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부산 영도, 낭트의 낭트 섬을 보자

강동진 경성대 교수

  • 강동진 경성대 교수
  •  |   입력 : 2024-01-11 19:36:56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20세기 말의 낭트(Nantes) 섬과 21세기의 부산 영도는 어딘지 모르게 많이 닮았다. 도시 속의 큰 섬, 조선업 발상지, 산업도시, 쇠퇴도시, 인구축소도시 등. 그랬던 낭트가 프랑스에서 최고로 살기 좋은 도시가 되었다.

축소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가는 지난 4일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여러 조치를 내놓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전국 89개 자치단체 내 주택(1채)을 신규 취득하는 경우 1주택자로 간주하는 정책이다. 물론 영도(구)도 89곳에 포함됐다.

1760년 ‘뒤비종(Dubigeon) 조선소’가 낭트 섬에 문을 연 후 낭트는 대서양 서부 연안의 조선 중심지로 발전했다. 19세기 중반 이후 통조림과 비스킷을 생산하는 식품가공 공장과 조선 관련 제철소가 들어서며 낭트의 산업화는 극에 달했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 밀어닥친 탈산업화 현상은 낭트를 쇠락의 길로 밀어 넣었다. 뒤비종 조선소는 합병과 통합을 거듭하다 1987년 폐쇄되고 말았다.

당시 낭트의 대안은 섬 내 폐산업시설을 철거한 후 다국적 부동산투자회사들을 끌어들여 대규모 재개발을 시행하는 것이었다. 그때 퇴직노동자들이 반발했다. 낭트 섬의 조선산업의 기억이 사라질 것을 우려한 그들은 낭트선박건조역사협회를 설립했다. 이것이 낭트 섬의 미래를 바꾸게 한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1989년 장마르크 애로(Jean-Marc Ayrault) 시장의 등장도 낭트 재탄생의 시금석이 되었다. 그는 2012년까지 4선을 하며 낭트를 환골탈태시켰다. 낭트 섬과 관련된 그의 특별 정책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이전 시장의 추진사업 중 시민 선호 사업을 재추진하는 것이었다. 대표 사업이 전차 도입과 뒤비종 조선소의 활용이었다. 둘째는 낭트 섬의 도시재생 지침을 제도화한 것이었다. 장소 기억과 유산 가치를 고려한 재생, 루아르강과 연계된 시민 활동 촉진,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체계 구축, 섬 전체 기능의 조화로운 복합, 통일성을 기조로 한 유연한 변화 추구 등.

세 번째는 낭트 섬 재생을 위한 실행 주체의 확보였다. 공공개발과 정비에서 주택 및 상업지구 개발에 이르는 전 사업을 총괄하는 광역도시정비공사(SAMOA)를 2003년 출범시켰다. 첫 사업이 법원 청사를 낭트 섬으로 이전시키는 것이었다. 이에 더해 청사와 내륙 간 보행전용교를 건설해 연안을 보행자 천국으로 만들었다. SAMOA는 조선소 크레인들을 보존하여 낭트의 랜드마크로 삼게 하고, 작업장 홀을 ‘섬기계전시관’으로 재탄생시키며 낭트 섬을 혁신의 재생지대로 나아가게 했다.

섬기계전시관의 첫 작품! 그것은 52명을 탑승할 수 있는 ‘거대한 기계 코끼리(Grand Elephant)’였다. 12미터 높이의 거대 코끼리가 2007년에 등장하며 낭트 섬은 일시에 명소가 되어 버렸다. 2011년에는 100만 방문 기록이 세워졌다. 섬을 이리저리 다니며 물을 뿜는 코끼리 위에서의 낭트 섬 구경은 여느 테마파크에서의 흥분을 넘어서고도 남았다. 상상을 초월하는 움직이는 기계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어떻게 이런 발상을 시작할 수 있었을까? 낭트는 해저2만리, 지구 속 여행, 80일간의 세계일주 등으로 유명한 쥘 베르느(Jules Verne)의 고향이었다. 19세기 소설 속에서 비행기 잠수함 우주선 등을 상상했던 사람이 쥘 베르느였다. 그렇다. 19세기에 창안된 그의 상상을 21세기의 낭트 섬에 녹여 놓은 것이었다.

낭트 섬에는 유럽연합의 지원으로 탄생한 ‘창조지구(Quaritier de la Creation)’가 있다. 그 덕에 죽어 있던 폐산업시설과 부지들이 새 생명을 얻고 날개를 달았다. 폐공장이 대학 캠퍼스로 변신하고, 다양한 스타트업과 지역 언론·방송사들이 폐시설 부지에 자리 잡았다. 수변 창고들은 새로운 수요로 다시 채워졌다. 인근에는 낭트 섬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계층을 위한 실험 주택들이 들어섰고, 대형 요양원과 공유 개념의 식당과 목욕탕도 세워졌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한 산업 기억과 흔적에 대한 존중은 낭트 섬 재생의 지향점이 되었다.

낭트 섬의 여건은 지금의 영도와 닮아도 너무 닮아있다. 뭍에서 불과 200미터 떨어진 섬, 연안을 따라 형성된 낡은 조선소들과 작은 공장들, 신개발을 기다리고 있는 영블루벨트라 불리는 물류산업시설 부지들, 올라가는 연령대와 줄어드는 인구, 그리고 200개가 넘는 커피점과 곳곳에서 꿈틀거리는 새 시대에 대한 희망과 욕망들. 20여 년 전 낭트 섬이 걸었던 그 길을 걸어보는 것, 아니 영도만의 창조적인 새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에너지와 잠재력은 충분해 보인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영도 앞에서, 탈산업화에 맞섰던 낭트 섬의 비결 두 가지를 기억하려 한다. 하나는 옛 산업의 기술과 남겨진 것에 대한 전략적 선택을 통한 현재의 필요성, 즉 재산업화 전략이다. 다음은 조선소 부지를 넘어 낭트 섬 전체, 그리고 강과 바다와 연계된 낭트 광역권을 하나로 묶었던 미래 성장전략이다. 20여 년 전 낭트 섬에 밀려왔던 새 시대를 향한 거대한 물결이 영도에도 넘어 들어오길 깊숙이 스며들어 오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비서실장 유력설 장제원에 쏠린 눈
  2. 2부산롯데타워 공사 고의 지연 의혹…市는 ‘면죄부’
  3. 3쪽방 적응 어렵고 대인기피증까지…부산 노숙인 셋 중 1명 노인
  4. 4선박·항만, 수소 전환 ‘대세’…부산, 무탄소시대 이끌어야
  5. 5미워할 수 없는 황성빈, 첫 멀티홈런 ‘인생경기’
  6. 6[부산 법조 경찰 24시] 유사사건 무죄, 피고인 불출석에 연기…하윤수 2심 변수
  7. 7황선홍호, 22일 일본전…2년 전 굴욕 씻을까
  8. 8대가성 물품·상습 결근·횡령 정황…부산 공무원들 왜이러나
  9. 9똑같이 초과수당 부정수령…누군 선고유예, 누군 집행유예(종합)
  10. 10[서상균 그림창] 초청장
  1. 1비서실장 유력설 장제원에 쏠린 눈
  2. 2서동 곽규택 "북항 재개발 승인권, 부산시 이관 법제화"
  3. 3[뉴스 분석] 유럽 G7회의 또 초청 못 받은 韓…美日 치중 외교 도마 위
  4. 4尹-李 영수회담 성사…총리 인선·민생지원금 등 의제 조율
  5. 5동래 서지영 "노후화된 사직 구장, 시민친화 공간 조성"
  6. 6尹 오찬 초청…한동훈 건강 이유로 거절
  7. 7부산진갑 정성국 "아동복지법 보완해 교권강화 입법 완수"
  8. 8野 6당 “채상병특검법 내달 처리하자”
  9. 9기시다, 야스쿠니신사에 또 공물
  10. 10“용산 직할체제, 영남지도부 한계” 與 총선 책임론 몸살
  1. 1부산롯데타워 공사 고의 지연 의혹…市는 ‘면죄부’
  2. 2선박·항만, 수소 전환 ‘대세’…부산, 무탄소시대 이끌어야
  3. 3부산시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기구 만든다
  4. 4“韓·日·호주 산업 역량 결집, 액화수소운반선 개발 시동”
  5. 5“망미주공 시공사 선정절차 공정하게 진행할 것”
  6. 6“성공적 탄소중립 달성 위해 범국민적 동참 의지는 필수”
  7. 7“수소船 국제안전기준 전무…韓, IMO 제출 목표로 진행”
  8. 8“국제사회 선박 오염원 규제, 수소 연료전지 시장 급성장”
  9. 9“수소선박 중요성 시민 설득해야…충전소 등 위험하지 않다는 인식 전환 필요”
  10. 10부산 울산 경남·TK, 제조+AI융합 협업 국비 300억 받는다
  1. 1쪽방 적응 어렵고 대인기피증까지…부산 노숙인 셋 중 1명 노인
  2. 2[부산 법조 경찰 24시] 유사사건 무죄, 피고인 불출석에 연기…하윤수 2심 변수
  3. 3대가성 물품·상습 결근·횡령 정황…부산 공무원들 왜이러나
  4. 4똑같이 초과수당 부정수령…누군 선고유예, 누군 집행유예(종합)
  5. 5[르포] 장애인 이동권 개선 1년 노력…휠체어 쏠림 등 갈 길 멀어
  6. 6오늘의 날씨- 2024년 4월 22일
  7. 7부산 동래구 사직동 주택 화재로 60대 남성 사망
  8. 8'통행료 미할인에 불만'…수납원 얼굴 향해 동전 던진 50대 벌금형
  9. 9내일 아침까지 비...낮 최고기온 부산 18도
  10. 10해운대해수욕장 포차촌 올여름엔 못 본다...6월 말까지 정리
  1. 1미워할 수 없는 황성빈, 첫 멀티홈런 ‘인생경기’
  2. 2황선홍호, 22일 일본전…2년 전 굴욕 씻을까
  3. 3뜨거운 이정후, 홈구장서 첫 홈런
  4. 4최은우 17번홀 버디…극적 2년 연속 우승
  5. 5반여고 정상원, 체육회장기 씨름 우승
  6. 6시장기 시민게이트볼대회, 부산진구 초연팀 우승
  7. 7롯데 유니폼 입고 “KCC!”…KCC, 부산시민 압도적 응원 속 챔프전 진출
  8. 8황성빈, 개인 통산 2호 홈런 폭발…이번엔 당당하게 홈 복귀
  9. 9전창진·라건아 "LG? KT? 어떤 팀이 챔프전 올라와도 상관없어"
  10. 10"우리 성빈이가 달라졌어요"...황성빈, 하루에 3홈런 작렬
우리은행
후보가 후보에게 묻는다
부산 서동
4·10 총선 지역 핫이슈
원도심 숙원 고도제한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소규모사업장 중처법, 투약 중단이 필요한가?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부산 영도, 낭트의 낭트 섬을 보자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온난화로 인한 기후 질병의 증가
봄이 침묵하는 까닭은?
국제칼럼 [전체보기]
AI시대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생성형 AI시대와 저작권
기고 [전체보기]
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 권한 부여해야
가정폭력 속 숨은 학대 아동 찾기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해외국인노동자센터 예산삭감 재고를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이재명 대표께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노무현이 옳았다
분노를 잃으면 ‘생성형 인공지능’도 답이 없다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신문은 살아 있고, 칼럼은 말을 건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우리 융복합 음악의 시초 고구려악
원초적인 기층음악 민속악과 재즈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팀킬 논란’ 황대헌의 선택은?
대외무역 의존도 높은 한국이 나아갈 길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그 사람을 기억하는 법
비트코인 반감기
메디칼럼 [전체보기]
일하는 사람의 1차 의료, 근로자 건강진단
100세시대의 건강관리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조식전쟁
미쉐린 가이드와 ‘부산의맛’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윤-이 첫 회담 ‘민생과 협치’ 새 길 만들어라
고삐 풀린 먹거리 물가, 서민 살릴 대책을
세상읽기 [전체보기]
육아·간병 도우미, 외국인 고용도 해법이다
총선에서 드러난 부산 시민의 바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우리 시대의 올바른 복지 원칙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부산항, 글로벌 물류 허브 플러스 알파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12월의 기도편지
저무는 11월에 - 턴 투워드 부산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중국의 한국시장 시장교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빛과 예술
중세 고려의 질병과 의료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오! 홍범도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자신과의 경쟁’이 ‘경쟁 교육’ 대안이다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자객공천’ 유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이란
역사 속 와인 마케팅
특별기고 [전체보기]
부산의 위대한 도전은 계속 된다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정명훈과 도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처음 보는 ‘무릉도원’
무호 이한복의 ‘운룡도’
CEO 칼럼 [전체보기]
드론으로 변화할 부산의 미래
특별한 장점과 잠재력 지닌 사람들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 걷기축제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