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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경제 항산항심] 혁신은 말로 완성되지 않는다

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경영혁신 가이드

  • 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경영혁신 가이드
  •  |   입력 : 2024-01-22 19:57:18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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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부서져라 달린다. 부딪친다. 그리고 찬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 이야기다. 축구 선수가 아니다. 연예인이다. 그럼에도 축구에 몸을 던진다. 앞뒤 재지 않는다. 그만큼 축구에 진심이다. 카메라 앞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시합이 없는 날에도 열심이다. 팀에 민폐가 되지 않으려고 개인 훈련을 하고, 전술 완성도를 높이려고 팀 훈련을 한다. 일상이 훈련이고, 연습이 일상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피땀 어린 담금질이 켜켜이 쌓여간다. 나날이 성장하는 그들의 기량이 이를 증명한다. 승리에 대한 간절함이 그들의 눈짓과 몸짓으로 드러난다. 이겨도 눈물이 나고, 져도 눈물이 나는 이유다. 그들이 가진 저마다의 스토리가 시청자를 울린 거다.

웃으라고 만든 예능 프로그램인데 시청자를 울컥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프로그램이 있다. KBS ‘골든걸스’다. 전설적인 음악 디바들이 한데 모였다. 인순이 신효범 박미경 이은미가 뭉쳤다. 여전히 강력한 카리스마와 끝없는 열정으로 무대를 씹어먹는 그녀들이 걸그룹 도전에 나선 거다. 평균 나이 환갑에 도합 160년에 육박하는 무대 경력이다. 이들에게 새로운 도전이란? 해야 할 이유가 없는 일이다. 그동안 쌓아놓은 명성을 누리기만 하면 될 일이다. 사실 두려움도 컸다. 거스를 수 없는, 나이의 흔적과 세월의 굴레 때문이다.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의 편견과 선입견 때문이다. 하지만 용기를 냈다. 다시 팔을 걷어붙였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두려움을 이겨내며, ‘새로운 나’를 향해 달려가는 여정이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어서다. 그런데, 그 과정이, 그 무대가, 또 가슴 벅찬 감동이다.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이었다. 공을 따라 이리 뛰고, 저리 뛰다 운동장에 쓰러졌다. 서로 부딪치기라도 하면 종이 인형처럼 나풀거리며 나뒹굴었다(골때녀). 칼박 군무 춤 동작을 몇 시간씩 연습하다 바닥에 드러누웠다. 젊은 나이에도 쉽지 않을 동작들을 그 나이에 온종일 해대니 몸이 버텨낼 재간이 없다(골든걸스).

몸만 마음 같지 않은 게 아니다. 평소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던 전술 개념들이다. 조금 전까지 함께 얘기 나눈 작전이 불현듯 기억나지 않는다(골때녀). 평소 한 번도 불러보지 않았던 템포와 정서의 노래들이다. 온종일 부르고 연습해도 가사들이 가물가물하다(골든걸스). 그러니 힘들다. 쓰러지고, 넘어진다. 하지만 서로를 다독이며 다시 일어선다. 골때녀나 골든걸스나 맞다, 불굴의 오뚝이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다. 미래를 향한 도전이 두렵고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끈질긴 노력과 열정이 있다면 이겨낼 수 있다. 골때녀와 골든걸스가 증거다. 도전은 아름답다. 결과와 상관없다. 편견을 깨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그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그들의 손짓, 발짓, 몸짓, 그 하나 하나가 오롯이 예술이다. 빛나는 기업가정신이다.

내 일과 삶의 경영이란 차원에서 그들에게 배울 점은 또 있다. 진정성이다. 두 프로그램 공히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한다. 그들의 도전과 거기서 피어나는 희로애락의 순간들을 포착한다. 축구라는 팀플레이에 도전하는 그들의 끈끈한 팀워크를, 걸그룹이라는 장르에 도전하는 그들의 뜨거운 열정을 보여준다. 울림 가득한 감동스토리다.

진정성 있는 스토리는 정보 전달을 넘어선다. 고객과의 정서적 연결을 강화한다. 공감을 통해 몰입케 한다. 이쯤 되면 구경꾼으로 남을 수 없다. 고객이 스토리에 참여한다. 단순한 거래 관계를 넘어서는 동반자적 관계로의 상승이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기술이다. 스토리두잉(Story-doing)은 행동으로 보여주는 예술이다. 스토리텔링이 멈춰있는 스냅샷이라면, 스토리두잉은 입체적인 움직임이다. ‘골때녀’와 ‘골든걸스’는 이 차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그들의 도전이 말(telling)로 끝나지 않아서다. 몸(doing)으로 실재화되어서다.

“무언가를 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냥 하는 것이다.” 여성 최초로 대서양 횡단비행에 성공한 비행사 어밀리아 에어하트의 말이다. 말에 머물러 현실의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 진정성은 울림이 없다. 도전과 혁신은 말로 완성되지 않는다. 관건은 행동과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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