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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분노를 잃으면 ‘생성형 인공지능’도 답이 없다

김석환 부산대 석좌교수·전 한국인터넷진흥원장

  • 김석환 부산대 석좌교수·전 한국인터넷진흥원장
  •  |   입력 : 2023-12-28 19:33:24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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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지하철 노조가 파업 결의를 하면 다음 날 아침 뉴스는 관련 소식으로 온통 도배된다. 영국 BBC는 전국 뉴스(nation-wide news)를 먼저 내보내고 뉴스 후반부 런던 로컬 타임에 지하철 관련 뉴스를 편집한다. 런던 지하철 파업은 런던시의 뉴스이지, 영국 전체 뉴스는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한국에서 서울의 문제는 바로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이다. 기득권 엘리트들은 물론 서울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서울의 이런저런 회의에서 인사를 나눌 때 사람들은 “아니, 댁이 부산이세요”하고 놀란 반응을 보인다. 이 정도 회의에 참석할 정도면 당연히 서울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의미이다. 회의 중 기차 시간 때문에 먼저 일어나기라도 하면 이해한다는 듯 이렇게 말한다. “아, 시골 가셔야죠.”

이런 인식들은 실제 의사결정에 반영되고 지역 불균형을 더 심화시킨다. 지난 10월 국감에서 드러난 이재환 한국관광공사 부사장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한국 방문의 해’ 기념행사를 부산에서 추진하자 이부사장이 이를 문제 삼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뭐야 왜 거기서 한 거야? 동네 행사해? 지금 부산에 깔아주는 거야 왜?…그것도 부산 촌동네.”

그는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다고 하다가 음성이 담긴 녹취파일이 공개되자 진의가 와전됐다고 말을 바꿨다. ‘촌 동네’라고 비아냥을 받아도 부산 민심은 조용했다. 뉴스나 사설에서만 다루어졌을 뿐, 부산시나 부산 시의회, 부산 상공회의소 등은 입을 다물고 있다. 일반 시민의 반응도 무덤덤하다. 당연한 말을 들어서일까? 아니면 분노하는 법조차 잊어버린 ‘촌사람’이 되어버려서 그럴까?

생성형 인공지능인 ‘구글 바드’에 따르면 수도권은 한국 GDP의 53.9%를 점유해 미국 대도시권 중 가장 경제 집중도가 높은 뉴욕,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대도시권(NYC)의 28.4%, 일본의 수도권(도쿄도, 가나가와현, 사이타마현, 지바현, 이바라키현)의 32.5%보다 훨씬 높다. 근로소득 상위 1%, 1인당 평균 급여로는 3억 1700만원의 고소득 근로자 77%도 수도권에 있다. 지역에는 괜찮은 일자리가 별로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김기현 전 대표는 “런던이나 뉴욕과 비교하면 서울은 좁다”면서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서울이 지금보다 더 커지고, 더 많은 것을 가져야 한다는 데도 부산은 조용하다.

모두가 입을 다물면 챗GPT와 구글 바드같은 이른바 ‘생성형 인공지능’도 쓸모가 없다. 구글 바드에게 한국어로 “부산 광안리 해변의 1인당 3만 원 기준으로 ‘분위기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3곳을 추천해줘”라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사진까지 보여주며 3곳을 추천해준다. 답변도 물론 한국어이다. ‘분위기 있는’의 기준이 뭐냐고 다시 묻자, ‘세련된 인테리어, 전망이 좋거나 주변 환경이 조용한 곳, 맛있는 음식’을 고려했다고 한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이를 어떻게 찾아내는 것일까?

업소의 홈페이지는 물론 이용자들의 댓글을 순식간에 검색해 가장 관련도가 높은 곳을 찾아내는 것이다. 분노하는 법을 잃어버리면 잘못된 행위가 정당화되고 거짓말이 진실이 된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에너지는 ‘집단지성’이다. ‘미움받을 용기’를 쓴 일본의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는 이렇게 말한다. “무언가 불합리한 일이 일어났을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건 이상한 것 같은 데라고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우리가 현실에서 겪는 문제는 크게 2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해법 자체를 찾지 못하거나 아니면 해법은 명확한데 각종 이해관계 충돌 속에서 추진이 어려운 경우이다. 입으로야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서울 외곽의 김포, 고양시 등이 서울로 편입되면 부울경 행정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부울경 메가시티가 실익이 없다며 합의를 뒤집고 내놓은 것이 행정통합이었다. 그러나 특별연합보다 행정통합은 훨씬 더 어렵다. 역도로 비유를 하면 250kg 들기에 실패한 선수가, 재시도 대신 이번에는 500kg에 도전하겠다는 식이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 대학교수가 한마디로 지적한 한국의 초저출산 원인은 ‘성별 격차’였다. 한국은 남녀간 성별 임금 격차가 OECD국가 중 최하위이다. 그런데도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한다.

과학 강국으로 우뚝 서겠다고 하면서 IMF 외환위기에도 깎인 적 없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대폭 삭감된다. 20년 만에 처음으로 대만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낮아지고, 25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보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진다고 한다. 그 해결방법이 수도권 강화는 아닐 것이다. 공적 문제에 대해 분노하는 법을 잊으면 그것이 바로 ‘촌동네, 촌사람’이다.

ps : 엑스포 유치 투표 직전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지지를 보내준 120개국에 감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사우디가 실제 얻은 표는 119표였다. 한국의 외교?정보 역량은 이제 사우디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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