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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수의 그림산책] 남리 김두량의 ‘삽살개’

황정수 미술평론가

  • 황정수 미술평론가
  •  |   입력 : 2023-12-31 19:32:37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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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가정에서 개와 고양이는 가족 못지않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는 짐승으로서의 개와 고양이가 아닌, 가족으로서의 ‘사랑하는 개(愛犬)’와 ‘사랑하는 고양이(愛猫)’가 있다. 자칫 사람들 사이의 만남에서 개와 고양이에 대해 불편한 말을 했다가는 사회적인 사교에도 문제가 생길 정도다. 이러한 풍조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그만큼 인간사회에 개와 고양이가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 이러한 애견, 애묘 사상은 현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근대 이전 조선 시대에도 개와 고양이에 대한 애정은 다른 동물과는 달랐다.
김두량의 ‘삽살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영조 정조 시대를 조명하는 ‘탕탕평평’전을 하고 있다. 이 전시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 중 하나가 김두량(金斗樑,1696~1763)의 ‘삽살개’이다. 오랫동안 전시회에 나타나지 않던 반가운 작품이다. 이 작품은 김두량이 1743년에 그린 것인데, 그림 위에 영조가 쓴 화제가 있어 더욱 관심을 끈다. 김두량은 영조의 총애를 받아 ‘남리(南里)’라는 호를 직접 하사받았으며, 그림에 왕이 직접 화제까지 올렸으니 화원으로서 얼마나 총애를 받았는지 알 수 있다. 개를 소재로 그림을 그린 이로는 이암(李巖, 1499 ~ ?)과 김두량이 유명하다. 이 중 김두량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개는 활달하게 움직이는 역동적인 삽살개의 모습이다. 조선을 대표하는 토종개인 삽살개의 영민하고 용맹스러운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화제의 내용은 ‘밤에 사립문을 지키는 것이 너의 소임인데, 어찌 낮에 길 가운데에서도 이같이 하는가? 1743년 6월 초하루 다음날 김두량이 그리다(柴門夜直 是爾之任 如何途上 晝亦若此 癸亥 六月 初吉 翌日 金斗樑圖)’라 쓰여있다. 이 글씨가 영조의 글씨임은 영조가 김두량의 다른 작품에 화제를 쓴 적이 있고, 필체가 영조의 다른 글씨와 같다는 면에서 확신할 수 있다. 글의 내용은 보통 ‘해야 할 임무는 제대로 하지 않고, 당파 싸움만 일삼는 벼슬아치들의 행동에 영조가 일침을 내리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개의 늘상 하는 일이 짖는 것인데 굳이 당파 싸움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의문은 있으나,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면 무리한 해석은 아닌 듯하다.

김두량의 다른 작품에서는 비교적 얌전히 앉아 있는 개를 ‘정물(靜物)’로 파악하여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에 비해 이 그림은 활달하고 용감한 삽삽개의 성격을 살리고자, 몸의 움직임에 생동감을 넣어 발랄한 필체로 그렸다.

발은 무엇을 보았는지 이리저리 바쁘고, 꼬리는 치켜올리고, 입은 크게 벌리고, 고개를 치켜들고 있다. 무엇을 보았는지 무섭게 짖고 있다. 눈을 부릅뜬 모습이 쉽게 물러날 기색이 없다. 필시 상대편도 매우 강한 존재이리라. 그런 면을 생각하면 당시 힘을 가진 정치 세력에 대한 영조의 의중이 담겨 있다는 해석이 맞는 듯하다.

회화적으로도 김두량의 장기인 치밀하고 세밀한 묘사를 바탕으로 생동감이 살아있고, 명암 처리 등에서 당시 새로운 화법인 서양화풍이 뒤섞여 있다. 개의 표정이나 몸동작에서 삽살개에 대한 작가의 심상이 드러난 뛰어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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