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극단적인 분열사회에서 함께 모여 어떤 과제를 도모한다는 건 만만찮다. 더구나 사고의 틀이 고착된 만학도가 팀을 이뤄 과제를 수행한다는 건 무척 어렵다. 소통 과정에서 자신의 독단적인 생각을 버려야 의견 조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말고사 팀 과제의 주제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노인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과 해결 방안이다. 기대 반, 걱정 반 속에 시작된 과제 발표날, PPT 자료 내용에 맞춰 상황극을 연출하기도 하는 등 번뜩이는 아이디어 연속이다. 강의실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지만 진지하면서도 까르르 웃음꽃 가득하다.
노인 일자리 창출은 초고령사회의 관심사이지만 난제다. “여러분! 저희 사업설명회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학년 B반 이경희 팀장의 인사에 준비한 홍보 동영상이 시작되고, 팀원들이 학우들에게 기념품 하나씩 돌리자 일순간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다. 현재 노인 일자리인 공공형이나 사회서비스형의 한계를 느꼈기에 노인 인재를 활용한 가상 인력플랫폼 회사를 차렸단다. 기발한 접근방식이다. 직원들로 변신한 팀원들은 각자 직책을 맡아 고객을 유치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담았다. 재가복지센터에서 일하는 분의 현장 인터뷰도 땄다.
발표 후 질의응답 시간이다. SWOT 분석법으로 그 회사에 대해 파악하려니 경영 학도가 아니기에 제대로 답하기 쉽지 않다. 인터넷이나 교재 등을 활용한 쉬운 방법이 아닌 힘든 방식을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노후 일자리는 가장 큰 자신들의 고민거리라 주제로 정한 거란다. 소득 보전뿐만 아니라 적절한 활동으로 삶의 생기를 찾는단다. 만학도이기에 일자리에 대한 진지함이 눈에 띈다. 이번 과제로 쇼츠 영상의 편집 기법까지 배웠다니 성장의 발판인 듯싶다.
이 팀장은 50대 신중년 여성으로 프리랜서다. 불규칙하고 장시간에 걸친 고강도의 업무라 노년 삶이 불안하다. 현재 삶을 감당하기 힘드니 노후 대책은 뒷전이다. 사회복지사 공부를 발판 삼아 노후를 설계하지만, 취업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깊다.
대부분 자영업자는 노후를 준비할 엄두조차 낼 수가 없다. 해운대에서 식자재 납품업을 하는 이재문 대표 하소연이다. 띠링! 국민연금으로 빠져나가는 신용카드 결제음이다. 통장의 잔액 부족으로 자동이체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생겨 카드 이체로 변경했다. 폐업할 때의 퇴직금으로 간주하여 월 40만 원씩 꼬박꼬박 넣던 노란우산공제 보험료를 요즘은 빚으로 내고 있다. 10년 넘도록 유지하던 노후 대책 종신보험은 아내의 암 투병으로 큰 손실을 감수하고 해지했다. 여러 형편에 억지로 가게 문을 열 수밖에 없어 계속 빚을 내면서 눈덩이 채무에 밤낮 없이 시달린다. “언제까지 버틸까. 하루하루가 고역이다. 당장 먹고 살길 막막한데 굳이 카드 빚으로 노후를 대비하는 게 맞냐”며 고개를 떨군다. 째깍! 째깍! 운명의 시한폭탄이 돌아가고 있다. 노후 대책은커녕 지옥 같은 현실을 벗어나면 좋겠다.
최근 국민연금을 내지 못한 자영업자에 대한 압류 조치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에 따라 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재정 안정성 강화’라는 핵심평가기준을 신설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코로나 사태로 한계 상황에 몰린 자영업자들에게 연금 재정의 책임이 전가되는 모양새다. 한 언론사의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파악된 2020년 전체 연금 체납액은 5조 원 규모다. 이 중 일용직·프리랜서 등 1인 자영업자 등이 포함된 지역가입자들의 연금 체납액이 4조 원으로 전체의 80%나 된다. 코로나 사태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에게 압류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당장 현실이 버거워 노후의 국민연금을 체납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의 현실에 무관심한 결과다.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의 생계 및 노후 빈곤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자영업자는 노후 대비가 취약하고 다른 직업군에 비해 중·고령자라는 점에서 노후 대책이 시급하다. 자영업자의 노후소득보장 문제는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배제되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앞으로 어떠한 방향에서 어떻게 풀어갈지 정부 및 부산시의 노력과 사회적 합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