3. 3음주보다 벌금 낮은 마약·약물 운전…與 김도읍 처벌 강화 법안 대표발의
  4. 4결심 굳힌 이재명…‘또대명’ 명분이 고민
  5. 5與 “협상 중단”…野 “더는 못 미뤄” 25일 본회의 강행 예고
  6. 6한 “수평적 당정” 나 “당정 균형” 원 “尹과 원팀” 출마 일성
  7. 7‘채상병 특검법’ 野 내달초 본회의 처리 방침(종합)
  8. 8[단독]나경원, 당권주자 중 처음 부산 당심 공략
  9. 9국민의힘, 정무위 등 7개 상임위원장 수용…원 구성 마무리 수순
  10. 10"4년 중임제 개헌, 지금이 적기"…우원식, 尹 대통령에 결단 촉구
  1. 1재개발 대어 ‘광안3’ 삼성물산이 꿰찼다
  2. 2가덕도신공항 여객터미널 설계안 ‘라이징 윙스’ 선정(종합)
  3. 3월성4호기 저장수 2.3t 바다 누설…원안위 “인근 해수 세슘 검출 안돼”(종합)
  4. 4‘산은 부산행’ 우군 늘었다…개혁신당도 법 개정 공조(종합)
  5. 5내달 2일 ‘블랑써밋74’ 1순위 청약…998세대 본격 분양
  6. 6김형균 부산TP 원장, ‘2+1 임기’ 뒤 첫 연임
  7. 7CES 부산통합관, 내년 덩치 키운다
  8. 8세계 60개국 3000명 우주과학자들, 내달 부산 모인다
  9. 9MZ 입맛 잡은 롯데칠성 ‘크러시’
  10. 10“김산업 고도화 정부의 더 많은 지원 필요”
  1. 1[부산 법조 경찰 24시] ‘최장수 부산청장’ 우철문, 차기 경찰청장 기대감
  2. 2부산 유엔평화센터 건립 본격화
  3. 3첫 장맛비 40㎜에 부산 옹벽 와르르, 가로수도 우지끈(종합)
  4. 4檢, 일동서 돈 받은 혐의 前 양산시 공무원에 징역 3년 구형
  5. 5나이 잊게한 손맛과 성취감…20만 어르신 파크골프 ‘홀인’
  6. 6“결혼하면 전세금까지 쏩니다” 중매 팔 걷은 사하구 파격제안
  7. 7[속보]"화성 아리셀 화재 현장에서 시신 20여구 발견"
  8. 8다문화가정도 저출산…미취학아동 감소 전망
  9. 9전세사기범 126명 신상 공개…평균 19억 떼먹어
  10. 10업주, 기계 끼어 숨진 직원 안전 소홀 책임…2심도 집행유예 2년
  1. 1정현수 사사구 남발…선발투수 데뷔전서 조기 강판
  2. 2호날두 골 대신 골배달, 대회 통산 8도움
  3. 3김하성 10호 홈런…3연속 두자릿수 포
  4. 4부산시장배 세계합기도선수권 성황
  5. 5김민규 2년 만에 한국오픈 정상 탈환…박현경 4차 연장서 윤이나 꺾고 우승
  6. 6롯데 지시완 최설우 김서진 전격 방출 통보
  7. 7김태형 감독의 승부수…“선발투수 한명 불펜 기용”
  8. 8태권도 큰 별 박수남 별세, 향년 77세…유럽서 활동
  9. 9전차군단 독일 헝가리 꺾고 16강 선착
  10. 10BNK 이소희·안혜지 농구대표팀 승선
우리은행
후보가 후보에게 묻는다
부산 서동
4·10 총선 지역 핫이슈
원도심 숙원 고도제한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소규모사업장 중처법, 투약 중단이 필요한가?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연대(連帶)의 중요성과 과학자의 역할
준설, 유일한 치수대책은 아니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길 들이기와 길 들지 않기
‘3요’와 칸 레드카펫을 빛낸 조연들
기고 [전체보기]
‘남북호’, 부산항의 헤리티지와 원양산업 미래
갑진년 김해시의 ‘값진 주민과의 대화’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에 대한 열렬한 환호와 예우…‘축제의 궁전’ 품격이 달랐다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노무현이 옳았다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신문은 살아 있고, 칼럼은 말을 건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존과 양립으로서의 국악 컬래버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천덕꾸러기’ 북항재개발 이대로는 안된다
소통을 이기는 무기는 없다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노줌마존
‘디지털 치료 허브’ 부산
메디칼럼 [전체보기]
일하는 사람의 1차 의료, 근로자 건강진단
100세시대의 건강관리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대만과 밀크피시
조식전쟁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가덕도신공항 딴지걸 일 없도록 차근차근 추진을
산복도로 빈집 6000채 도시재생 새 모델 될 수 있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시 아날로그의 세계를 생각한다
포위된 정치, 제22대 국회에 대한 기대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건강주치의 제도가 의료 개혁의 핵심인 이유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부산항, 글로벌 물류 허브 플러스 알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푸틴의 행보와 러시아 경제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인문 정신은 언제나 곡선으로 간다
호모 사피엔스의 바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나만의 생각’을 길러주려면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건강과 재물을 얻는 명당아파트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당원 중심주의’의 함정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페라 와인
와인이란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로크 음악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꽃피는 부산항’에서
처음 보는 ‘무릉도원’
CEO 칼럼 [전체보기]
가덕도신공항 경제권
우리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
  • 유콘서트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