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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소리] 원래 그런 건 없다

정서원 청년활동가

  • 정서원 청년활동가
  •  |   입력 : 2024-01-07 19:18:15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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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코 앞에 둔 밤, 지난 한 해를 회고하는데 푸념처럼 뱉어냈던 ‘다 원래 그래’라는 말이 마음 한켠에 남아 부대꼈다. ‘다 그렇잖아’, ‘거긴 원래 그래’, ‘원래 다 그렇게 생각해’라며 무력함으로 옹졸해진 생각과 틈 없이 들어찬 확신을 거리낌 없이 쉽게 뱉어낸 것이 부끄럽게 다가왔다. 나이가 들며 알고 경험한 것은 많아졌는데, 마음만큼 실제로 해낼 수 있는 것들은 보이지 않으니, ‘그렇기에, 그럴 수밖에’라는 핑계를 대며 피해 왔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나의 ‘원래’라는 말 속 내재된 체념은 수동적인 수용과 반응의 형태로 나타났는데, 대게 이런 방식으로 드러났다. “청년인구유출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청년들이 부산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부산에서 일자리와 성장할 기회를 찾기 어렵기 때문인 것 같아요. 부산 내에 양질의 일자리가 확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고만 답을 하는 것이었다. 언뜻 보면 별문제 없어 보이는 답변이지만 부산 내에 한정 지은, 모두가 동의할 만한, 누구나 할법한 답변이라는 것이 나에겐 문제였다.

그런데, 이후에도 똑같은 질문을 두 번, 세 번 받고 또 언론에서 ‘지역소멸, 청년인구유출이 문제다. 어떻게 잡을 것인가’ 지역을 막론하고 같은 이야기들을 하는 것을 보며, ‘지역은 원래 인구가 적었지…근데 왜 이제서야? 왜 모두가 똑같지?’라는 생각이 들 무렵, 앞서 받았던 질문이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첫 번째, 각 지역만 놓고 보면, 인구소멸=지역소멸은 큰 문제가 맞다. 하지만, 현재의 문제제기와 그에 대한 대응책은 대한민국 전체로 보면 서로 뺏고 빼앗는 제로섬게임을 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과연 각 지역의 책임자는 이를 인지하고 있나? 지금 보여지는 걸로만 봐선 아닌 것 같다.

두 번째, 현재 청년세대는 ‘in 서울’ 해야 성공한다는 말을 듣고 자라왔다. 그렇다면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향하고자 하는 건 당연한 생각이 아닌가? 전 세계와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고, 전국이 일일생활권화가 된 시점에 지역을 이동하며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쌓고자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중요한 일인데, 왜 이들이 하려는 시도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가? 이상하다는 점이다.

모두가 같은 질문을 던지기에, 같은 방향을 보며 생각을 해왔는데, 관성대로 따라가기만 하다간 문제의 실마리도 찾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멈춰있지 않으려면 질문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해진 지역소멸, 왜 지역소멸이 시작되었나? 수도권 과밀화 때문이다. 수도권 과밀화는 왜 일어났나? 학력 차별, 서열화를 부추기는 교육정책, 입시제도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내재한 격차, 차별을 해소할 방법은 무엇인가? 다들 말하는 것처럼 청년들에게 정말 원인이 있는 게 맞는가?” 하는 방식으로 파고들었다.

짧게나마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파고들수록, ‘원래 그런 건 없다’는 사실과 우리는 모두 근원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원래’는 나를 책임의 주체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더더욱 죄책감 없이 쉽게 비겁해질 수 있도록 한다는 점도 말이다. 익숙한 관념을 내세워, 관성처럼 따라가는 게 쉽고 편하니까.

내가 빠르게 단정 지어 회피했던 것처럼 요즘 우리 사회도, ‘원래 그랬어’라는 말로 통칭하며 외면하는 지점들이 많아지는 듯하다. 그런데, 한 번 두 번 외면하다 보면, 우리는 어디까지 외면하게 될까? 이럴 때일수록, ‘원래 그런 건 없다’며 익숙하고 당연한 것들에 틈을 내어, 잠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좋은 것들은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로 시간과 노력을 품고 있고, 반대로 좋지 않은 것들도 그만큼의 무지성들이 들어차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우리는 어느 측면이든 그것이 ‘원래’라는 것으로 인식되게끔 이끄는 맥락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지켜야 할 건 지켜나가고, 변화시켜야 할 건 뾰족하게 보고 변화시킬 수 있을 테니 말이다.

2024년 많은 것들이 여전히 쉽지 않겠지만, ‘원래 그런 건 없다’며 변화의 씨앗이 움트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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